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각) 시작된 NBA의 이적시장이 초반부터 뜨겁게 불이 붙고 있다. 피닉스 선즈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트레이드를 통해 최고의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이 피닉스 유니폼을 입었다. 오클라호마씨티는 폴을 시작으로 데니스 슈뢰더(LA레이커스), 스티븐 애덤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 등 팀의 핵심 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하면서 미래를 위해 신인 지명권을 열심히 수집하고 있다.

FA시장에서는 보스턴 셀틱스에서 그리 행복하지 않은 세 시즌을 보낸 고든 헤이워드가 샬럿 호네츠와 4년1억2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샬럿 입장에서는 한 시즌의 시간차를 두고 켐바 워커를 보내고 헤이워드를 받은 셈이다. 헤이워드를 보낸 보스턴은 골밑에서 뛰어난 투쟁심이 돋보이는 빅맨 트리스탄 탐슨을 2년1900만 달러에 영입했고 에이스 제이슨 테이텀과는 5년1억9500만 달러에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시즌 NBA 챔피언 레이커스 역시 누구보다 분주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위해 단기계약으로 많은 선수를 끌어 모았던 레이커스는 시즌이 끝나고 여러 선수들이 대거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행보를 보면 차기 시즌 레이커스의 전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빠져 나간 선수들 만큼 부지런한 영입으로 빈 자리를 착실히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론도-하워드, 새 팀 찾아 떠난 파이널 우승 주역들

농구는 이적이 매우 활발한 스포츠다. 물론 르브론 제임스(레이커스)처럼 이적한 팀을 자신에게 맞게 바꾸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선수들은 각자 가진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색깔을 가진 팀으로 옮기는 것을 선택한다. 이는 지난 시즌 챔피언 레이커스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제 아무리 우승 멤버가 됐다 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또는 자신의 입지가 못 마땅할 경우엔 얼마든지 이적을 선택하기도 한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48경기에 출전해 7.1득점3.0득점5.0어시스트를 기록한 베테랑 포인트가드 라존 론도는 플레이오프에서 8.9득점4.3리바운드6.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레이커스 우승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NBA의 양대 강자 보스턴과 레이커스에서 모두 우승반지를 차지한 론도는 22일 애틀랜타 호크스와 2년15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다음 시즌에는 애틀랜타의 '젊은 에이스' 트레이 영과의 조화가 기대된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의 경기를 즐겨 본 농구팬이라면 코트 안팎에서 팀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드와이트 하워드의 헌신을 기억할 것이다. 건재한 기량으로 골밑을 사수하던 하워드는 1년260만 달러의 비교적 저렴한 조건에 필라델피아 76ERS와 계약했다. 레이커스 시절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기츠), 뱀 아데바요(마이애미 히트) 등을 상대했던 하워드는 필라델피아에서 '올스타 듀오' 조엘 엠비드와 벤 시몬스를 보좌할 예정이다.

개인사정으로 올랜도 버블에서 열린 잔여 시즌과 플레이오프 참가를 포기했던 슈팅가드 에이브리 브래들리도 짧았던 레이커스에서의 생활을 마감한다. 브래들리는 22일 레이커스의 파이널 상대였던 마이애미와 2년116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2년 만에 동부 컨퍼런스 복귀를 선택했다. 워낙 수비가 뛰어나고 성실한 데다가 슛도 준수한 편이라 마이애미에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떨어지는 농구IQ를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극복하며 지난 시즌 레이커스의 주전 센터로 활약했던 저베일 맥기는 트레이드를 통해 제임스의 친정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 이적했다. 이로써 레이커스는 지난 시즌 약35분의 출전시간을 나눠 가졌던 두 센터자원이 모두 팀을 떠나게 됐다. 아무리 레이커스가 센터 중심의 플레이를 하는 팀이 아니라 해도 하워드와 맥기의 동시이탈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슈뢰더-해럴 등 알짜 영입, 데이비스 잔류는?

이처럼 레이커스는 이적 시장이 열린 지 4일 만에 우승 멤버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나간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뛰어난 레벨의 선수들이 새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에서 레이커스의 제3옵션으로 활약했던 슈팅가드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 그리고 외곽과 골밑 플레이에 모두 능한 마키프 모리스와 재계약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론도와 브래들리가 떠난 레이커스는 오클라호마시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우주미남' 데니스 슈뢰더를 영입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활약한 슈뢰더는 지난 시즌 크리스 폴의 백업으로 활약하며 18.9득점3.6리바운드4.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 운영능력은 론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득점력은 NBA 벤치멤버 중에서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베테랑 슈터 웨슬리 매튜스를 영입해 브래들리의 공백에 대비했다.

지역 라이벌 LA클리퍼스의 핵심 벤치멤버이자 지난 시즌 식스맨상을 받은 몬트레즐 해럴도 레이커스 이적을 선택했다. 해럴은 201cm의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수비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이지만 지난 시즌 18.6득점7.1리바운드를 기록했을 만큼 공격력은 검증을 마친 선수다. 이로써 레이커스는 지난 시즌 식스맨상 수상자 해럴과 2위 득표를 받은 슈뢰더를 동시에 보유하며 강한 벤치 전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2013년 올해의 수비수이자 올스타 3회 출전에 빛나는 스페인 출신의 베테랑 센터 마크 가솔도 형 파우 가솔이 활약했던 레이커스 입단을 결정했다. 2019년 토론토 랩터스에서 챔피언 반지를 얻은 바 있는 가솔은 스피드가 느리고 전성기 시절에 비해 기량이 퇴보하고 있지만 골밑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상대를 압박하기 충분하다. 특히 가솔의 풍부한 경험은 레이커스에서 알게 모르게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물론 레이커스에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바로 선수옵션을 거절하고 FA시장에 나온 '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와의 재계약이다. 물론 레이커스 구단과 팬들은 제임스와 같은 에이전트를 두고 있는 데이비스의 잔류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지만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레이커스가 아무리 알찬 영입을 하고 있다 해도 핵심전력인 데이비스를 놓친다면 다시 평범한 팀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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