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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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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시끄럽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과거 군 복무 때문이다. 그중 가장 요란한 대목은 2017년 6월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아무개씨가 병가로 출타 중일 때 전화로 휴가를 연장했다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은 '황제휴가', '특혜', '탈영'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우리 아들 휴가 연장할래요!' 같은 청원이 올라왔다.

물론 추미애 장관이 당시 사회적 신분(여당 대표)을 내세워 아들의 군 휴가에 압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외압 혹은 청탁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출타장병이 휴대전화로 휴가를 연장한 게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질 문제일까? 

문자로, 카톡으로 휴가를 연장한 사례들 
 
코로나19 확산 방지 휴가·외박 통제 국방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장병의 외출과 외박, 휴가, 면회를 통제한 23일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에 부대 복귀를 앞둔 장병이 버스 승강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0.2.23
 지난 2월 23일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에 부대 복귀를 앞둔 장병이 버스 승강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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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7월에 약 1년 7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군 복무 기간 중 부대에서 휴대전화를 썼던 내 입장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휴가연장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나 역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휴가를 연장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휴가를 전화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연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육군규정이나 부대관리훈령 등은 부득이한 사유에 한해서 전화나 전보 등 '가장 빠른 통신수단'으로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 나는 군 복무 중 친척의 부고로 급히 휴가를 나간 적이 있다. 출타 중 부득이하게 휴가를 연장해야 할 일이 생겼고, 중대장에게 메시지로 상황을 설명한 뒤 휴가 연장이 가능한지 물었다. 그러자 곧장 "연장했으니 걱정 말아라. 가족들 옆 잘 지키고 오라"는 답변이 왔다.

또다른 사례도 있다. 함께 군 생활을 하던 동기는 풋살을 하던 중 심각한 부상을 입어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병가로 나갔던 이 동기 역시 (심지어!) 카톡으로 휴가를 연장했다. 부대마다 휴가 여건이 다르겠지만 병가 일수를 다 사용한 뒤 추가 휴가를 받기 위해서는 군병원의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 수술로 병가 일수를 다 채운 그 동기는 중대장에게 카톡으로 진단서를 보냈고, 중대장이 군병원에 승인을 받은 뒤 추가로 병가를 받을 수 있었다. 나와 동기 모두 문자와 카톡으로 휴가를 연장했다.

또 다른 동기는 집이 제주도였는데 태풍으로 비행기가 결항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날 내가 당직병이었는데, 그 동기는 시간마다 한 번씩 부대로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동기는 다행히 기상환경이 좋아져서 조금 늦게 출발해 가까스로 부대에 도착했지만, 혹시 휴가 복귀 시간보다 늦을 경우를 대비해 휴가 연장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다. 

나와 동기 2명 모두 '부득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휴가 연장이 가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우리 아들 휴가 연장할래요!' 속 사연 "셋째 아들이 군복무 중인데 이번에 휴가 나오면 복귀 안 시키고 전화로 휴가 연장하겠다"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출타 중인 병사의 상황에 따라, 그리고 지휘관의 재량에 따라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지난 15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화나 카톡 등으로 휴가연장이 가능하다고 한다"는 말을 했다. 몇몇 언론은 이 발언을 보도하며 제목에 "카톡으로 휴가 연장? 어떤 미친 지휘관이 해주겠나"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달았다. 이 언론사가 뽑은 제목대로라면, 내가 근무했던 부대 지휘관은 '미친 지휘관'이 된다. 과연 그럴까? 나와 가족은 아직도 휴가 연장을 허락한 그 중대장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휴가를 연장해준 덕분에 하루라도 가족 곁에 더 머무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16일 치 '조선일보' A03면 보도. '군 내부 "카톡으로 휴가 연장? 어떤 미친 지휘관이 해주겠나"'라는 제목이 달렸다.
 2020년 9월 16일 치 "조선일보" A03면 보도. "군 내부 "카톡으로 휴가 연장? 어떤 미친 지휘관이 해주겠나""라는 제목이 달렸다.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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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군대는 과거와 달라졌건만... 이 상황에 정작 피해보는 건 장병들

'전화 휴가 연장'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 언론은 휴가 나온 장병에게 '전화로 휴가 연장이 가능한 걸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장병은 몰랐다고 답했다.

모르는 게 자연스럽다. 나도 부득이한 상황이 생기기 전까진 몰랐으니까. 보통 휴가는 한 달 전에 신청한다. 장병들은 예견된 휴가를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연장할 생각을 안 해볼 가능성이 크다. 설령 연장 생각을 했더라도 개인이 보유한 연가에서 추가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년휴가를 생각해서라도 굳이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정리하면, 추미애 장관의 아들은 수술로 두 차례 병가를 받았고 추후 휴가는 개인 연가를 사용했다. 이 휴가에 부당한 청탁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추 장관 아들의 당시 정확한 상황이 어땠는지는 비록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휴대전화로 휴가를 연장한 일이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질 일인가에 대해선 깊은 회의감이 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간사와 의원들이 16일 국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의혹에 대한 기자회겨을 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간사와 의원들이 16일 국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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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인 내가 바라보기에 이 문제는 어떻게든 배보다 배꼽을 크게 만드려는 시도로 보인다. 휴가 연장을 대면으로 했던 50대·60대 아저씨들이 세상 바뀐 줄 모르고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라떼는 안 그랬는데!!!'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군대는 과거와 달라졌다. 아직까지 과거 군대가 지금 군대와 같다고, 혹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보수야당 정치인들이야 이 일로 여야 대립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평할 듯하다. 하지만, 이 문제가 커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정말 아파서 휴가를 부득이하게 연장해야 하는 장병들, 가족의 부득이한 변고로 휴가를 연장해야 하는 장병들이다. 전화 등 가장 빠른 통신수단으로 휴가 연장이 가능한데도 지휘관들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까봐 휴가 연장을 안 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추 장관 아들 논란의 핵심은 휴가연장 속 외압·청탁 여부다. 그 부분만 조사하면 될 것을, 당직병을 찾아내고, 실명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받아내고, 담당 군 관계자까지 불러가며 일을 키우고 있다. 전화로 휴가를 연장한 게 그렇게 문제가 될 만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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