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 그 19번째 작품인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트 워>가 지난 25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즐거웠지만 아쉬움이 더 많았던 작품'이다.

마블의 대잔치인 <어벤져스 : 인피니트 워>에서 어벤져스 히어로들은 '인피니티 스톤'을 차지하려는 역대 최강 빌런(악당) 타노스와 맞붙는다. 우주를 관장하는 인피니티 스톤은 마인드·스페이스·리얼리티·파워·타임·소울 스톤으로, 모두 6가지다. 6가지 스톤을 모두 차지하면 그야말로 우주 최강의 힘을 얻게 된다. 타노스는 막강한 힘으로 인류의 절반을 없애려 한다.

이따금씩 영화에 등장하곤 했으나 이번 영화 전까지는 타노스의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번 영화는 왜 그가 인류 등 우주 구성원의 절반을 없애려 하는지, 그리고 인피니티 스톤을 차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려준다.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워' 스틸컷.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워' 스틸컷. ⓒ 월트디즈니코리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는 주인공이 없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팬서, 스타로드 등 수많은 마블 영화의 캐릭터들이 출연하고, 14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수많은 캐릭터들에게 사건이 일어난다. 여러 캐릭터와 사건 하나하나를 나타내다 보니 눈에 딱 띄는 주인공이 없는 듯하다. 이 상황에서는 얘가 주인공인가 싶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한 캐릭터가 딱 등장해 어마어마한 파워를 보여주니 얘가 또 주인공인가 싶기도 하다. 굳이 주인공을 뽑으라면 악당으로 등장하는 '타노스'라고 해야 할까. 기존에는 선한 캐릭터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에는 타노스가 가장 많이 비춰지고, 타노스를 중심으로 어벤져스가 대항하니 타노스를 중요한 주인공으로 볼 수 있다.

영화 중반부에 여섯 개의 스톤 중 하나를 얻기 위해 타노스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희생시켜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타노스는 자신을 그토록 싫어하는 딸 가모라를 희생시키고 눈물을 흘림으로써 가모라를 소중하게 여겼음을 드러낸다. 타노스도 공허함과 상실감을 느끼고, 서로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과연 타노스는 가모라를 어떻게 받아들였던 것일까. 가모라가 태어난 행성을 학살할 때, 왜 가모라를 구해주고 딸로 삼았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가모라는 아니었을지라도, 악당 타노스는 가모라를 딸로 인정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보석 하나를 얻기 위해 아버지가 딸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영화 곳곳에 나오는 유머 코드는 나쁘지 않았다.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히 괜찮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즐거움도 준다. 상실과 절망을 테마로 한 이번 영화는 <토르3 : 라그나로크>를 잇는 오프닝으로 시작된다. 오프닝에서 죽는 캐릭터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타노스 앞에서는 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압도적인 파워로 영화의 분위기를 잡는다. 어쩌면 오프닝에서 이미 영화의 불행한 결말을 예감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트 워' 스틸컷.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트 워' 스틸컷. ⓒ 마블


지적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자막이다. 필자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자막 논란이 뜨거웠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그렇게 티가 나는지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본 후 봤던 것과 오역을 비교해보니 지적하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가장 불쾌했던 오역 중 하나는 쿠키 영상 속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대사다. 마지막에 닉 퓨리가 욕을 하는 장면이라 '젠장' 혹은 '이런' 정도로 번역하면 될 것을, 그걸 '어머니'라고 자막에 표기해 최후의 순간에 어머니를 떠올리며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걸 영화 보고 나서야 잘못 표기되어 이해를 잘못 했다는 것을 안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죽하면 닉 퓨리가 효자였다는 설까지 돌까.

또한 관객들이 크게 불만을 표출했던 자막 중 하나는 영화 후반부에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건넨 대사와 관객들은 박 번역가의 오역이 영화 내용을 완전히 바꿔버렸다고 말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와의 싸움 전 일어날 수 있는 수천, 수만 가지의 미래를 보았다고 말하는데, 그중 자신들이 승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상황을 본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자신의 타임 스톤을 타노스에게 줄 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듯 이제 끝이라고 자막으로 표기되었는데, 실제 대사는 "It's a end game"으로 '이게 마지막 장이야', '혹은 마지막 단계야'라는 뜻이다. 아마도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의 상황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 아이언맨이 죽지 않게 하거나, 혹은 타노스에게 타임 스톤을 주어야만 했을 가능성도 있다.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트 워' 스틸컷.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트 워' 스틸컷. ⓒ 마블


영화사 최초로 영화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어벤져스 : 인피니트 워>. 내용과 뜻밖의 결말만 놓고 보면 다음 편에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지만, 다음 편에 어떤 내용으로 영화가 전개될지 궁금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즐거움과 캐릭터들의 매력 하나는 확실히 그 어떤 영화보다도 괜찮은 것 같다. 149분이라는 그 긴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루나글로벌스타>와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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