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엘라스 베로나의 이승우가 지난 15일 베로나 인근의 구단 전용 연습장에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엘라스 베로나의 이승우가 지난 15일 베로나 인근의 구단 전용 연습장에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 기대주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 시즌 FC바르셀로나에서 베로나로 이적했지만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침체기라고 보기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올 시즌 세리에A(1부 리그)로 승격한 베로나는 한 시즌 만에 강등위기에 처했다. 베로나는 4일 자정(한국 시간) 이탈리아 베네벤토 스타디오에서 열린 2017-2018 세리에A 27라운드 베네벤토와의 원정 경기에서 0-3 완패했다. 이로써 베로나는 6승 4무 20패로 20개 팀 가운데 19위에 머물렀다.

'리그 최하위' 베네벤토에 진 것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8경기가 남은 현재 베로나는 승점 22에 묶이며 17위 스팔 2013(승점 26점)와 한 경기 이상 격차가 난다. 세리에A는 하위 세 팀이 세리에B(2부 리그)로 강등한다. 이승우는 베네벤토전에서 교체명단에 포함됐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난 2월 AS로마와 경기 교체출전 이후 두 달 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푸스코 단장 사임, 페치아 감독 운명은?

베로나는 올 시즌 세리에A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푸스코 단장은 베네벤토전 경기 직후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 왔다. 베로나 스태프와 함께 팀을 완성했다. 도망이 아닌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나는 것이다"라고 사임을 공식화했다.

푸스코 단장은 이승우 영입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승우가 독일과 이탈리아 리그를 놓고 고민할 때 푸스코 단장이 이승우를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푸스코 단장은 이탈리아 복수의 매체를 통해 "예전부터 이승우를 주목했다. 그는 세리에A 수준과 어울린다. 베로나는 '특권'을 얻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책임져야 할 인물 더 있다

푸스코 단장이 총대를 멨지만 책임져야 할 사람이 더 있다는 게 중론이다. 베로나 파비오 페치아(44·이탈리아) 감독은 올 시즌 선택과 집중에 승부를 던졌다. 컵대회는 버리고 세리에A 잔류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변화가 필요한 데도 기존 스타일을 고집한다는 비평이 나오는 이유다.

2016년 7월 취임한 페치아 감독은 베로나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영웅들(승격 주역들)에게 의지한 결과는 끔찍했다. 주축 공격수 지암파올로 파치니(33)는 페치아 감독의 믿음을 져버렸다. 그는 올 시즌 20경기 출전해 4골에 그쳤다. 4골 모두 페널티킥이었다. 결국, 페치아 감독은 파치니를 스페인 레반테로 6개월 임대 보냈다. 재정이 열악한 베로나는 파치니를 통해 얻은 자금으로 겨울 이적 시장에서 페트코비치, 볼도르, 마투스, 애런스, 보코비치를 영입했다.

페트코비치와 마투스, 애런스는 모두 공격수다. 페치아 감독은 이들과 함께 '18세 유망주' 모이스 킨(이탈리아)을 선발로 내세웠다. 반면, 푸스코 단장이 데려온 이승우는 페치아 감독의 전략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페치아 감독은 이승우보다 기존 선수들과 자신이 영입한 선수들 위주로 전략을 짰고 결과는 대실패로 끝났다.

이승우는 심사숙고 끝에 베로나를 택했다. 푸스코 단장이 비전을 제시하며 신뢰를 보였기에 이탈리아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승우의 실수라면 이탈리아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잘못이 아닌 실수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이탈리아 리그, 아시아인과 상극

이탈리아 리그는 아시아인이 꾸준히 버티기 어려운 곳이다. AC 페루자 소속이었던 안정환은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침몰시켰다는 이유만으로 페루자를 떠나야했다. 나카타 히데토시(일본)는 AS로마(2000~2001)에서 활약했지만 꾸준히 기회를 얻지 못했다. 뛰어난 기량을 갖췄지만 출전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중론이다. 2004년에만 세 팀(볼로냐, 파르마, 피오렌티나)을 옮겨 다니다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했다.

인터밀란에서 뛴 나가토모 유토(갈라타사라이)는 인종차별을 당했다. 이탈리아 지상파 방송국 진행자가 나가토모의 골을 소개하며 눈을 찢는 행위를 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유럽에서도 인종차별이 심한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베로나 서포터의 외국인 혐오는 악명이 높다. 베로나 응원단은 지난 1월 유벤투스와 경기에서 블레이즈 마튀디(30·아프리카계 프랑스)에게 인종차별 구호를 외쳤다가 구단이 벌금징계를 받았다.

이승우가 편견에 의해 출전하지 못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아시아인의 성공 사례가 전무한 세리에A가 이승우에게 독이 됐다. 이승우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승우는 한국 축구 10년을 이끌어갈 재목이다. 국제축구연맹의 바르셀로나 유소년 규정 위반 징계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승우는 '이승우'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이승우를 격려하던 일부 축구팬들이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기를 살려달라"는 신태용 감독의 간청은 국가대표에만 포함되지 않는다. 러시아월드컵 이후에도 축구는 계속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좌절감에 휩싸인 이승우에게 비난보다 격려의 한 마디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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