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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지난 2018년 12월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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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에 대해선 당연히 애도합니다. 인간으로서, 사람의 도리로서는요. 그런데 (이건희 회장의) 업적 이면에선 피해자들이 이렇게 피눈물 흘리는데... 이 설움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김근아 대표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소식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30일로 291일째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김 대표를 포함한 5명의 암환자들은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약관대로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이들과 같은 처지였던 암보험 피해자가 대법원에서 승소한 이후 2년 뒤 금융감독원에서도 보험사들에게 암 입원비 지급을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여전히 이를 외면하고 있다. 금감원 권고에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서다. 

김 대표는 "삼성생명은 고객 돈으로 성장한 회사인데 그 돈으로 이 회장은 (병상에 있었던) 6년 동안 배당금을 1조8000억원이나 가져갔다"며 "정작 보험계약자들은 예전부터 내온 보험료에 대한 보험금을 정당하게 받지 못해 여기서 살고 있으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재계의 조문 행렬, 또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바라보며 그는 더 큰 좌절감을 느꼈다. 김 대표는 "대항하고 싶어도 이제는 대항할 길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조문 기사를 보고 나니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고, 하소연할 곳은 아무 데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진정한 기업의 오너라면 이런 문제부터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금 줄이려 온갖 수단 동원... 복잡한 생각 들어"

이건희 회장 별세 소식을 들은 뒤 심경이 어땠나요?

"조금 전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 6년 동안 받은 배당금에 대한 보도를 봤어요. 정당하게 계약했던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삭감하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삼성의 행태가 (떠오르면서)… 여러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삼성생명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저를 포함해 5명이 지금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오늘로 288일째에요. (이 회장 장례 중인) 어제도 삼성은 가처분 결정에 대한 반박 서류를 보내왔습니다. 삼성생명 본사 2층의 폐쇄된 영업장에 저희가 들어와 있잖아요. 삼성은 이게 불법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고객창구인 여기가 개방돼 있을 때 들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삼성은 저희 때문에 이곳을 폐쇄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손해배상액 6~8억원을 청구해둔 상태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몇 가지 행동 제재 목록을 만들었고, 이걸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했다면 암환자들이 이곳에서 지낼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저희는 행동 제재가 부당하고, 이를 위반한 사실도 없다는 내용으로 이유서를 제출했습니다. 거기에 반박하는 서류를 삼성이 어제 보낸 거죠."

- 삼성생명만 그렇게 대응하고 있나요?

"아닙니다. 삼성 계열사 7곳이 저희에게 (소송 등을) 걸었어요. 총 5건이 엮여있는데 형사, 민사로 싸우고 있습니다. 이 근처에 있는 삼성화재·증권·자산운용 같은 계열사들이 집회로 인한 소음·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걸었지만, 저희는 어긴 것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현령비현령이라고, (고소·고발로) 걸 수 있는 건 다 거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삼성에 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려는 것 아닌지,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김근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근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대표가 지난 2018년 12월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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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어떻게 이깁니까"

- 이 회장이 병상에 있을 때 받은 배당금 액수가 상당합니다. 암환자들이 청구한 보험금액은 어떻게 됐나요?

"2년 동안 보험금을 못 받은 분은 50여일 농성 끝에 800만원을 받았습니다. 다른 한 분은 광주에서 올라와 3년 동안 싸우고, 이곳에 들어온 뒤 30여일 만에 보험금 원금과 이자를 받았고요. 사실 삼성은 고객 돈으로 성장한 회사 아닌가요. 그 돈을 가지고 이건희 회장은 6년 동안 배당액을 1조8000억원이나 받아갔습니다. 정작 계약자들은 예전부터 내온 보험료에 대한 보험금을 정당하게 받지 못해 여기서 살고 있으니,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 이 회장 조문 행렬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사도 많았습니다. 

"몇몇 감사한 기자분들도 있죠. 그런데 싸움이 장기전으로 가면서 보도가 크게 줄었습니다. 대항하고 싶어도 대항할 길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삼성에 정치권이 조문하는 기사들을 보면서 저희가 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을지. 망자에 대해선 당연히 애도하죠. 인간으로서, 사람의 도리로서는요. 그런데 고인이 이룬 업적 뒤에선 피해자들이 이렇게 피눈물 흘리는데 이 설움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요청할 수 있는 기관도 없고요. 방법도 없고, 속수무책으로 있으니까 진짜 (이 심정을)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 2018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아래 분조위)가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 권고했는데, 강제력이 없어 사실상 제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지급 권고는 권고일 뿐이죠. 보험금 문제로 금감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하소연해도 (관련 민원은) 전부 금감원 분조위로 가게 돼 있어요. 이런 문제는 금감원에서만 처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금감원 분조위 결정에는 강제력이 없잖아요. 그러니 암환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소송까지 가게 되는데, 삼성을 어떻게 이깁니까."

- 분조위 이후 다른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했나요?

"예를 들어 제가 A라는 보험사에 가입하고, 삼성생명에도 가입했다고 합시다. 같은 치료, 같은 약관인데 A보험사에 청구한 돈은 다 받았어요. 삼성에선 아직도 못 받았고요. 다른 암환자들에게 이런 접수를 받은 것만 해도 51건이 넘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5년 동안 싸우고 있어요.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고 국회에도 제출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피해자 문제부터 책임져야"

- 2016년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었는데.
"그동안 보험사들은 이런 분쟁이 생기면 판례 때문에 보험금을 못 준다고 버텼습니다. 금감원도 판례를 근거로 부지급이나 지급을 결정했고요. 그런데 2018년에야 2년 전 암환자에 유리한 판례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부랴부랴 분조위를 열어 이걸 근거로 암 입원비 지급 권고를 내렸고요. 삼성생명은 저희가 암환자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완치 후 후유증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몰고 가죠.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암 발병 후 5년 동안은 암환자로 인정해줍니다. 5년이 지나야 완치된 것으로 보는 거죠. (삼성 쪽 행태에) 너무 분노스럽습니다."

- 앞으로 삼성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회장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저희 암환자들끼리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래, 삼성의 모든 범죄들 다 해결해라, 나쁜 건 다 정리하고 새로이 해라'라고요. 삼성이 국민들을 더이상 배신하지 말고 정말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에 '법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겠다,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 약속을 이행하길 바랍니다. 진정한 기업의 오너라면 피해자 문제부터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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