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셀리셀리느

셀린셀리셀리느 ⓒ 강선영

 
2016년에 2집 <꿈, 막다른 바다, 바람을 기다리다>를 발매한 이후로 근 4년만에 발매하는 셀린셀리셀리느의 3집 <연가>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지난 8월 초, 2년 만에 다시 인터뷰를 진행했다(관련 기사 : "음악과 의사, 둘 다 쉽지 않지만.." 한 인디 뮤지션의 삶).

특별히 셀린셀리셀리느의 1,2,3집 앨범 자켓 디자인에 꾸준히 참여한 디자이너 지나와도 함께 인터뷰를 했다. 

- 셀린셀리셀리느라는 독특한 이름에 대한 간단한 소개 및 그간의 활동 내용좀 알려주세요.
"셀린셀리셀리느(이하 셀린) : 셀린셀리셀리느는 '더 실링 오브 실리 셀드 피플(The Ceiling of Silly Celled People)이라는 괴상한 음운 법칙의 영어문장에서 탄생한 밴드명이고, 그게 '멍청하게 자기 자신을 가둔 사람들이 바라보는 천장'이라는 뜻이에요. 현재는 밴드가 아니라 솔로로 활동 중이고, 정기적으로 클럽 '빵'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진 이후로는 개인적인 일도 겹치고 해서 계속 집에서 녹음이랑 곡 작업만 하고 있어요. 2집 이후에 몇 가지 외부 작업 외에는 3집 작업에만 집중했습니다." 

- 본격적으로 수록곡들에 관해서 이야기 하기 전에 앞서, 앨범 타이틀 <연가>와 타이틀곡으로 '백야행'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셀린 : 이건 처음부터 결정한 건데, 이번에 노래 가사가 전부 다 사랑이야기예요. 대상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관한 얘기라서 연가라고 타이틀을 지었습니다. 곡중에서도 연가가 있어서 그 곡이 타이틀곡이 될 것 같다고 예상 했는데 장고 끝에 타이틀곡은 '백야행'으로 결정했어요. '연가'는 최신 대중음악들과 연결해서 붙여보면 좀 이질감이 많이 드는 느낌이라서요. '백야행'이 무난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 그럼 '연가'는 더블 타이틀곡으로 된 거죠?
"셀린 : 그렇죠. 첫번째 타이틀곡은 '백야행'이고 두번째 타이틀곡은 '연가'예요."
 
<연가> 앨범커버  셀린셀리셀리느 3집 <연가> 앨범커버

▲ <연가> 앨범커버 셀린셀리셀리느 3집 <연가> 앨범커버 ⓒ 지나

 
 
- 메인 커버 이미지가 새까만 바다에 배가 떠있는 이미지인데, 전체 앨범과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셀린 : 앨범 커버가 잘 보면 새까만 바다에 배가 떠있는 게 아니고 도시와 건물의 풍경이에요. 이게 홍대 근방 서울 화력발전소 풍경이거든요. 그 장소를 '김일안'이란 뮤지션 형님이 사진으로 찍었어요. 지금, 도시에 살고 있는 내가 배를 타고 도시를 유유자적 크루징하는 이미지가 떠올라서 앨범 커버로 쓰게 됐어요."

- 그럼 이 커버가 사진 위에 그림을 덧그리신 걸까요?
"지나 : 그렇죠. 사진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린 건 아니고, 그림을 따로 그려서 사진에 합성하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셀린 : 실제 도시와 내가 느끼는 도시의 몽상 같은 풍경을 합성한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세요."

- 지나님은 셀리셀리셀리느님과 1,2,3집 앨범 아트워크를 계속 같이 작업해오셨는데 처음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간의 작업들에 관해서 들어보고 싶네요.
"
셀린 : 처음 1집 때는 뮤지션 '유니크쉐도우'를 중심으로 우리 '사단' 같은 무리가 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 프로덕션처럼 발전하지 못한 게 아쉬운데 그 사단에 속한 아트디렉터가 지나 누나여서 당시 앨범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같이 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지나 : 그런데 저는 1집을 같이 작업하자고 왔을 때 좀 의외이긴 했어요. 전혀 예상을 못했어요. 왜냐면 그때까지 친분이 별로 없었고, 별로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었어요. '바다비'라는 당시에 셀린이 중점적으로 활동하던 클럽에 붙어있던 포스터 때문에 연락을 했다고 했어요."

- 3집 음반을 들어보니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타와 노래로만 이루어졌던 1,2집에 비해 사운드가 풍부해진 점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 전에 저와 인터뷰 할 때 3집은 '포크 싱어로서의 괴작'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셨는데, 그런 생각이 반영된 걸까요? 
"셀린 : 맞아요. 화려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오랫동안 곡 작업을 하다 보니까 아이디어들이 계속 덧붙여져서 괴작이 나오더라고요. 그렇지만 심플하게 갈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작업중인 4집은 다시 심플하게 돌아갔지만요. 이렇게 작업을 하다보니까 피곤해져서.(웃음)"

- 3집 결과물에 만족하시나요?
"셀린 :네, 이번 앨범은 내 음악적 커리어에서 꼭 있어야 하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흥하든, 망하든. 하고 싶은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한 번쯤 그래보고 싶었어요."

- 사운드적으로 가장 신경을 썼다거나, 이전 앨범들과 달라진 점은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셀린 :이번에는 화음이 제일 두드러지게 만들었어요. 이전 앨범들이 단독 악기들이 나열된 거라면, 이번에는 완전히 중첩돼서 화음을 쌓는 식으로 작업한 게 예전과 가장 다른 점인 것 같아요. 많이 화려해졌죠. 이전에는 선이 굵었다면 이번에는 자잘한 덧칠을 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세요. 그게 맘에 들고요."
 
<연가> 앨범 이미지  연가

▲ <연가> 앨범 이미지 연가 ⓒ 지나

      
1. 연가

- <연가>는 제목이 로맨틱한데 가사는 체념을 담고 있어요. 이 노래로 앨범을 시작하신 이유가 있을지?
"셀린 : 처음 들었을 때 다른 곡들보다 전체를 통괄하는 사운드로 만들어진 노래를 1번곡으로 배치했어요. 그래서 1집의 1번곡이 '외팔소녀', 2집의 1번곡이 '꿈, 막다른 바다, 바람을 기다리다'였던 거예요. 그 앨범을 사운드적으로 관통하는 정서의 곡들이라고 생각해서 정하게 됐어요."

- 그러면 지나님의 경우에는 앨범 커버 작업을 할 때 내용적으로 작업을 할까요? 아니면 사운드적으로 하는지?
"지나 : 셀린의 경우에는 둘 다 고려를 해요. 가사 내용을 처음부터 고려하지는 않고 처음엔 사운드적으로 접근을 해요."

- '연가' 가사 부분 이미지를 보면 뭔가 물결 속에 원이 그려진 형태라서 감추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어떤 생각으로 작업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지나 : 사실 셀린의 앨범 커버를 작업하는게 다른 작업과 차이가 있는게, 작업 방식 자체가 추상적으로 많이 진행돼요. '이런 식의 결과물이 나와야겠다'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하면 안맞더라고요. 저도 이번 앨범 작업을 기존에 익숙하지 않은 판화로 했거든요. 여러가지를 작업하고, 그 중에서 고르는 추상적인 방식으로 많이 진행을 했습니다."

   
<연가> 앨범 이미지  삐뚤어진 새

▲ <연가> 앨범 이미지 삐뚤어진 새 ⓒ 지나

   

2. 삐뚤어진 새 

- 곡제목에서 '새'가 지칭하는 대상이 따로 있을까요?
"셀린 : 사실 중의적인 표현이에요. '새'가 아니고, 삐뚤어진 '사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냥 그런 표현을 좋아하다 보니까 새라고 한거예요." 

"지나 : 그래서 처음에 '새'를 그릴 뻔 하기도 했어요. (웃음)"

- 그러면 이 노래 가사에는 앨범 속지가 황토색 배경에 자코메티 조각풍의 길쭉한 사람이 그려져있는데..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신 걸까요?

지나 : 사실 셀린이 곡마다 곡을 쓰게 된 배경이 적힌 작가노트 같은 걸 저한테 줬어요. 그걸 같이 읽어보면서.. 작업을 했는데, 이 노래의 경우에는 다른 노래들보다 텍스트에 의지를 좀 많이 했어요.

- 이 노래에서 '나는 다르다, 나는 다르다, 나는 다르다! 고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나' 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하고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셀린 : 나는 다르다고 외치는데 다들 다르다고 외치는 그 중의 나, 에 관한 얘기에요." 

"지나 : 결국엔 다를 게 없는데 다르다고 우기는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전 이 곡을 제일 많이 들었고, 제일 좋아해요."
   
<연가> 앨범 이미지  백지

▲ <연가> 앨범 이미지 백지 ⓒ 지나

   

3. 백치 

​-  도입부에서 나오는 일렉 기타 라인과 흥겨운 리듬의 사운드가 인상적이지만, 가사를 보면 곡의 그런 분위기가 오히려 반어법 적으로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란 느낌이 듭니다.
 "셀린 : 이 노래는 거의 락이나 메탈 느낌이 들게 하는 가사죠." 

- '백치'라는 것도 어떤 특정한 대상이 있는 걸까요?
"셀린 :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 '백치'를 읽을 무렵에 곡이 만들어졌어요. 소설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이 '백치'예요. 그리고 그 주인공을 증오하는 여자들이 몇 명 나와요. 그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증오하는 여자들이요. 그 사람들의 대사들 중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 그런 대사가 있어요. 거기에서부터 출발을 했는데 사실 내용은 전혀 상관이 없어졌어요."  

- 이 노래의 앨범 속지는 물 속에서 상어떼가 유영하는 모습을 그리신 것 같은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지나 : 제가 꿈일기를 따로 노트에 쓰거든요. 이 그림을 작업할 때는 그 꿈일기를 뒤져봤어요. 이 노래에 관해서 추상적으로 접근을 해야겠다 싶어서. 내가 꾼 꿈 중에서 이미지를 건지고 싶은데, 뭐가 있을까 하다가 수영장 가득히 상어와 돌고래가 있는데, 제가 그 물속에 안 빠지려고 조심조심 돌아다니던 그런 꿈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 꿈의 모습들 중에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연가> 앨범 이미지  백야행

▲ <연가> 앨범 이미지 백야행 ⓒ 지나

    
4. 백야행 

- 타이틀곡인 '백야행'에 관해 이야기 해볼게요.다른 곡들은 반어적이거나 중의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데 이 노래는 약간 대놓고 로맨틱한 내용의 노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쓰인 단어들도 '별'이라거나 '하늘' '우주'같은 내용이 많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노래를 들으며 작은 섬의 바닷가 같은 이미지를 많이 생각했는데, 실제로 최종 마스터링본으로 음악을 들어보니 곡의 마지막 부분에 바닷물 소리가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셀린 : 어떤 관계에서 폭풍이 몰아친 이후에, 다시 행복을 찾아떠나는 연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들의 특별했던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처음으로 만나서 약속했던 그 바닷가의 해변으로 다시 가서, 처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는 이야기예요."

- 그러면 앨범 속지 작업을 할 때도 뭔가 이 노래의 경우애는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가 있었을까요?
"지나 : 노래를 들었으니까, 그냥 곡 자체의 이미지나 가사를 기반으로 작업을 했어요."
 
<연가> 앨범 이미지  젊음의 서

▲ <연가> 앨범 이미지 젊음의 서 ⓒ 지나

 
5. 젊음의 서

- 다섯번째 곡 '젊음의 서'는 끊임없이 나오는 '우리는 푸르다'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이고, 개인적으로는 들을 때마다 항상 불가능한 젊은 '꿈'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노래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셀린 : 이 노래는 사실 아주 옛날에 만들어진 노래인데요. 예전에 '피드 마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예술 모임을 가지면서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들이 투영되며, 구체적인 곡으로 완성이 됐어요. 제 경우에는 저와 비슷한 사람들에 대한 동료애가 있어요. 어렵게 음악을 계속 해나가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거든요. 이 곡도 그렇고, 뒤에 '안녕'이란 곡도 그렇고. 그래서 이 노래는 그냥 '우리는 푸르다, 우리는 젊다' 그렇게 계속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루어지건 안 이루어지건 계속 나가는거죠. '나프탈렌을 씹는다'는 가사는 우리는 방부제처럼 썩지 않고 계속 나아갈 거라는 그런 이야기예요."

6. 화장을 하는 너의 곁에 서서 

- 여섯번째 곡은 제목 자체로 굉장히 명확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곡이기도 하고,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곡 같기도 합니다.
"셀린 : 이 노래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긴 좀 그렇지만, 이 노래가 제일 슬프고, 힘들었을 때의 이야기예요.'

- 제가 미리 디자인 시안을 받았을 때는 뒷배경이 새하얗게 되어있었는데, 지금 뒷배경에는 동그란 원이 그려져 있어요.
"지나 : 한 번 드로잉을 했었는데.그게 너무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셀린이 아예 백지로 가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노래 자체가 밝으니까, 크게 생각은 안 하고 하얀 배경에 원을 판화로 찍었어요. 가사 안에서 서로 속한 다른 세상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공간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연가> 앨범 이미지  안녕?

▲ <연가> 앨범 이미지 안녕? ⓒ 지나

    
7. 안녕?

- 일곱번째 곡은 비교적 심플한 구성에 신디사이저가 활용된 비중이 높은 곡입니다.
"셀린 : 가상악기가 아니고 실제 빈티지 신디사이저를 많이 활용한 곡이에요. 마이크로 코르그와 MC909를 메인으로 사용했어요."

- '외로운 무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가사 때문에 인디씬의 뮤지션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 곡이었어요. 코로나19 영향도 있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도 점점 축소가 되는 느낌인데. 최근 활동하며 느끼신 게 있을까요. 
"셀린 : 사실 근데 최근엔 외부 활동을 거의 안 해서. 근데 활동을 안 한다는 것 자체가 씬의 축소라거나, 바뀐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디씬 자체는 있는데 많이 변화했단 느낌이고, 그게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잘모르겠어요."

- 이 노래의 속지 그림은 작은 아이가 하얀 민달팽이를 안고 위로하는 느낌인데, 어떤 의도였을까요?
"지나 : 이것도 꿈의 이미지인데, 이걸 오케이할까 싶었어요. 왜냐면 그림이 너무 동화적인 느낌이 들어서..."

"셀린 : 잘어울린다고 느꼈어요."
 
<연가> 앨범 이미지  나의 도시, 나의 사랑

▲ <연가> 앨범 이미지 나의 도시, 나의 사랑 ⓒ 지나

    
8. 나의 도시, 나의 사랑 

- 여덟번째 곡 '나의 도시, 나의 사랑'은 앨범의 모든 수록곡들 중에서 가장 싸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강하게 느껴지는 곡이기도 해요. 마지막곡 바로 앞에 배치 되었다는 점에서, 뭔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전에 하이라이트를 찍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셀린 : 사실 어떤 사람들 한테는 납득이 안 갈 만큼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어요. 아무도 눈치 못챘겠지만 LP의 노이즈랑 테이프의 노이즈랑 디지털적인 노이즈가 다 다르게 들어가 있어요."

- 이번에 믹싱 작업을 본인이 직접 다 하셨죠? 
"셀린 : 믹싱도 그렇고, 이번엔 마스터링까지 둘 다 제가 했어요. 그래서 터지는 부분에서 비트레이트를 확 낮춘다거나 하는 식으로 섹션마다 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노이즈를 다 사용해서 쌓고, 중첩해보고, 뭉그러뜨려 보고 싶었어요. 밸런스가 맞다는 전제 하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어요. 이 노래는 절제하고 싶지 않았어요."

- 제목과 노래 가사로 유추해 보자면 가사 안에서 '너'라고 말하는 대상이 '도시'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 맞을까요?  
"셀린 : 이 곡 가사 자체가 굉장히 중의적이라서 사실 도시만 지칭하는 건 아니에요. 가족, 정치, 경제,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내가 갈망하는 사람들, 온갖 대상이 다 들어있어요. 그래서 싫은 것에 대해서 싫다고 얘기하고 싶기도 했고, 내가 갈망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갈망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어떤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거라서 애증이건, 사랑이건 그런 것들에 관해서 뒤섞어서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해요."

- 이 앨범 속지가 첫 번째 곡 '연가'에 그려진 그림과도 비슷해 보였는데요. 
"지나 : 제목에 '나의 도시'라고 나와있는데 뮤지션인 셀린이 보는 도시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표지를 염두에 두고 그리게 됐어요."

9. 나의 멸망 

-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홉번째 곡은 무려 '나의 멸망'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슬픈 결말로 앨범을 마무리하고 싶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던데. 
"셀린 : 원래 그런 걸 좋아해요. 반어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가사가 어두우면 곡분위기를 띄어버리고, 가사가 따뜻하면 곡을 어둡게 만들기도 하고요. 이전 앨범에 실린 '완벽한 날'도 가사는 반어적인 내용인데 곡은 부드럽게 표현했어요."

-  반어적인 느낌이 드는 이 곡에서 말하는 '멸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셀린 : 사실 이 노래를 3집 앨범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만들었고, 제일 먼저 데모 버전을 SNS에 공개한 곡이기도 해요. 3집 내기 전에도 약간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 때 만든 노래예요. 멸망하는 걸 인정하는 것도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곡을 쓴 모티브 자체는 타인의 몰락을 보면서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고, 그런 과정을 보면서 자신의 멸망을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는 보는 시각 자체가 항상 슬퍼요. 인간은 어차피 죽는 거고. 그런 근원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노래에 담게 되네요."
 
셀린셀리셀리느 셀린셀리셀리느

▲ 셀린셀리셀리느 셀린셀리셀리느 ⓒ 지나

 

- 씨디도 그림이 없고 은색 공씨디에 이름이랑 노래 제목들만 쓰여 있는데. 
"셀린 : 'Thanks to'를 보면 '90년대 나를 설레게 했던 모든 음악가들에게 바친다'고 했어요. 이게 사실 곡마다 90년대의 어떤 곡에 대한 오마쥬가 다 있어요. 이걸 아는 사람은 알 거고, 모를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으로 씨디 세대였던 나를 위한 오마쥬로 이렇게 만든 거예요. 

"지나 : 처음에는 아에 아무 것도 안 쓰고 공씨디로 만들려고 했어요, 저는 그걸 반대했고."

"셀린 : 아무것도 안 넣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앞뒤가 구별이 안 갈 것 같다고 해서."

- 마지막으로 셀린셀리셀리느님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셀린 : 4집이요. (웃음) 그리고, 9월 한달간 합정에 있는 '호랑이'라는 술집에서 앨범 아트워크 전시와 함께 앨범 구매자들을 위한 무언가를 진행합니다."
셀린셀리셀리느 연가 앨범발매 인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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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노래로 지어부르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때때로 글을 쓰기도 하는 작업자. '유유'는 한자로 있을 '유'를 두 번 써서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멋대로 사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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