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5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지난 5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사법 농단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은 판사가 자신이 맡은 재판에서 '직권남용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열린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의 '군 댓글 공작 축소 수사'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인사권이라는 건 재량이 넓은데 함부로 직권남용으로 본다면 전체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대놓고 심증 드러내는 건 이례적"

앞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 축소·은폐 혐의로 기소된 백 전 본부장은 지난 6월 열린 1심 공판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는 판단에 따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백 전 본부장 등이 "군에 대한 비난 가능성과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 부담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빌미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할 본연의 임무를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며 "미리 결론을 내 두고 수사하고 허위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국민을 기만했고, 수사관의 직업적 양심에도 큰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었다.

따라서 차 부장판사는 1일 자신이 맡은 항소심 공판에서 '직권남용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1심 재판부와는 매우 상이한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또 이날 공판에서 차 부장판사는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에 대해서도 "보도자료가 항상 진실을 담아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그렇게 따지면 검찰이 어떤 사건을 수사해 보도자료를 냈는데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유죄가 되는 거냐"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미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사안에 대해 재판부가 법정에서 이렇게 대놓고 심증을 드러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촌 관계' 차성안 판사 회유 여부... 검찰 조사받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또한 차 부장판사는 최근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하여 검찰 조사를 받았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차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의 사찰 대상으로 알려진 차성안 전주지방법원 군사지원 판사와 사촌 관계로 알려져 있다.

법원 내부통신망, <시사인> 기고글 등을 통해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던 차성안 판사에 대한 회유 여부가 현재 검찰의 조사 대상이다. 차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키맨'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냐는 것. 차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 조사와 자신이 맡은 재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법농단과는) 완전히 다른 쟁점이다. 조사 받은 건 맞지만, 재판과는 별개 문제"라면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법정에서 말한 내용을 갖고 이렇게 개별적으로 전화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차 부장판사는 현재 MB정권 시절 주요 인사를 불법 사찰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아무개 전 국정원 방첩국장 항소심도 맡고 있다.

백 전 본부장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11월 29일 열릴 예정이다.

태그:#임종헌, #사법농단, #직권남용, #차문호, #차성안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