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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이슬아>는 최근 교사인 내가 방학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재밌는 꼭지들도 많고, 간결하고 쉽게 이어지는 문장이어서 분량에 비해 빨리 읽었다. 그녀가 정말 자신의 일상을 용감하게 공개한다는 점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 주중에 매일 한 편씩 매주 다섯 편의 글을 썼다는 게 신기해서 책을 놓기 어려웠다. 물론 모든 꼭지가 재밌고 감동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편을 때웠다는 느낌을 받는 글은 백 편이 넘는 글 중에 겨우 몇 편 정도였다.

묘한 승부욕이 생겼다. 이십대 후반의 여성이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여성이고 난 남성인 거야 글쓰기와 아무 상관이 없지만, 내가 그녀보다 두 배 정도 오래 살았다는 것은 걍 무식하게 따져도 두 배 정도 쓸거리가 많다는 얘기가 아닌가. 물론 이런 생각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약해졌다. 이 정도 재미와 감동을 계속 유지하는 건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니까.

하지만 오늘 본문을 다 읽고 후기를 읽으면서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후기에서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 재능이나 부지런함이 아니라 돈의 힘을 강조했다. 자신도 유료 구독자를 모으지 않았다면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고백이었다. 

돈이 최고다거나 돈이면 뭐든지 다 살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혼자만의 약속이 아니라 돈을 받고 글을 쓰는 계약이 주는 힘을 얘기했다. 나 또한 혼자만의 다짐으로 매주 몇 편의 글을 써서 올려야지 하는 마음은 한 회만 걸러도 금방 무너질 게 뻔하다. 그래서 유료 글쓰기에 도전해보려 한다. 매주 월화목금 4회씩, 한 달을 4주로 보면 16편이 되겠고, 두 달간 32편을 쓸 계획이다.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를 강제할 수단으로만 돈을 받은 게 아니라 실제로도 돈이 필요했다.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고 생활비도 필요했다. 필요한 돈을 버는 것과 관심분야인 글쓰기를 병행하기 위해 가내수공업으로 글을 판 것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마찬가지다. 내 월급으로는 네 가족이 먹고 살기에 빡빡하고 전세대출도 갚아야 한다. 무엇보다 커가는 딸들에 대한 지출이다. 며칠 전 초등3학년인 딸 무아와 방과후 수업 신청서를 보다가, "내년에 무슨 수업 듣고 싶어?" 하고 물었더니 다 관심 없다고 한다. "너 레고 만드는 거 좋아 하잖아" 하고 물으니, 그건 추가로 돈이 들어서 안 된다고 했다.

돈이 쪼들린다는 엄마아빠의 얘기를 어깨너머로 듣기도 했을 테고, 불필요한 지출에는 엄격한 아빠를 의식해서 나온 말일 게다. 딸이 어른스러워졌다는 생각보다 짠한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나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학기중에야 불가능하겠지만 방학중에는 가능해 보였다. 어차피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책도 읽어야 하고 고민도 해야 하고 또 학교생활에서 깨달은 점들을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는 활동이리라.

슬아씨가 내게 준 용기, "잘 하든 못 하든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 저는 채수영이고, 서산에 있는 대안학교 샨티학교의 샘입니다. 방학을 맞아 일간채수영 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내용은 대안학교 이야기, 자식과 십대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의 주변 이야기를 할 겁니다. 사실 얼마나 유익할지도 재밌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도는 늘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샨티학교 카페와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에 올리려 합니다.


태그:#일간이슬아, #대안학교, #샨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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