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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하는 해리 해리스 미 대사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20 한국이미지상 시상식'(CICI Korea 2020)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축사하는 해리 해리스 미 대사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20 한국이미지상 시상식"(CICI Korea 2020)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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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인종적 배경과 콧수염이 외신에서 갑자기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분노와 조롱의 대상이 되면서 외교 문제로 떠올랐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NN도 17일(현지시각)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 논란은) 최근 미국 대사에게 쏟아진 비난 중 가장 이상한 비난"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해리스 대사가 일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점을 문제 삼는 한국 여론도 있다"면서 "해리스 대사는 일본인이 아니고 미국 시민이며 그를 일본 혈통으로 부르는 것은 미국에서는 거의 인종차별로 간주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과 같은 인종적 다양성이 없는 균질한 사회"라며 "혼혈 가정은 드물고 외국인 혐오는 놀라울 정도로 흔하다"고 전했다. 

BBC는 17일(현지시각) "일부 한국인에게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은) 일제강점기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이 상한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총독의 콧수염이 연상된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해리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때문에 공격받고 있는 유일한 대사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콧수염 문제에선 그가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17일 전했다.

콧수염과 출신 배경 때문에 비난받는다고 생각하는 해리스 대사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한국 내 비판 여론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한국 내 비판 여론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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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외신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그의 출신 배경과 콧수염 등 외모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일제히 내놨다. 이는 해리스 대사가 16일 서울에서 가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 발언으로부터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는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출신 배경 때문에 한국 언론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내 콧수염은 어떤 이유로 여기에서 일종의 상징이 됐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대사는 콧수염을 기르는 이유가 출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해군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항상 깨끗이 면도했었지만 은퇴 뒤 외교관의 길로 들어선 것을 기념해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수염을 계속 기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20세기 일제에 저항한 한국의 독립운동가들 중에서도 콧수염을 길렀던 사람들이 있다"고도 말했다. 왜 본인의 콧수염만 갖고 문제를 삼냐는 항변인 것이다. 

그는 "한일 간 역사적 반감을 이해한다"면서도 "나는 주한 일본대사가 아니라 미국대사다. 식민지 역사를 내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대사는 일본계 어머니와 주일 미군이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고 알려졌다. 그는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으로 재직하다가 2018년 7월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했다.

외신 보도로 비판의 본질 왜곡돼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미국대사관앞에서 국민주권연대와 청년당이 주최한 '해리스(미국대사) 참수 경연대회'가 열렸다.
 2019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미국대사관앞에서 국민주권연대와 청년당이 주최한 "해리스(미국대사) 참수 경연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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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보기에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출신 배경 때문에 한국 언론에게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억지스러운 데가 있다. 그가 최근 국내 언론에 자주 보도되며 비판받은 것은 일본계라는 혈통 때문이 아니라, 부적절한 '주권침해성' 발언 때문이다. 

한데 정작 자신은 인종차별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민감한 인종적 배경을 들고나온 것이다. 이런 그의 발언을 외신은 별다른 고민없이 과거 일제 식민통치와 민족주의적 감정을 끌어와 과잉 해석하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16일 간담회에서 이 같은 콧수염 발언 외에도 "문 대통령의 (대북) 낙관주의는 고무적이지만...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대해선 미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추진 구상을 언급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당·정·청에서 일제히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그의 문제적 발언 및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일엔 KBS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도 충실히 대변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엔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새로운보수당 의원을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20번가량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에서 "정말 대단히 무례하고 부적절한 행동"(안규백 국방위원장), "이때까지 만나본 대사들 중 그렇게 무례한 사람은 처음 봤다"(이재정 대변인)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 뿐만 아니라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9월 대사관저에서 여야 의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불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에 파기 결정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불과 1년 6개월가량의 재임기간 동안 부적절한 발언과 논란이 반복되며 언론을 장식한 미국대사는 흔치 않다. 그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일하지만, 한미 간 매끄러운 소통을 위해서도 헌신해야 하는 외교관이다.

그에 대한 여론의 악화는 한국을 주권을 가진 일국으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속국처럼 대하는 그의 고압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조선총독'이냐는 비판도 그의 혈통에 대한 반감이라기보단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외신이 그의 언행 대신 인종차별 내지 혐오에 초점을 맞춘 맥락 없는 보도를 내놓는 것은 본질을 흐리고 왜곡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사안이 인종차별로 흘러가면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지탄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주재 외신기자 중엔 본국에서 파견된 외국인도 있지만, 한국인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이들이 이런 맥락과 배경을 잘 파악해 보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왜곡된 여론이 퍼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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