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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간 기사 <로스쿨생은 왜 '고시생'이 되었나>에서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문제에 관한 법무부의 입장을 듣고 그 팩트체크를 해보았다. 이번에는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에 보다 집중해 변시가 전문교육기관의 시험으로 적합한 방식으로 합격자를 결정하고 있는지에 관한 법무부의 입장을 팩트체크 해보자.

- 현재의 변시가 '시험을 통한 법조인양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법조인양성'이란 로스쿨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는가?
[법무부 답변] "변시 합격자 결정 방법 및 합격자 결정은 매년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의견을 듣고,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다(변호사시험법 제10조 제1항).

절대점수제 도입은 합격률을 확정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며, 합격기준 최저점수의 설정과 자격시험화에 부합하는 합격률의 적정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팩트 체크] 로스쿨 설립 당시 김선수 대법관 등 사법개혁추진위원들은 로스쿨 제도의 핵심은 '자격시험'임을 거듭 강조한 바 있고, 미국 로스쿨의 bar exam을 비롯해 전세계 로스쿨의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인 '절대평가'다. 로스쿨의 변호사자격 부여방법을 정원제선발, 즉 상대평가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엔 일본이 유일하다.

삼성반도체에서 관세사로 근무하고 원광대 로스쿨에 진학했던 한재원씨는, "관세사 등 다른 자격증들은 모두 절대점수제 내지 학점이수제로 취득하는데 왜 유독 법조인의 자격 관련 합격률에 있어 국민적 합의를 운운하느냐, 사실은 '국민적 합의'가 아니라 '기득권 법조인들의 이해관계'를 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면허나 관세사, 회계사 등의 자격부여나 합격률 결정을 위한 국민 토론 등이 있은 적이 없으며 관계 부서의 설정 기준에 따른다. 
 
변호사시험 학원의 홈페이지 갈무리. 로스쿨 설립으로 불황을 맞을 줄 알았던 신림동은 현재 변시수험생들로 붐비고 있다. 사법시험 대비 학원이 변호사시험 대비 학원으로 모습을 바꿨을 뿐 전과 대부분 비슷한 강사들이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변호사시험 학원의 홈페이지 갈무리. 로스쿨 설립으로 불황을 맞을 줄 알았던 신림동은 현재 변시수험생들로 붐비고 있다. 사법시험 대비 학원이 변호사시험 대비 학원으로 모습을 바꿨을 뿐 전과 대부분 비슷한 강사들이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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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변호사의 자격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제1회(720점) 보다 제7회 (881.9점)변시의 커트라인 점수가 160점 이상 높은데, 그럼 제1~6회 합격자들 중 제7회 변시의 커트라인 점수 미만자들은 '우연한 행운'을 얻은 미자격 변호사들이고 변호사자격증 갱신제도를 실시해야 하는 것인가?
[법무부 답변] "변시의 논술형 시험점수는 변호사시험법시행규칙 제5조, 제6조에 따라 조정된 점수로, 절대적인 실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며 문제의 난이도가 매회 동일하지 않으므로 전회에 비해 합격기준 점수가 상승하였다는 것을 곧바로 응시자들의 실력 향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합격기준 점수를 기준으로 타회 시험 응시자들과 실력 수준 등을 비교・평가할 수는 없고, 단지 당해 시험 응시자들 사이의 비교・평가만 가능하다."

[팩트 체크] 지난해 5월 서울대 로스쿨 교수들은 "변호사시험 문항 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불필요하게 어려워졌다"면서, "학생들이 변시 문제를 풀기 위해 암기해야 할 판례는 이미 1만개를 초과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관련기사: 서울대 로스쿨 교수들 "변시, 판례 암기 시험으로.. 법적 사고 방해"). 

전직 연세대 로스쿨 연구교수인 김정환 변호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변시 문제의 난이도가 상승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2018년 제7회 변시 공법기록형, 민사기록형 문제는 수험생 그 누구도 시간 내에 제대로 풀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사례형과 기록형 시험은 표준점수제이고 (제1회 변시에 비해 제7회 변시의) 객관식 문제의 수준이 훨씬 높아졌음에도 커트라인이 160점 이상 오른 점 등을 볼 때, 과거 기준으론 변시에 합격했을 이가 현재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제1회 변시 당시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이 있다'며 '변호사의 자격'으로 정한 72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이들을 두고 '1년에 선발해야 하는 변호사의 수는 절대 1600명을 넘을 수 없다'며 변호사 자격을 부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변시 합격률과 관련해, '현행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이 아닌 '응시생 대비 75% 이상'이 보장되어야 할 최소한의 합격률이라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법무부 답변] "현재까지 합격자 결정은 '원칙적으로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으로 결정하되, 기존 합격자 수 및 합격률,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취지, 응시인원 증가, 법조인 배출현황, 학사관리 현황 및 채점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팩트 체크] 지난해 서울대 법학연구소와 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는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방향> 발표에서 "판례 지식의 암기나 기재례에 따라 전형적인 법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은 인공지능으로 곧 대체될 것"이라며 "미래 변호사가 갖춰야 할 능력은 쟁점을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 의뢰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 등인데 현 변호사시험이 이런 능력 배양과 정반대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로스쿨 문제 해결책 중 하나로 변호사시험에서'현행 입학정원 대비 75% 가 아닌 응시생 대비 75%'이 보장되어야 할 최소한의 합격률이라고 하였다(관련기사: 서울대 교수들이 말하는 '로스쿨 개선방향' ①-변호사시험 합격률 70% 돼야).

경북대 로스쿨 김창록 교수는 "기존 합격자 수 및 합격률, 응시인원 증가, 법조인 배출 현황 등이 변호사 자격의 기준이라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변호사의 자격을 얻기 위해 필요한 수준을 변시 실시 전에 미리 정해 놓고 로스쿨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제시해야 했다. 그래야 자격시험이다. 그래야 로스쿨 학생들이 얼마나 공부를 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고, 로스쿨 교육 전반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의료법, 초중등교육법에는 각 의료인자격과 교원자격의 기준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나 변호사시험법에선 그렇지 않다. 어째서 변호사의 자격은 관련 법령에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가? 법무부에서 이를 마련할 계획은 없는가?
[법무부 답변] "변호사시험법은 변호사에게 필요한 직업윤리와 법률지식 등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변호사시험에 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변호사시험법 제1조). 한편 변호사의 자격에 관하여는 변호사법 제4조(변호사의 자격)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팩트 체크] 변호사법 제4조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과정을 마친 자, 판사나 검사의 자격이 있는 자,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의 경우 변호사의 자격이 있다고 규정한다. 변호사의 자격 중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의 구체적 기준은 변호사시험법에서 규정하는데,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한다는 것과 '각 과목 합격최저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 외에 점수에 관한 다른 구체적, 세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법학협(강원대 로스쿨 이석훈 의장)은 지난달 8일 전해철 의원에게 변호사시험법에 로스쿨의 설립취지를 고려한 변호사자격의 구체적·세부적 기준을 담은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입법청원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관련기사: 로스쿨 학생협의회 TF, 전해철 의원실 방문)
 
지난달 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협의 '2.18.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준비하는 TF 팀원들이 전해철 의원을 만나 현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의 문제를 알리고 변호사시험법 개정을 위한 입법청원 제안서를 전달하였다.
 지난달 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협의 "2.18.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준비하는 TF 팀원들이 전해철 의원을 만나 현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의 문제를 알리고 변호사시험법 개정을 위한 입법청원 제안서를 전달하였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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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시는 '시험 후'인 합격자발표 당일에 합격 점수, 합격 인원을 결정하여 공개한다. 왜 변호사시험의 합격 점수 내지 합격 인원 등을 사전에 결정,공개하지 않는가?
[법무부 답변] "법무부는 매년 각계의 의견 및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심의 의견을 존중하여 합격자를 결정한다. 합격기준 점수 또는 합격자 수를 미리 설정하여 합격자를 결정 하는 것이 아니다."
  
[팩트 체크] 의료계에서 이른바 국시의 구체적 합격점수는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 관련 교육기관 없이 치러지는 회계사시험 등은 시험 실시 1년 전에 선발인원을 결정,고시한다. 반면 변호사시험에서는 의료계와 같이 최종 합격에 필요한 총점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회계사시험 등과 같이 합격자의 수가 미리 고시되지도 않는다.

한편, 법무부는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및 변호사시험에 관한 서면 질문 중 다음의 질문들에 관하여는 직답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1,3,4,6번에 대한 답변'등과 같은 방식으로 여러 질문을 한데 모아 하나의 답변만을 하였기 때문. 관련된 답변이 아예 없었다고 보이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박 장관이 다시 연세대 로스쿨 강단에 서게 된다면, 학생들이 수험적합적인 수업만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지난해 7월 법무부 앞 그레이스 호텔에서 한 로스쿨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죽음이 현 로스쿨의 파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2월 졸업을 앞두고 일부 로스쿨에서는 변호사시험 유사의 모의시험 성적으로 졸업자격을 판단하여, 졸업예정자의 1/3 수준까지 수료시키고 졸업자격을 주지 않았다. 3년간 출석일수와 학점이수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유급하지 않았음에도 이처럼 적지 않은 학생들의 졸업자격을 박탈한 것은'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이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하는 꼼수였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를 학사과정 엄정화 내지 각 로스쿨의 재량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라고 평가하는가?


또 법무부가 직답을 피한 위 질문들 중 '어쩌면 학생들이 가장 묻고 싶은 바로 그 질문'이라는 제목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로스쿨 학생들 중 일부는 "장관님, 그냥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변호사단체 등의 외압이 너무 강해 응시생들이 몇 점을 받든 소수에게만 변호사자격증을 줄 수밖에 없다고, 억울한 마음 알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솔직히 말씀해주신다면 저희가 제도의 희생양이 되더라도 이 현실을 참아보려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장관에게 전해달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장관의 진솔한 답변을 부탁한다.

[법무장관실에서 온 답장, 그 팩트체크]

① 로스쿨생은 왜 '고시생'이 되었나 http://omn.kr/1hlqm
② 변호사시험은 왜 '고시'가 되었나 http://omn.kr/1hnaf
③ 변시 평생 응시 금지제, 위헌 아닌가 http://omn.kr/1hnsq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작성한 박은선은 현재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합> 소속이다. 기사의 수익금은 전액 법조문턱낮추기 및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한다.


태그:#변호사시험 합격률, #로스쿨 정상화,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 #로스쿨의 특별전형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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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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