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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정착한 17세기 이래 지금까지 경험한 불황은 경제학적으로 몇 가지 특징을 보입니다. 그 특징은 주로 불황 발생의 원인, 불황이 영향을 끼친 정도(기간, 심각도, 지역)를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불황의 발생 원인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크게 경제의 두 파트 즉, 돈(화폐, 금융)과 실물(수요,공급; 소비(투자), 실업)의 원인을 각각 들 수 있습니다. 화폐적 흐름에 문제가 생긴 대표적 불황이 비교적 최근에 경험한 97년 IMF 위기와 08년 세계금융위기입니다. 각각 외환부족과 신용경색으로부터 불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실물을 기반에 둔 불황의 대표적 사례는 대공황, 70년대 오일쇼크를 들 수 있습니다. 각각 과잉공급에 부합하지 못하는 소비부족(소득감소=실업확대), 원자재가격상승에 의한 공급부족에 의해 불황이 온 케이스입니다.

불황은 화폐와 실물에 기반해서 출발한다하지만 한번 불황국면에 진입하면 이 양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경제전체, 인간생활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 영향은 영향이 지속되는 시공간적 범위, 그리고 그 영향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다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오일쇼크와 08년 세계금융위기의 범위가 국소적인 아닌 전 지구적 현상이었다면 대공황은 서구 선발 자본주의국가 중심의 대불황이었으며, IMF 외환위기는 남미나 동아시나 등 이머징국가 중심의 국지적 현상이었습니다.

지속기간도 각기 상이합니다. 대공황이 1929년 발발하여 짧게는 5년 길게는 10여 년간 영향을 미친 반면 IMF외환위기나 세계금융위기는 2~3년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 심각성을 기준으로 대공황은 1930년대 내내 미국을 비롯한 선발자본주의국가의 금융시장 붕괴와 실업대란을 초래하였습니다. 대공황기(1929~1932) 미국의 주식시장은 기준점대비 80%가 폭락했고, 실업자는 1500만명, 실업율은 30%를 넘나들었습니다. IMF시절 우리나라의 주가가 280P로 폭락하며 전고점 대비 약 65% 폭락한 것과 비교해도 그 정도가 큰 것이었습니다.

이제 불황이 갖는 과정상의 특징을 살펴봅시다. 불황은 무엇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대화시킵니다. 이 말은 불황이 시작될 때 발생한 어떤 악재를 그 순간에 불황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이벤트가 지속되는 기간 내내 이것을 불황으로 규정할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특징으로 요약됩니다. 불황이 지속되는 기간 내내 에코(echo)불황이 연이어 뒤따릅니다. 떨어졌다 일순 반등하며 마치 불황이 아닌 듯한 인상을 주며, 그래서 그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코로나사태 또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세계적 불황의 신호탄인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여전히 하나의 악재로 충분히 극복가능하며 수익 창출의 기회로 보는 견해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불황인지의 여부나 그 정도가 얼마가 될지에 대해 여전히 상반된 견해가 대립되는 이즈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제약된 정보 하에서 투자의 원칙을 세우고 지켜가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나는 이번 코로나사태를 어느 정도의 심도와 지속성을 갖는 사태로 판단하여, 그에 따라 나의 투자금액을 어떻게 배분하겠다' 등의 자기 투자원칙입니다.

투자원칙을 세웠다면 그 다음은 일련의 사태를 경제, 사회적으로 풀어 그 이면을 보는 힘을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중국침체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만약 중국 생산이 저하될 경우 실물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중국 자본의 이동경로, 그에 따른 환율, 금리 등의 변인과 영향관계 등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봐야 합니다. 세계 경제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연계돼 있고 국제 분업원리에 의해 공급과 수요가 그물처럼 연결돼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시그널은 언론을 통해 공개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의 미국 국채금리 하락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안전자산 회귀가 의미하는 바는 단기 경기침체의 신호입니다. 미국의 경기침체 대처법(예를 들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의 규모), 중국의 내성(외환보유액) 등을 가늠하며 우리의 처지를 봐야 합니다.

미국이 최근 0.5%의 금리를 인하했고 오는 3.18일 FOMC에서 또다시 0.5%를 인하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과거 금융위기 때의 예를 보면 양적완화를 한차례 단행할 때마다 약 7000~8000억 달러씩 풀었습니다. 중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약 3조 1000억 달러(이중 미국채 보유량이 1조1000억원내외) 내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내외인 점을 보면 중국이나 우리나 GDP의 약 20% 수준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금리와 환율, 통화량, 각종 실물지표를 유심히 보면서 상호간의 영향관계 등 이면의 흐름을 살펴야 합니다. 그 와중에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그 컨센서스 하에서 심리가 모여집니다. 대중이 모두 전문가는 아니라 하더라도 대중의 심리는 동물적으로 시장과 부합합니다. 이것이 인류의 힘입니다. 그래서 대중보다 빠르게 시장을 읽기 위해서는 자기 원칙과 시장 원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요.

길든 짧든, 크든 작든 우리는 지금 코로나 터널에 들어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가가 급락하고 전세계 주식시장이 큰 폭의 하락장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이같은 국면에서 단기간 과거의 투자가 마이너스에 머물거나 그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나 이 악재가 세계경제 전반의 흐름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즉 생산, 소비로 대별되는 실물경제의 성장율을 저해하고 그에 따른 금융경색, 자본이동을 초래할 만큼의 영향을 주는 사태로 장기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보다 긴 호흡으로 보되, 너무 겁을 먹거나 너무 낙관할 일이 아닌 거지요. 호황이 줄곧 지속될 수도 없는 것처럼 불황도 언젠가는 끝나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태그:#코로나바이러스, #경기침체, #코로나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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