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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관련 주문을 읽고 있다. 대법원이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이라고 판결함으로서,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 팩스 통보를 받은 지 7년여 만에 다시 합법화의 길을 걷게 됐다.
 대법원 자료사진.
ⓒ 사진제공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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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인이 하루 12건 이상의 사건 처리? 불가능한 미션

지난 2014년 한해,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만 총 3만7652건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대법관 신분이지만 실질적으로 재판을 담당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대법관은 사실상 12명에 불과하며, 이 12명의 대법관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2014년에 대법관 1명이 처리한 사건 수는 3183건이다.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대법관 1인이 하루에 12.2건을 처리한 셈이다. 상식적으로 '처리 불가능한' 업무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독일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은 300명이 넘는다

우리나라 대법관 수는 총 16명이었던 1970년대보다 오히려 그 수가 줄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후퇴를 가져왔던 1981년 "전두환 국보위 시절" 법원조직법의 개정을 통해 대법관 수도 축소되었다.

고도의 복잡화와 전문화가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법원의 정상화는 당연히 대법관의 대폭 증원과 전문 법원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12명의 대법관이 '살인적으로' 접수되는 사건 수를 실제로 처리할 수 있는가, 더구나 민사·형사라는 전통적인 분야를 넘어 행정, 재정, 사회, 노동, 특허 등 제반 분야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조금만 고민해도 상식적인 답이 나오는 사안이다.

독일에서 민사와 형사에 관한 상고심에 해당하는 연방(일반)대법원은 2014년 현재 12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 재정, 사회, 노동 등 다른 분야를 합하면 32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독일 연방 최고법원 구성은 전문화와 국민의 재판청구권 구현의 관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독일 최고법원이 복수로 설치됨으로써 개개 최고법원들은 특정한 영역에 관련한 상고 사건을 전문성을 가지고 재판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하여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한 재판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행정사건을 제외한 일반사건의 최고법원인 파기원(대법원)은 12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타 유럽 국가 대법원의 대법관은 대부분 100명 정도의 규모를 지니고 있다.

대법관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대법관을 많이 떠올리지만, 미국은 우리와 달리 헌법재판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의 위상과 역할이 우리와 상이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위헌법률 심판 등 헌법재판소 기능을 같이 수행함에 따라 "법령해석 통일의 기능"이 가장 강조된다.

반면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존재하는 국가의 경우 대법원은 '전문성 최대의 원칙'에 따라 각 전문법원에 소속된 다수의 전문적 대법관에 의한 "권리구제의 기능"이 강조된다.

국민의 사법 접근권 보장이 법원 개혁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법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나라 법관 정원은 2013년 10월 말 현재 2,739명으로서 인구 10만 명당 5.37명에 불과하다. 유럽의 경우, 모나코의 54.5명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와 유사한 법제를 가지는 독일이 24.5명, 스위스 16.5명, 프랑스 11.9명 등이다. 심지어 폴란드나 체코, 러시아도 우리의 4배에서 6배의 수준의 법관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일선 법관들의 업무는 실제로 과중하다. 워킹맘이던 30대 여판사가 과중한 업무로 과로사한 사건까지 있었다. 필연적으로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들의 권리가 실현되기는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법원 개혁은 국민의 사법 접근권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특히 최고법원으로서의 대법원의 재판을 받아보겠다는 국민이 절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대법관의 숫자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기 위하여 사실상 대법원의 재판을 받기 어려운 제도를 만들어 놓아서는 안 된다.

결국 법원과 법관을 대폭 증설, 증원하고 사법서비스의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마련되는 체제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법원 개혁의 바람직한, 그리고 필연적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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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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