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까지 1승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던 NC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4차전까지도 2승2패로 시리즈의 흐름을 제압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써 올해 한국시리즈는 최소 6차전까지 열리게 됐다. 물론 당사자들은 한 경기씩 늘어날 때마다 피가 마르겠지만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한 달 넘게 늦게 시작한 올 시즌을 한 경기라도 더 볼 수 있다는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물론 현재 시리즈의 분위기는 4차전 승리팀 NC가 우위에 있다. NC는 4차전에서 신예 송명기의 호투에 이어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를 마무리로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친 끝에 3-0 승리를 따냈다. 양의지와 강진성은 4차전에서 나란히 타점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438 1홈런5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나성범의 타격감도 절정이다. NC는 4경기 팀 타율 .302로 두산(.228)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두산은 이번 시리즈 투타 기록에서 모두 NC에게 크게 뒤져 있다. 하지만 각종 기록에서 NC에게 밀리고 있음에도 시리즈 전적은 2승2패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시리즈에서 NC와 두산의 과제는 4차전까지 보여준 팀의 불안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경기 중 팀의 불안요소가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는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루친스키 불펜 카드' 너무 빨리 꺼낸 NC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 선발투수들의 불펜 등판은 불가피한 일이다. 지난 2010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SK 와이번스가 에이스 김광현을 각각 4차전과 6차전 마무리로 등판시켜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더스틴 니퍼트 역시 2015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불펜 등판을 자처했고 2017년에는 5차전에서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이 마무리로 등판해 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바 있다.

하지만 선발투수들의 불펜등판은 대부분 우승을 결정하는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2승3패로 뒤져 있던 두산에서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을 마무리로 올린 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경기는 2018년 두산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선발 에이스의 불펜 투입은 시리즈를 완전히 끝내겠다거나 탈락의 위기에 몰렸을 때 쓰는 '최후의 작전'인 셈이다.

하지만 NC의 이동욱 감독은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뒤져 있던 4차전 경기에서 시리즈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에이스 루친스키를 7회1사 후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리고 길어야 2이닝 정도를 소화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루친스키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2.2이닝 동안 39개의 공을 던졌다. 선발 등판을 앞두고 불펜투구를 대신한 등판이었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투구수였다.

결국 NC는 5차전 선발투수로 루친스키가 아닌 2차전 선발이었던 구창모를 예고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한국시리즈 같은 중요한 경기인 만큼 4일 휴식 후 등판이 크게 무리한 등판이라고 할 수 없고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 역시 4일 휴식 후 등판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양 팀 선발 투수의 조건은 같다. 하지만 루친스키의 4차전 불펜등판으로 인해 NC의 한국시리즈 마운드 운영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NC 입장에서는 5차전에서 루친스키를 쓰지 않고 승리하고 6차전에서 루친스키를 선발로 투입해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하지만 5차전을 잡아내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시작 후 5일 동안 136개의 공을 던진 루친스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난공불락의 구위를 자랑하던 루친스키가 흔들린다면 NC의 '루친스키 조기등판 작전'은 무리수였다고 평가 받을 것이다.

9명 중 한 명만 안타 치는 팀은 승리할 수 없다

2018년 정규리그에서 무려 .309의 팀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던 두산은 양의지가 팀을 떠나고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진 작년 시즌 팀 타율이 .278(3위)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두산은 올 시즌 다시 5명의 3할 타자를 배출하며 1년 만에 팀 타율 1위(.293) 자리를 탈환했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들어도 두산 타선의 힘은 언제나 리그 상위권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던 두산 타선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통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127타수29안타(타율 .228)의 빈타에 허덕이면서 정규리그 팀 타율 1위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4경기에서 타율 .583(12타수7안타)1홈런6타점을 몰아치고 있는 김재호와 5안타1도루2득점의 정수빈 정도만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집단 슬럼프'에 빠져 있다.

특히 4경기 연속 4번타자로 출전하고 있는 김재환이 16타수 1안타(타율 .063),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박건우가 12타수 1안타(.083), 주전포수 박세혁이 14타수2안타(.143)에 머물고 있다. 1할대 타율에 허덕이는 주전 선수만 3명에 달하는 것이다. 2차전 마지막 타석과 3차전 첫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활약이 없는 호세 페르난데스(타율 .267)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게 느껴질 정도.

문제는 두산 타자들의 타격 사이클이 플레이오프부터 하락세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1일 4차전 경기에서는 2,3차전의 데일리 MVP였던 김재호가 홀로 두산의 3안타를 모두 때려냈다. 조금 과장하자면 올해 한국시리즈는 'NC 대 두산'이 아닌 'NC 대 김재호'를 보는 거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물론 현재 두산의 타격 사이클이 저점을 찍은 거라면 남은 경기에서 반등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타격 부진이 이어진다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은 꿈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두산팬들은 지난 18일 2차전에서 구창모를 필두로 한 NC 투수들을 상대로 5점을 뽑았던 좋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과연 두산은 4차전의 3안타 무득점 수모를 이겨내고 남은 시리즈에서 다시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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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국시리즈 불안요소 드류 루친스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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