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무원에게 승진이란 지상과제이며 가장 큰 꿈과도 같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오늘도 사무관, 서기관, 이사관 그리고 관리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런데 이들 명칭들은 모두 1880년대 일제 침략기에 강제됐다는 사실을 아는가.

노력의 대가로 승진한 직급의 명칭은 당연히 자랑스러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100여 년 전에 일제가 '강제'한 치욕스러운 이름이라면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1894년 군국기무처에서 강제된 일본식 관료제도

일본 제국주의는 1984년 발발한 동학농민혁명을 빌미로 조선에 무단 진출하여 청나라와 전쟁을 감행하였다. 그들은 동시에 군대를 동원하여 불법적으로 경복궁을 습격하여 점령하고 고종을 감금하였다. 그러면서 일본공사 오토리(大鳥) 공사는 이른바 <내정개혁방안 강령 5개조>를 강요하였다. 또 스기무라(杉村) 서기관은 대원군과 직접 접촉하면서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회유하였다.

일제가 자행한 일련의 행동들은 1876년 강화도 침입 이후 조선 침략과 정복을 준비하고 치밀한 연구 끝에 나온 산물이었다.

이 과정에서 군국기무처가 설치됐고, <의정부 관제안>이 1894년 6월 28일 가결됐으며 7월 20일에 정식으로 시행됐다. 철저한 일본식 관료제도였다. 이 '관제 개혁'에 '서기관'을 비롯하여 '사무관', '주사', '서기' 등 새로운 관제에 의한 일본식 직급 명칭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도 당시 새로 부임한 지방관은 조선의 국왕이 아니라 일본에 의해 임명받았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조선의 식민지화의 토대를 쌓기 위한 일제의 공작이었다.

'이사관', '관리관' 역시 일제의 잔재

한편, 1905년 을사늑약에 의해 통감부가 설치됐다. 당시 제정된 <통감부 및 이사청관제(理事廳官制)>를 보면, '이사관'의 업무는 "통감의 지휘감독을 받아 영사사무와 제2차 일한협약(1905년의 을사늑약을 가리킨다) 및 법령에 기초하여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이사관'은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이(긴급히)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국군대 사령관에 출병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부이사관'은 "이사관의 명을 받아 청무(廳務)를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사관'은 현재 우리나라의 2급 공무원 명칭으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부이사관'은 3급 명칭이다.

'빛나는' 1급 공무원 명칭인 관리관 역시 일제 잔재이다. 1876년 10월에 일본은 부산에 부산주재 일본 '관리관'을 파견하였다.

이렇듯 현재 우리 공무원 명칭은 일제 침략의 적나라한 상징이다. 공무원 조직이란 한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근간 조직이다. 이 근간 조직의 명칭이 일제 침략자들이 '강제'한 명칭을 무려 한 세기도 훨씬 넘게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식이 결여된 대목이며 치욕적인 일이다. 반드시 청산하고 개선해야 할 긴급한 과제라고 본다.

태그:#공무원 명칭, #일제잔재, #이사관, #서기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