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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만들어 초등 담당 장학사들에게 몰래 보낸 전자메일.
 서울시교육청이 만들어 초등 담당 장학사들에게 몰래 보낸 전자메일.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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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사실상 체험학습을 금지하는 지시를 관내 초등학교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식 공문이 아닌 비공식 전자메일로 '자제령'을 몰래 내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비공개 메일로 "신규 체험학습 신청은 자제하라"

기자는 21일, '강릉 고교생 사건 관련 본청 협조요청 안내'라는 전자메일을 입수해 살펴봤다. 이 메일은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가 이 지역 전체 11개 교육지원청 초등교육 담당 장학사들에게 지난 19일 오후 일제히 보낸 것이다.

이 메일을 받은 장학사들은 20일과 21일에 걸쳐 서울시교육청 소속 전체 학교 교감과 교장 등에게 해당 내용을 역시 메일로 전달했다.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는 공문 형식을 피해 '뒷문'으로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메일에서 "현 시점에서 당분간 신규 개인 체험학습 신청은 자제(권장)"하라고 지시했다. 공직사회에서 '자제'라는 표현은 내용적으로 '금지'를 뜻한다. 이어 메일은 "불가피한 경우 개인 체험학습 신청서의 안전 확보 및 학부모 동반, 교육적 의미 확인 후 승인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런 메일 지시는 지난 19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체험학습 자제' 취지의 발언이 나온 뒤 서울시교육청의 '자제령'이 비공개 형태로 학교에 전달된 것. 유은혜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20일 유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체험학습을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태도 바뀐 작성자 "교육부도 물러났으니까..."

확인 결과, 이 전자메일을 직접 작성한 사람은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소속 A장학관이었다.

이 장학관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체험학습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판단해서 신중하게 진행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하면서도 "교육부도 체험학습에 대해 한 발 물러났으니까 우리들도 필요하면 정식 공문으로 물러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서울시교육청도 체험학습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강혜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메일로 '체험학습 자제' 조치를 내린 것은 '눈 가리고 아옹'이거나 복지부동"이라면서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은 불량 보일러 때문인데, 체험학습 자체를 막고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체험학습,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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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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