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케이션>을 연출한 김덕중 감독.

<에듀케이션>을 연출한 김덕중 감독. ⓒ 씨네소파

 
22살 때쯤이었다. 대학 동아리 선배의 추천으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통해 장애인 활동 보조 일을 했다. 장애인의 집에 방문해 일상을 돕는 일이었다. 처음 간 곳은 뇌병변 중증장애인의 집이었다. 식사를 돕고 몸을 씻기고 외출하는 걸 도왔다. 바쁠 때도 있었고 한가할 때도 있었다. 한가해지면 빨래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살펴보게 됐다. 그러면서 든 생각. '집안일은 내 업무가 아닌데...이용자의 생활공간이라 깨끗하긴 해야 되는데 난 어떻게 해야 되지?'
 
"활동 보조일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물음표가 떴어요. 당시 활동 보조가 생긴 지 얼마 안 돼 (활동 보조) 이용자도 저를 처음 겪은 분이었어요. 저도 처음 겪은 상황이었고요. 저도 어설프기도 했고 이용자가 필요한 부분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자신할 수가 없었어요."
 
6개월 동안 활동 보조일을 했다. 이후에도 활동 보조일의 정확한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지만 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래서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영화를 찍었다. 33살에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김덕중(36) 감독의 졸업 작품이자 첫 장편영화 <에듀케이션>은 긴 시간을 지나 이렇게 완성됐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올해 10월에는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을 받았다.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 씨네소파

  
<에듀케이션>은 장애인 활동 보조일을 하는 대학생 성희(문혜인)가 새롭게 배정받은 집에서 중증 장애인 엄마를 혼자 돌보던 고등학생 현목(김준형)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성희는 활동 보조 일을 대충 하고 스페인에 갈 돈을 모으려고 한다. 하지만 현목은 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느냐고 따지면서 둘은 마찰을 일으킨다. 하지만 둘은 때로는 자연스럽게 화해하고 서로 돕기도 한다.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다.
 
김 감독은 성희를 통해 한국의 청년문제에 대해서도 짚는다. 사회복지학과 졸업을 앞둔 성희는 답답한 한국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20대 청년들은 힘들고 짓눌리며 '헬조선'을 벗어날 욕망을 품어요. 한국을 벗어나고 싶고 만약에 한국에서 산다면 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커뮤니티에서만 족하면 된다는 것이 요새 세태일 수 있어요. 그 안에서 한걸음 내딛게 하는 인간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두 인물은 서로가 서로에게 '내가 좀 더 불쌍해'라는 게 있어요. 성희는 당장 한국에서 기능할 수 없죠. 현목은 엄마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가장(家長)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죠. 서로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달라는 게 충돌하는 거예요."
 
영화에는 노들야학(노들장애인야간학교)의 일상도 등장한다. 성희가 장애인 학생인 은진(신선해)과 야학 코디네이터와 셋이 간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도 있다. "영화를 더 풍성하게 하고 싶었어요. 노들야학은 제가 꾸준히 보아온 공간이에요. 현목 어머니만 장애인을 혼자 대표할 수는 없잖아요. 일상적인 장애인 캐릭터를 등장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었어요. 일상성 하나만으로 상당히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 씨네소파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온 김 감독은 재학 중 노동 관련 동아리에 들 정도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표현하기에 소설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생각한 게 영화였다.

"제가 사람들하고 나누고 싶은 질문거리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 감독은 뒤늦게 20대 중반부터 영상미디어센터에 단편 시나리오 워크샵에 참가하면서 감독의 꿈을 키워나갔다. 사람들이랑 단편영화도 찍어보고 영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장애인 전문언론사 <비마이너>에서 영상 취재기자도 해봤다. 연극 기획사에서 제작 업무를 하다가 코이카(KOICA)해외봉사를 하기 위해 4년 간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있기도 했다. 돌아와서는 14분짜리 단편영화 <더헌트>를 찍었다. 폐지 줍는 할머니들이 경쟁하는 코믹스러운 톤의 영화였다.

차기작은 고민 중이다. 발랄하거나 공포, 판타지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다. 대화 위주로 여러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도 준비 중에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김덕중 에듀케이션 문혜인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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