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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집행부가 설 명절을 앞둔 1월 22일 울산지역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현대차노조 집행부가 설 명절을 앞둔 1월 22일 울산지역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 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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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현대자동차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1차 실무협의를 열고 "현재 회사 측이 중국 푸양시, 산동성 업체 생산 가능여부와 재공 파악 등 와이어링 상태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는 2월 3일 오전 회사 측의 최종점검 후 오후 재협의를 통해 중국 상황에 따른 휴업 조건에 대한 합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의 이같은 공식 발표는 오후 5시쯤 나왔다. 하지만 이 발표가 나오기 전 노조의 당부에도 일부 언론이 '국내공장 가동 중단' 등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면서 2년 이상 쌓아온 현대차노조와 언론 간의 믿음 관계가 무너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년 이상 지속된 언론과 현대차노조의 공식 채널이 사라진 까닭

2년 전 현대자동차 노조(이하 현대차 노조)는 처음으로 언론사 기자들과의 SNS 소통방을 개통했다.

현대차 노조가 100여 명의 기자가 참여하는 SNS 소통방을 개설한 이유는, 그동안 보수언론 등을 통해 '귀족노조'로 뭇매를 맞던 현대차 노조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기자들은 이 방을 통해 정확하고 앞선 정보를 얻었다.

최근 현대차노조 집행부가 새로 바뀌고도 소통방은 계속됐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31일 돌연 소통방을 삭제한다고 밝히면서 2년 이상 진행된 언론과 현대차노조간 대화의 장도 막을 내렸다.

SNS 소통방 중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노조를 믿지 못하는 언론의 성급함 또한 소통방 중단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사태의 발단은 31일 오전 현대자동차 현장에 '현대차 생산차질 불가피 예상'이라는 제목의 문자가 돌면서 시작됐다.

현대차 노조가 언론 단체방에 공개한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와이어링(유라코프레이션) 중국공장 환자사망건 발생해 폐쇄(2/9일까지) 불가피. 현대차 전공장 생산차질, 2월 4일경 재고 소진으로 생산라인 정지 불가피. 이에 사측은 노조에 단체휴가 문제로 협의를 요청한 상태. 1월 31(금) 노조와 협의 예정, 2월 5부터 2월 12일까지'

이를 본 현대차 노조는 31일 오전 11시 15분쯤 소통방에 "아직 회사 측에서 연락이 온 것이 없다. 결정대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공지했다.

곧이어 "회사 측이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아직 어떤 결론이 난 것이 없다. 회사 측 대책회의가 끝나고 공문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발송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현대차노조는 오후 1시 14분 "회사 측에서 대책회의를 마치고 오후 1시경에 실무협의를 하자는 공문을 접수했다"고 적었다.

다시 노조는 5분 뒤 "와이러링 관련 대책회의를 회사 측에서 하였기에 아직 어떤 내용도 모른다. 그리고 실무협의하자는 공문이기에 협의를 해봐야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으니 추측성 기사를 자제해 달라"면서 "그 결과물을 여기 소통방에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여러 언론에서는 <'신종 코로나'에 현대차 국내공장 중단 우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공장 특근을 취소했다> <현대차 노사, 신종 코로나 사태로 단체휴가 실무협의 돌입> 등의 추측성 기사가 쏟아졌다.

노조 측은 그동안 언론과 해오던 소통 방식대로 "회사 측과 실무협의를 하고, 그 협의를 통해 어떤 내용인지 파악해 이를 언론에 공지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언론이 앞다퉈 '특근 취소' '국내공장 중단 우려' 등의 기사를 쏟아내자, 오후 3시 57분 "(추측성 기사를 쓰지 말라고) 당부드렸는데... 언론의 자유를 막는 건 아니지만 이방을 삭제한다"고 통보했다. 

2년 이상 현대차 노조로부터 한발 앞선 정보와 현대차 내부 소식을 들었던 대다수 기자들의 허탈감은 컸다. 일부 언론의 성급한 보도가 노조와 언론의 소통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같은 날 오후 5시쯤 또 다른 소통방을 개설해 일부 기자들을 초청했다. 추측성 기사를 쓰지 않은 언론사 기자들은 다시 현대차노조와 정보를 공유하게 됐다.

태그:#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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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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