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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경제 전쟁이 붙었다. 일제 강제징용배상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도화선이다. 일본은 이에 대해 ‘화이트 리스트’, 특혜 배제라는 칼을 뽑았다. 한국 정부 역시 이에 맞대응하면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협약인 ‘지소미아’(GSOMIA) 종료로 이어졌다. 향후 한일정권 대결이 어디로 향할지 안개속이다. 한일 간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할 수 있는 중장기 방안은 부강하고 문명국가가 되는 길이다. 이를 위한 최고 전략은 ‘독일을 넘어서(beyond Germany)는 것이다. 독일은 세계 최고 수출 강국, 최강의 히든챔피언,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나라일 뿐 아니라 청년 일자리가 남아돌고, 사회복지와 경제민주화, 전국 균형발전, 평화 통일에다가 유럽을 선도 국가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극일(克日)을 위해 독일을 분석하고 뛰어넘을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시리즈의 목적이다.[편집자말]
글 싣는 순서

1. 강한 독일경제의 비밀, 히든챔피언과 미텔슈탄트
2.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연방국가의 파워
3. 치열하게 경쟁하되 과실을 골고루 나누는 사회적 시장경제
4. 새 비전과 실적을 보이는 정치리더십
5. '과거 역사의 제로'의 반성과 성찰의 힘
6. 나치에서 최고 좋은 이미지 국가로 만든 외교 역량
7. 철천지원수에서 최고 우방인 독일‧프랑스 관계
8. 4차 산업혁명 및 유럽경제공동체 선도의 나라


미국도 소련도 아닌 '제3의 길'로 가다

"모두가 잘 사는 나라!"

독일 라인강 기적의 설계자로 초대 경제부 장관과 2대 총리를 지낸 루트비히 에르하르트가 내건 선거 슬로건이다.

중도우파인 기민당은 이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에서 사민당에 연승했다. 왜냐하면 전후 사민당은 아직 계급투쟁과 노동자 정당을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정당을 내건 기민당에 패할 수밖에 없었다. 기민당이 사민당에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보다도 경제 발전뿐 아니라 '사회적 시장경제'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이론적 출발은 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오이켄(W. Euken) 등 프라이부르크 학파들이 모여 정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찾아 나섰다. 인본적 자본주의로 시장에서 질서 있게 경쟁을 하되 그 과실을 국민 골고루 나눈다는 새로운 경제운영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뮐러아르마크(A. Mueller-Armark)가 이를 주장했고, 이후 에르하르트 경제부 장관이 선두에 나서 현실에 접목했다. 에르하르트가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해 저술한 '모두를 위한 번영'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도, 당시 구소련의 계획경제도 아닌 3의 길을 추구한 것이다. 실패한 바이마르 공화국의 자본주의와 구동독 공산정권의 계획경제를 뛰어넘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4대 원칙, 즉 ① 독점 규제 ② 공정한 소득 재분배 ③ 환경 등 비효율적 자원 활용에 국가 개입 ④ 비정상 시장에 개입 등을 지켜갔다.
 
 독일의 자동차회사 BMW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전기차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회사 BMW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전기차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d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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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SAP, 보쉬, 벤츠, BMW, 아우디... 즐비한 명품 기업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등 전승국들은 전범인 독일 재벌들을 해체해 공정경쟁 질서를 확립했다. 전후 독일은 신생 연방공화국으로 출범하면서 '카르텔법'을 제정해 더 이상 재벌이 자리 잡지 못하게 했다. 대신에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좋은 대기업 육성'에 방점을 두었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지멘스, SAP, 보쉬 등 뿐 아니라 세계 명품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는 벤츠, BMW, 아우디 등 업종 전문화를 통해 세계 경쟁력을 확보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정책 중심에는 당연히 중소기업이 있다. '히든챔피언'을 키울 수 있게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대다수를 중소기업에 투자한다. 한국같이 재벌이나 대기업에 국민 세금이 흘러들어가지 않는다.

독일 국가 경제산업 정책이 이러하니 한국같이 재벌과 중소기업 사이의 '갑을' 관계나 납품가 후려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말한다. 질서 있는 경쟁을 통해 국민 경제 파이가 커지면 소수 1%만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과를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누는 정책을 편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금융‧산업 분리가 이뤄졌다. 독일 금융은 국민을 위한 금융으로 작동한다. 대표 은행인 '폭스뱅크와 라이파이젠뱅크'는 협동조합 은행으로 금융의 중심축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 은행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공동체를 지키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로 유명하다.

한국 은행같이 임직원들의 돈 잔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왔을 때도 독일 중소기업들이 잘 헤쳐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 은행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학생 학자금 지원 프로그램 'Bafoeg'의 홍보 사진.
 독일의 대학생 학자금 지원 프로그램 "Bafoeg"의 홍보 사진.
ⓒ Bafo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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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노사공동결정제'

나아가 독일은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경제민주주의로 발전한 나라다. 노사공동결정제의 도입으로 노동자가 경영과 인사에 참여하는 제도를 정착시켰다. 기업의 투명성과 더불어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는 시스템이다. 노사공동결정제는 우리 고사성어로 표현하면 '수처작주'(隨處作主) 정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가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독일에서 노‧사가 상호 타도나 대결 상대가 아니라 사회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노조가입률이 높지만 파업이 가장 적은 나라로 유명하다.

독일은 감사위원회를 강화하는 '기업경영의 안정과 투명성 법률'도 제정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질서 있는 경쟁과 더불어 분배를 강조한다. 수준 높은 사회보장제도를 말한다. 핵심은 '아파서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사회, 공부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나라, 일하고 싶은 일자리가 없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 시장경제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보충성의 원칙'에 기반한 것이다. 독일은 5대 사회보장제도인 의료, 실업, 연금, 재해, 간병 등 사회보장제도가 발전한 나라다. '열심히 일한 당신 노후에 편히 쉬세요!'가 가능한 이유는 국민 93%가 연금제도에 가입해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독일은 또 사회부조 성격의 사회보장제도가 발전한 나라다. 어린이들은 만 24세가 될 때까지 매월 207유료(약 28만원)를 국가로부터 지급받는다. 한 가정에 자녀 수가 많으면 그 금액도 올라간다.

또한 독일에는 대학등록금이 없지만 중산층 이하 대학생에게 '바펙' 제도로 매월 약 100만원의 생활비가 지급된다. 대학 졸업하면 50%, 성적이 20% 안에 들면 20%만 갚으면 된다. '대학생 천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대학진학률은 한국의 50%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또 다른 좋은 길,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이원적 교육시스템'을 통해 산업 역군인 마이스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의 제공으로 집이나 아파트가 투기 대상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 되도록 주택정책을 펴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소득이 적은 경우 월세를 국가가 지원하기도 한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좌‧우 및 진보‧보수 정파를 떠나서 합의한 모델이다. 이를 통해 부강하고 행복한 나라로 번영하고 있는 것이다. 구동구권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동유럽국가들이 무너지면서 러시아 등 대다수 국가들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대안으로 내걸었다.
 
사회보장 확대는 낭비가 아닌 투자

그럼 대한민국이 부강한 나라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경제혁신이 필요한가?

반칙과 특권을 없애는 국가 대개조는 경제 개혁부터 시작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먼저 금산 분리를 통해 재벌은 해체되고 업종전문화로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어발 경영의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다.

둘째, 서울시가 경제민주화로 시작한 '노동이사제'의 확산이 필요하다. 노사가 투쟁의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더욱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기 위함이다. 회사가 공동체문화로 업그레이드 되는 길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의 전사를 양성하기 위해 한국형 '이원적 교육 모델'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의 최고 기업 지멘스가 1년에 약 7천억원을 미래 인력을 위해 투자하듯이, 삼성사관학교의 설립과 운영을 제안한다. 30대 대기업과 경총 및 상공회의소가 힘을 합쳐 운영하는 '전문사관학교'를 설립 운영하면 경쟁력을 넘어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 기업이 자비의 각개전투로 양성된 인력을 쓰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보장제도의 확대 및 업그레이드다. 현재 한국 현황에서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보다는 사회보장제도 개선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때다. 사회보장제도는 낭비가 아니라 연대이자 투자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혹은 '포용적 성장'을 말한다. 하지만 큰 틀의 경제 운영과 정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득을 얻어 타깃이 분명하면서 국가 경제 전체 파이가 성장하는 '국가 아키텍처'가 필요할 때다. 독일에서 얻은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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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전 전략가, 4차 산업혁명 및 독일 전문가. 대한민국 미래(next Korea)는 독일을 뛰어넘어야(beyond German) 다시는 중국, 일본 등에 당하지 않고 부강한 나라로 도약하고, 평화통일, 신문명이 꽃피는 한반도를 꿈꾸는 작가이자 학자. 300회 이상 전국에 특강 강사로 유명. 최근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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