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련된 육체와 육체가 정면충돌하는 MMA무대에서 뛰고 있는 파이터들은 풍기는 포스부터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힘겨운 훈련을 견뎌내고 자신만큼이나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한 경쟁자들과 대결을 거듭하는지라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도 강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특히 먹이사슬의 상위권에 올라있는 파이터들은 눈빛이나 인상에서부터 상대를 두렵게 하기 일쑤다. 과거 프라이드 무대에서 터프가이로 악명을 떨쳤던 '도끼 살인마' 반더레이 실바, 퀸튼 '람페이지' 잭슨 그리고 UFC 중량급의 괴물로 통하는 '포식자' 프란시스 은가누(31·카메룬) 등이 대표적 예다.

최근 UFC에서는 러시아 파이터들의 기세가 무섭다. 전 챔피언 파브리시오 베우둠을 화끈한 타격으로 침몰시킨 헤비급의 알렉산더 볼코프(29·러시아)를 비롯 새로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등극한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 괴물 레슬러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 등 미국, 브라질을 위협할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전적 성격과 거칠게 자란 환경으로 유명한 러시안 파이터들은 격투계에 인식되어진 이미지만큼이나 외모에서부터 강렬한 포스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 누르마고메도프는 SNS 등을 통해 지인들의 모습을 자주 공개하는데 하나같이 첫인상부터 강함을 팍팍 풍긴다. 격투팬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에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마고메드샤리포프(사진 오른쪽)의 외모는 강렬함하고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마고메드샤리포프(사진 오른쪽)의 외모는 강렬함하고는 다소 차이가 있다. ⓒ 마고메드샤리포프 인스타그램


겉으로 보이는 포스는 잊어라, 페더급 긴장시키는 차세대 괴물

하지만 꼭 겉으로 보이는 외모와 강함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것 만은 아니다. 페더급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갈 후보로 꼽히는 현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27·미국)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파이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평범한 인상이다.

러시아 쪽도 예외는 아니다.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27·러시아)는 아직까지 UFC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지도 빅매치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페더급 차세대 괴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시합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할로웨이가 그렇듯 강력한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겉으로 풍기는 모습에서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들지는 못한다. 좁은 어깨, 다소 마른 듯한 체형에 성격 좋은 동네 아저씨 혹은 과학자(?)를 연상시키는 얼굴을 하고 있는지라 근육질의 터프가이들과 경쟁이 될까라는 우려까지 든다. 하지만 옥타곤에서 경기가 시작되면 이같은 느낌은 금세 사라져버린다.

그래서였을까. 8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펼쳐진 UFC 223대회는 격투 팬들 사이에서 여러모로 큰 주목을 받았다. 최대의 화제는 단연 라이트급 챔피언결정전에 나서는 누르마고메도프였지만 또 다른 러시아 파이터 마고메드샤리포프를 향하는 눈길도 뜨거웠다.

누르마고메도프가 현재의 러시아 괴물이라면 마고메드샤리포프는 차세대 러시아 괴물이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캐릭터나 파이팅스타일 또한 완전히 달랐던지라 충분히 흥미를 끌만했다. 누르마고메도프가 동체급 최고의 그라운드 압박이 돋보이는 파워 그래플러라면 마고메드샤리포프는 장신(185cm)을 활용한 타격과 그라운드 모두가 좋은 이른바 밸런스 파이터다.

이날 대회에서 마고메드샤리포프와 맞붙은 '클래쉬(clash)' 카일 보크니악(31·미국)은 초반부터 전진스탭을 밟으며 강하게 치고 들어왔다. 신장에서 자신보다 월등한 마고메드샤리포프에게 거리를 주면 불리해지기때문이었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차분하게 로우, 미들킥을 차며 본인의 거리를 잘 지켜나갔다. 빠르고 묵직한 보크니악의 오버핸드 스윙성 펀치는 간발의 차로 연신 빗나갔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잽으로 거리를 유지하다가 킥으로 접근을 막았고 거리가 붙었다싶은 순간에는 장신에서 나오는 니킥 공격으로 바디를 노렸다.

기습적으로 들어가는 뒤돌려차기, 나래차기를 연상시키는 점프킥, 플라잉니킥 등 변칙공격도 위협적이었다. 마고메드샤리포프의 매력중 하나인 공격의 다양성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사이즈가 좋으면서 회피력까지 뛰어난지라 단신의 보크니악 입장에서 공격을 펼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2라운드 들어 마고메드샤리포프는 그래플링도 적극적으로 섞어주며 게임을 풀어나갔다. 보크니악이 펀치를 노리는 틈을 노려 백을 잡고 흔든 다음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타이밍에서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킨 후 케이지 구석에서 탑 포지션을 점령했다. 2라운드 막판에는 유도식테이크다운도 선보였다. 그러한 마고메드샤리포프의 압박을 벗어나느라 보크니악은 많은 힘을 써야했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서두르지 않고 피할 것은 피하면서 다양한 타격 옵션으로 점수를 따갔다. 원거리에서 쉴새없이 날아드는 장대같은 잽과 스트레이트는 보크니악 입장에서 재앙이었다.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사진 왼쪽)는 챔피언 재목으로 꼽히는 차세대 러시아 괴물이다.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사진 왼쪽)는 챔피언 재목으로 꼽히는 차세대 러시아 괴물이다. ⓒ UFC


3라운드에서 보크니악은 전진 기어를 더욱 강하게 끌어올렸다. 어차피 점수에서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던지라 어떤 식으로든 승부를 봐야 했다. 함성을 내지르며 터프하게 펀치를 마구 휘두르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경기를 끌고 가려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마고메드샤리포프는 냉정했다. 퍽 소리가 날 정도로 뒤돌려차기를 정확하게 적중시키는가하면 백을 잡고 체중으로 짓누르며 보크니악을 압박하다가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분위기에 휩쓸려 보크니악과 펀치 난타전을 벌이는 모험 같은 것은 함부로 하지 않았다. 철저히 자신 위주로 흐름을 잡아갔다.

막판 케이지 구석에서 난타전을 받아주며 관중들의 함성을 끌어내기도 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승부가 결정 난 다음 팬서비스 적인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이날 승부는 마고메드샤리포프에게도 많은 과제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아직은 완전체 괴물이 되기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경기운영, 다양한 옵션에 비해 단발 화력, 체력 등에서 조금씩 아쉬운 모습을 드러냈다. 상위권 랭커들을 노리기위해서는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제 막 옥타곤 커리어를 시작하는 젊은 선수인지라 다음 경기에서는 또 얼마나 어떻게 진화되어있을지 알 수 없다. 누르마고메도프 역시 그랬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9월 러시아 대회에서 '표범' 야이르 로드리게즈(26·멕시코)와 붙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로드리게즈 역시 현란한 발차기 등 화려한 공격옵션이 돋보이는 파이터인만큼 둘이 맞붙게 되면 그야말로 한편의 액션영화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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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 차세대 괴물 러시안 파이터 링컨 페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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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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