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K리그 절대 1강팀 전북의 수비 불안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시드니 주빌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예선 3R 전북현대와 시드니FC의 경기에서 전북은 가까스로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전북은 2경기에서 벌써 4골을 내주며 수비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해낸 뒤 벨트비크와 함께 기뻐하는 수비수 홍정호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해낸 뒤 벨트비크와 함께 기뻐하는 수비수 홍정호 ⓒ 한국프로축구연맹

   
최강희부터 모라이스까지 해결하지 못한 수비

전북의 수비에 대한 고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북은 2006년 ACL 우승을 차지한 뒤 줄곧 K리그의 신흥 강자로 군림했던 시절에도 수비에 대한 고민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최강희 감독이 중국으로 떠날 때 까지도 해결하지 못했던 이 수비에 대한 문제는 모라이스 감독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부터 전북은 최소 국가대표 상비군 경력이 있는 국내 선수를 선호했다. 조성환, 이재성, 권경원, 김기희, 김민재, 김형일, 임종은 등 K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두 거쳐 갔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전북이 ACL 대권을 향해 가는 길에 안정감을 선사하지 못했다. 김형일-임종은 조합이 2016년 ACL 우승을 안기긴 했지만 알아인과의 결승 1, 2차전에서 상대에게 많은 슈팅을 허용했었고,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상대 에이스 오마르 압둘라흐만에게 대인마크를 주문하는 등 수비에 만전을 기했던 전북이기에 내용상 100% 만족하긴 어려웠다.

지난 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정호-김민혁 조합으로 ACL 무대에 나선 전북은 기록상으론 8경기 5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수치를 보였지만 16강 탈락으로 결과가 따라오지 못했다. 16강 2차전 홈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수비불안으로 인해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김형일은 2016년 전북현대의 ACL 우승을 이끈 뒤 광저우로 이적했다.

김형일은 2016년 전북현대의 ACL 우승을 이끈 뒤 광저우로 이적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과거보다 어려워진 ACL과 수비수 수급

2016년 이후 전북의 악재가 시작됐다. 과거와는 다르게 한국 수비수들의 가치는 매우 올라갔기 때문이다. 아시아쿼터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ACL 우승을 위해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한국 선수들을 선호하는 풍토가 생기며 유능한 수비수들의 이탈이 가속화 되었다. 이 과정은 전북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주전급 수비수들이 매년 이적하며 전보다 더 수비의 안정성을 가져가기가 어려워졌다. 

리그와는 달리 ACL은 상대하는 공격수의 수준 자체가 다르다. 아시아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나 유럽이나 남미 등지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고 접근한 아시아 부호의 클럽 팀들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ACL에선 순간적인 번뜩임을 보이는 공격수들을 수비수들이 통제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수비수들의 수급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상대팀의 공격수들의 수준은 계속 올라가다 보니 ACL에서 전북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번번히 미끄러지고 있다.

올해 역시 전북은 수비수 영입에 만전을 기했다. 수원에서 구자룡을 데려왔고, 아시아 등지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던 오반석을 영입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곤 하지만 사실 이 두선수가 기존의 김민혁-홍정호 조합을 뛰어넘기엔 많은 의문부호가 따른다. 오반석은 이제 노쇠화가 진행된 상황이고, 구자룡은 대인방어나 투지가 뛰어나지만 빌드업에서 약점을 보인다. 
 
 과거 전북 소속으로 월드컵에 다녀온 윌킨슨

과거 전북 소속으로 월드컵에 다녀온 윌킨슨 ⓒ 전북현대모터스


전술이나 조합으로 어렵다면 외인도 고려해야...

이제 전북은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전북은 외국인 쿼터를 대부분 공격 라인의 선수들로 채워 넣었다. 물론 그동안 이러한 외국인 선수 정책 덕분에 아시아 최고의 공격진을 갖췄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작년, 제작년엔 외인농사가 완전히 실패하며 쿼터만 낭비하는 결과를 얻었다.

공격쪽에 쏠린 외인쿼터를 수비진에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의견이 슬슬 나오고 있다. 이는 낭비되는 쿼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수비의 안정까지 가져가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과거 전북에 몸담으며 월드컵에 다녀온 윌킨슨의 사례도 있는데다. 수원, 울산, 서울처럼 수비진에 확실한 선수로 외국인 쿼터를 할애해 수비라인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

더 이상 한정된 자원이 진행하는 수비전술로 수준이 높아진 ACL을 재패하기는 어려운 상황과 더불어 국내의 유능한 수비수를 영입하는데 한계가 있는 악재 속에서 자금력이 풍부한 전북이 ACL 제패라는 목표를 위해 한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방법일 것 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연 전북은 지금의 수비불안을 이겨내고 5년 만에 ACL을 제패할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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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챔피언스리그 전북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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