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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네."

소식을 듣자마자 처음 튀어나온 말이다. 지난 18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종로구청으로부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의 2주기 추모를 위한 문화행사 장소를 사용 못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조치가 2단계로 격상되지 않은 때였고 무엇보다 방역이 이유가 아니었다. 김용균을 추모하는 것은 '정치적'이기 때문이란다. 

정치란 무엇인가?
 
 고 김용균씨가 '비정규직 그만 쓰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대화'에 참가 신청을 하려고 찍은 인증 사진이다. 김 씨는 위 사진을 찍은 지 두 달 뒤, 2018년 12월 11일 새벽 일터인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 김용균씨가 "비정규직 그만 쓰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대화"에 참가 신청을 하려고 찍은 인증 사진이다. 김 씨는 위 사진을 찍은 지 두 달 뒤, 2018년 12월 11일 새벽 일터인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사진제공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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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란 무엇인가"를 되물으라는 글이 생각났다. "정치란 무엇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12월 10일 청년 김용균은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제발 이렇게 죽는 동료를 그만 보고 싶다며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렸던 비정규직의 외침은 수많은 이들의 요구가 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부모는 거리로 나왔다. 전국 각지에서 추모의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문화예술가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투쟁의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이 연대하자 정부와 회사는 죽음을 추모하며 재발 방지와 개선을 약속했다.

2019년 2월 우리는 고 김용균을 모란공원에 모시고 우리의 가슴과 기억에도 담았다. 기억의 시간을 다양한 곳에서 겪은 이들은 이후에도 김용균을 추모하고 생명과 안전의 염원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죽음의 원인을 담은 그림, 투쟁의 모습이 들어간 사진, 슬픔이 녹아있는 노래, 분노가 서린 춤, 김용균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를 상징하는 조형물, 우리 속에 다시 사는 용균이를 그린 시와 산문, 슬퍼하고 싸우면서 웃었던 시간을 담은 노래극 등.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었다. 2019년 말 우리는 김용균 추모 1주기에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추모주간 동안 매일 광화문 광장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이것이 '정치'라면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게 '정치'가 아니라면 우리가 통치자가 되기 위해서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은 그렇게 정치적이기도 하고 정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검열을 중단하고 결정 과정을 공개하라

시간이 흘러 김용균 2주기 추모 기간이 됐다. 풀어야 할 숙제를 아직 다 해결하지 못하고 김용균의 2주기가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 이번에는 12월 6일부터 12일까지 2주기 추모 주간을 보내기로 했다. 

기자회견, 마석 모란공원 추모제, 태안화력발전소 추모제, 토론회, 워크숍, 사진 전시회, 하림과의 토크콘서트, 종교 단위들의 기도회까지 진행한 후, 12일 마지막 날에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추모문화제를 문화예술가들이 온라인 중계로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다. 전체 추모주간 마무리는 오후 3시부터 '모두의행진'으로 더불어민주당사와 가까운 장소에서 진행할 계획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문화행동을 두고 장소 사용이 안 된다는 종로구청 공원운영위원회의 답변이 왔다. 언론에 따르면 "추모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정치적인 구호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하고, "순수예술이 아니라"는 것도 이유였다고 한다.

문제는 종로구청 공원운영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돼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종로구청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도 공개되어 있지 않다. 공공기관의 중요한 결정단위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선출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종로구청 공원운영위원회 결정은 재심 과정도 없다. 

재판도 3심 제도인데 마로니에공원을 사용하는 것은 누군지 모르는 이들이 어떤 규정에 의해 어떻게 결정하는지도 모른 채 결과만 통보받고 이의제기를 받는 과정도 없었다.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근거인 '규정'이라는 것도 허술하다. '종로구 도시공원 운영에 관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근거해 종로구청 공원운영위원회가 공간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마로니에 공원 조성목적이 무엇인가" 되물어보자. 종로구청 공원운영위원회는 국민의 다수인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을 읊고, 추모와 그리움을 노래하고,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을 형상화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말해보라. 왜 노동자들의 권리를 말해서는 안 되는지 말해보라. 일하는 사람들의 아픔과 현실을 보여주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왜 안 되는지 말해보라. 순수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보라.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담아야만 순수한 것인가? 종로구청 공원운영위원회는 답해야 한다.

정치적이니 뭐니 하는 이유를 달면서 작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정당한지 말해보라. 군사독재 시대에나 가능했던 검열의 잣대를 지금 들이대며, 2년 전 전국에서 추모의 울림이 있을 때 종로구청은 추모하지 않았는지부터 말해보라. 산재 피해 노동자들의 죽음은 추모해서는 안 되는지 답해보라.

종로구청장은 답하라

김용균2주기추모위원회는 오늘 문화예술단체들과 함께 종로구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종로구청장 면담도 요청했고 진행할 예정이다. 종로구청장은 답해야 한다. 김용균을 추모하는 문화예술활동이 왜 거부당했는지. 종로구청 공원운영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운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문화예술검열이라는 독재적 행위를 재발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오늘 우리는 그 답을 듣고 사과를 받기 위해 종로구청으로 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권미정 시민기자는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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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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