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팀 아짐키야 유튜브 콘텐츠 목록.
 팀 아짐키야 유튜브 콘텐츠 목록.
ⓒ 유튜브

관련사진보기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데려다준 곳이 있다. 이름하여 '팀 아짐키야(Team Azimkiya)'. 이 이국적으로 보이는 채널이 유튜브에서 흥하게 된 것은 한국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 때문이다. 

이 채널의 콘텐츠는 단순하다. 누군가 팀 아짐키야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특정한 문장을 영상에서 읽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영상에서 선생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앞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그 문장을 읽어주고 아이들은 따라 한다. 이들은 영상 초반에 '상게 망게 후후'라는 정체불명의 의성어를 읊조리며 등장하고, 문장을 반복해서 읽다가 막춤을 추면서 영상이 끝난다. 대부분의 영상이 1분에서 2분가량으로 매우 짧다. 

이들과 인터뷰한 국민일보 산하의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에 따르면, 이들은 방글라데시의 한 마을에 거주하고 있고, 인터넷 연결이 되어 있어 유튜브 채널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짐키야'와 '상게 망게 후후'는 아무 뜻이 없다고. 

아짐키야 채널에는 많은 한국말 문장이 등장하는데, 지난 15일에는 '독도는 한국땅' 영상을 업로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영상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신고를 받아 비공개 처리됐다고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일로 인해 팀 아짐키야가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9월 21일 채널의 구독자 수가 2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 특정인의 이름을 넣은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부터 'OOO X신 새끼'라는 메시지까지. 후자의 영상의 경우 9월 24일 기준으로 조회수 240만 회를 돌파했다. 

팀 아짐키야를 향한 우리의 시선은 결백한가 
 
 팀 아짐키야
 팀 아짐키야
ⓒ 팀 아짐키야
 
그런데 이것이 '재미있는 영상'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봐도 유쾌하지가 않다. 열대우림인 것처럼 보이는 공간에 '문명'이 아닌 곳에 사는 것 같은 방글라데시 '원주민'(알려진 바로는 팀 아짐키야 멤버들의 국적은 방글라데시다)들이 어눌한 한국말 발음으로 한국어 문장을 외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로 '문명'과 괴리되어 살고 있지 않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이메일을 통해서 소통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 피버(Fiverr)라는 결제 플랫폼에서 팀 아짐키야에 수수료 2달러를 포함해서 17달러의 돈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렇듯 이들은 현대사회의 문물을 최대한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영상 속에서는 '원주민'스러운 설정을 통해 사람들(정확히 말하면 한국인들)에게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문제는 어눌한 한국말 발음으로 한국어 문장을 외치고, 열대우림같이 생긴 장소를 배경으로 뜻 없는 의성어를 외치는 모습이 '구경'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한때 미국 남북전쟁 이후에 유행했던 흑인들을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따라 하는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가 연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민스트럴 쇼와 팀 아짐키야가 다른 점은, 비백인 당사자냐 아니냐일 뿐 비서구에 거주하는 비백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구경거리로 전락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 비백인을 구경거리 삼은 '관람객'은 무의식적으로 문화적 우월감을 느끼는 강자의 위치에 있음은 물론이고.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차피 우리는 그들의 영상을 보고 재미를 느끼고 그들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윈윈' 아니냐고. 이것은 쉽게 반박될 수 있다. 만약 영상 속에서 동남아시아 국적의 남자들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모여 한국어 문장을 반복해서 외친다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일단 흥미롭지도 않을 뿐더러, '신기'한 장면도 아니다. '비문명' 국가의 '원주민'이라는 기획된 설정 하에서 웃음을 주는 것이라면, 과연 팀 아짐키야를 향한 우리의 시선은 결백한가? 

또, 서구 국가의 백인들이 모여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한국어 문장을 우스꽝스럽게 발음하는 영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백인 시청자들이 재밌다고 반응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역으로 한국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받았다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팀 아짐키야가 얼마나 한국에 애정을 품고 있건, 혹은 얼마나 상업적인 마인드로 콘텐츠를 제작하건, 그것을 보고 재밌다고 반응하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비백인-비문명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도달한 또 다른 형태의 인종차별

사람마다 정도에 관한 생각이 다를 테지만, 나는 한국이 더는 인종차별 청정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그러지 않게 된 지 오래되었다고 보는 중이다. 단순히 '깜둥이', '니그로'라는 단어를 써야만 차별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시선이나 기대감을 부여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 문장을 외치는 것은 전혀 신기하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한국어 문장을 외치는 것은 구경거리가 된다. 이 차이는 결국 우리가 팀 아짐키야를 평등한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아마 그들이 한국에 거주한 지 오래돼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면 또한 그것 역시 구경의 '재미'가 반감되었을지 모른다. 결국 돈을 매개로 평등하게 이어진 것 같은 이 관계는 '비문명 국가의 비백인 원주민'이라는 설정 없이 유지될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이 부디 이 영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으면 좋겠다. 인종차별은 한국 사회가 짊어져야 할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문제기 때문이다.
 

댓글4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