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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김정재(오른쪽) 위원장과 이수정 위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호 법안 발표 기자간담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위는 서범수 의원 대표 발의 '스토킹법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등 2개의 법안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김정재(오른쪽) 위원장과 이수정 위원이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호 법안 발표 기자간담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위는 서범수 의원 대표 발의 "스토킹법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등 2개의 법안을 발표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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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국민의힘의 '4.7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아래 경준위)에 참여하게 됐다. 이 교수는 지난 7월 옛 미래통합당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아래 성폭력특위)에 합류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내년 보궐선거에선 양성평등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이 가치를 정당 내에서 강조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경준위 합류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젠더 문제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연달아 낙마했기 때문에 내년에 치러질 보궐선거에서 이 이슈에 대한 태도가 선거의 결과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전망은 타당하다. 하지만 젠더 의제는 선거와 무관하게 오늘날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기에, 이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 

원점타격? 선거준비로 적격? 

그러한 태도는 국민의힘 관계자의 발언에서 알 수 있다. 13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 교수를 경준위 위원으로 임명한 배경에 대해 당 관계자는 "선거가 촉발된 원인에 '원점 타격'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 교수 영입을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는 당 관계자는 "내년 재·보궐선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 교수가 적격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이 교수가 국민의힘 성폭력특위에 합류한 것이 7월 30일인데, 당시 김은혜 대변인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포함한 권력형 성폭력 의혹에 대해 피해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기구"라고 특위 구성의 목적을 설명했었다. 그러니까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이 없었다면 특위는 구성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이 공석이 되면서 내년에 치러질 보궐선거를 고려했을 것이고,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성폭력특위를 구성했을 것이다. 물론 정당은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유불리를 따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원점 타격"이니, "선거 준비에는 적격"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닌가 한다. 민주당이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권력형 성범죄 앞에서 국민의힘 역시 결백하다고 말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바꿀 의지가 있는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 후 생각에 잠겨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 후 생각에 잠겨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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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 교수가 국민의힘에 합류한 지 3개월이 돼 가는 지금, 국민의힘은 내년 선거와 별개로 젠더 이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성폭력특위는 지난 9월 말 1호 법안으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을 발의했다. 스토킹 범죄에 포함되는 행위를 명확히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고, 2차 피해 예방 및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9월 24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의 대표발의(서범수 의원 등 86인)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 처벌법은 이미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고, 당내 여성 인권 전문가인 정춘숙 의원이 지난 6월 21대 국회 처음으로 이미 발의했었다. 현재 스토킹을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비슷한 내용의 법률안이 21대 국회가 개원한 뒤 무려 6건이나 발의돼 있다. 과연 비슷하거나 똑같은 법안을 하나 더 발의하는 것이 '차별화'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서범수 의원의 법안은 정춘숙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더러, 내용은 정 의원의 법안이 더 상세하다.

최근 국정감사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보면 국민의힘이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진정성이 또 한 번 의심된다.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통계청이 이달 15일부터 실시하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동성 커플 가구 수 조사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성 커플이 '배우자 있음'에 체크 할 경우 고용인‧하숙인에 포함되는 '기타 동거인'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 의원의 주장에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김태흠 의원은 강신욱 통계청장이 "변경 가능한지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라는 답변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합법화돼 있지 않은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어딨냐"며 "우리는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항의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대한민국은 법상 동성혼이 허용되지 않는다. 사적인 장소도 아니고 기록이 되는 자리다. 답변을 정확히 해야 한다"고 사실상 '사상검증'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동성혼을 법제화하자는 것도 아니고, 동성 커플의 현황을 집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 현황 집계건, 법제화건 결국 제도권 정치가 주도해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 문제고, 여성인권과 평등의 관점에서 봐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여성인권'이 '이성애자 여성의 인권'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수정 교수가 국민의힘을 얼만큼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교수의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건 국민의힘 의원들이 바뀌려는 의지 아닐까? 이 문제를 단순히 민주당과의 경쟁으로만 받아들이니까 문제적인 발언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소수자 인권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이것을 제도권 정치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인지 치열한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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