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사람이 미국 땅에서 낳은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헌법상 권리, 이른바 '속지주의'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어떤 사람이 입국해서 낳은 자녀가 미국의 모든 혜택을 누리는 시민이 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4조를 통해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을 미국 시민으로 규정하고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자동으로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수정헌법 14조가 합법적 영주권자가 낳은 자녀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며, 불법 이민자나 임시 비자 소유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민권을 폐지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통령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으로 폐지할 수 있다"라며 백악관 법률 자문단이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앵커 베이비'(anchor baby, 닻을 내리듯 원정출산으로 시민권을 얻은 아기)와 '연쇄 이민'(chain migration,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가족을 초청하는 이민제도)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펼쳐온 강경한 반이민 정책의 가장 극적인 움직임이 될 것"이라면서도 "(출생시민권 폐지를 강행하면) 위헌 논란에 휘말려 법원과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출생시민권이 폐지되면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성행하고 있는 미국 원정출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