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기억이 된다. 한 해의 음악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가 이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지 묻는 일이다.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은 지난 2주간 기억에 남을 올해의 가요와 팝 음악을 선정했다. 이번에는 '이슈'다. 우리는 어떤 사건으로 2018년의 음악을, 2018년의 우리를 기억할까. 올해 사회를 흔들었던 대중음악 이슈를 정리했다. 

1. '진짜로' 세계인의 음악이 된 K-Pop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동안 'K-Pop이 세계화에 성공했다'거나 '한류가 대세'라는 이야기는 늘 나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진정한 'K-Pop 원년'은 올해로 설정되어야 한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활약이 엄청났다.

2016~2017년부터 세계 시장에서 조금씩 반향을 보이더니, 급기야 올해 < Love Yourself 轉 'Tear' >로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깃발을 꽂았다. 싱글 'Fake love'도 빌보드 싱글차트 TOP 10에 진입했다. 지금껏 누구도 세우지 못한 대기록이다. 

아시아에서는 트와이스가 맹활약했다. 일본에 진출해 오리콘 차트 1위를 쓸며 승승장구했다. 트와이스와 갓세븐 등의 선전으로 JYP엔터테인먼트는 올해 8월 기획사 시가총액 1위(1조 909억 원)를 기록하며 국내 최대 기획사의 자리에 올랐다. 엑소와 동방신기는 중국에서 큰 성과를 보이는 중이고, 블랙핑크도 두아 리파와 협업한 'Kiss and make up'으로 호응을 얻었다. 

K-Pop의 꾸준한 질적·양적 팽창은 방탄소년단이 '결정적 순간'을 만들며 정점을 맞았다. 물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기획사 대표의 가수 폭행 사건 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더는 들려오지 않아야 하겠다. 건강한 내실을 다진다면 K-Pop은 올해 이상의 성과도 가능할 것이다. 세계적 문화 콘텐츠로서 충분한 자체 동력을 갖췄음을 올해 확인하지 않았나. 앞으로 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K-Pop의 세계진출은 이제 '진짜' 시작이다.

2. 음악, 영화가 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스틸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스틸컷 ⓒ 20세기폭스

  
"에~오~!"

하반기 최고의 '핫이슈'는 단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모두를 사로잡는 폭넓은 음악으로 인기를 끌었던 퀸. 그들이 정확히 똑같은 방법으로 스크린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한국에서 그 인기는 가히 대단했다. 누적 관객수 800만을 넘으며 흥행에서 퀸의 고향 영국도 제쳤다.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이 유행하고, MBC는 1985년 중계했던 라이브 에이드 영상을 다시 내보내기도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전부는 아니었다.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의 고전 재해석 <스타 이즈 본>도 북미권에서 만만치 않은 실적을 올렸다. 아바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2>도 올여름 반향을 남겼다.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 더 무비>, 국내 힙합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한 <리스펙트>, 트와이스의 공연실황 <트와이스랜드>도 상영관을 달궜다.

음악 영화의 수요는 언제나 있었지만, 올해처럼 대중에게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건 처음이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신기록은 퀸이었기에 가능했던 면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영화와 음악의 관계가 점점 긴밀해지리라는 사실이다. 영상세대가 전면에 나설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보는 음악, 온몸으로 경험하는 음악의 시대가 머지않았다.

3. 차트가 뭐길래… 음원 '사재기' 논란
 
 (좌) 멜론 실시간 차트 (우)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좌) 멜론 실시간 차트 (우)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 (주) 카카오, JTBC

  
내홍도 많았다. 특히 올해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유독 불거졌다. 시작은 연초 장덕철의 '그날처럼'이었다. 특정 페이스북 음악 페이지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곡을 밀어주고, 실시간 차트에서 무명 가수가 인기 아이돌을 너무도 쉽게 제치는 모습이 사람들의 의심을 불렀다. 단순 의혹에 그칠 뻔했으나 4월 같은 소속사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가 같은 경로로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이하 리메즈)는 의혹을 부인했다. 페이스북 음악 페이지를 통한 입소문의 결과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순수한 역주행이라고 보기엔 비정상적인 차트 움직임이었고, 문제가 된 페이스북 페이지들이 리메즈 소유였음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8월 리메즈의 협력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숀의 'Way back home'도 비슷한 수순으로 차트 1위를 차지하자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가 길어져 아직 정확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재기'가 아니었다고 밝혀지더라도 리메즈의 페이스북 '스텔스 마케팅' 자체는 윤리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시간 차트의 신뢰도도 덩달아 추락했다. 2017년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 이후에도 여전히 소수에게 휘둘릴 수 있음이 밝혀졌고, 이번 논란으로 실시간 차트의 지나친 영향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되게 되었다.

4. 잇따른 밴드 해체, 그래도 Rock은 구른다!
 
 (좌) 장기하와 얼굴들 (우) 아시안 체어샷

(좌) 장기하와 얼굴들 (우) 아시안 체어샷 ⓒ 장기하와 얼굴들 홈페이지, 아시안 체어샷 페이


밴드 음악 팬들에겐 몹시 아쉬운 한 해였다. 오랫동안 대중의 귀를 즐겁게 해 준 인디밴드들이 다수 해체했기 때문이다. 우선 장기하와 얼굴들이 다섯 번째 앨범 < Mono >를 끝으로 밴드 활동 마무리를 선언했다. 말 그대로 '박수칠 때 떠나는' 모습은 훈훈했지만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디스코 록 밴드 고고스타도 활동을 종료했고, 'B급 정서'로 인기를 끈 장미여관도 멤버 간 의견차로 해체했다. 차승우의 모노톤즈도 멤버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팀을 해산했다. 

몇몇 인기 밴드가 잠정적 활동 중단에 들어가기도 했다. 록 밴드 아시안 체어샷은 올해 앨범 < Ignite > 이후 기한 없는 휴식에 들어갔다. 해체가 아닌 재정비의 시간이지만 정확히 언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가장 뜨거웠던 밴드 새소년도 두 멤버가 병역 문제로 탈퇴한 뒤 밴드로서의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굵직한 팀들이 많이 사라지면서 밴드 씬의 에너지는 어쩔 수 없이 다소 식을 수밖에 없었다. 록 음악의 긴 겨울이 계속되는 와중이기에 더 뼈아프다. 그러나 '밴드 시대의 종언'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잔나비, 세이수미, 아도이 등 올해 훌륭한 결과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팀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세대가 채우는 법. 내년 밴드 씬에 불어올 따스한 봄바람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과 채널예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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