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은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은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 MBC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13년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무한도전>이 종영했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담담하게 종영을 맞이한 무도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정준하와 박명수는 함께 산에 오르며 애틋한 우애를 드러냈다. 정준하가 "명수와 둘이서 산행하게 돼 너무 좋다"고 말하자, 박명수도 미소를 지으며 "내가 개그를 세게 하는 편인데 뒤끝 없이 받아준 친구가 준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에 내 인생이 담겼다"며 "(갑자기) 종영하게 돼 죄송하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 새로운 웃음을 드리려면 꼭 필요한 선택이기도 하다. 언젠가 다시 뵙겠다"고 약속했다.

<무한도전>이 안겨준 고통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최근 서울 상암동 MBC본사에서 열린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호평을 받을 때마다 '이대로 무한도전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프로레슬링 특집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9월까지 10부작으로 방송됐다. 당시 멤버들은 부상투혼을 펼치며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김태호 PD는 박수칠 때 떠나고 싶어 했다. 프로레슬링 편이 끝난 후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자들의 기대는 커져만 갔고 제작진의 부담은 가중됐다. 일주일 간격으로 대작을 연거푸 만들 순 없다. 매주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야하는 제작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무한도전>에는 100여 명의 스태프가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 PD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것, 함께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좀비의 습격, 날것을 지키다

 지난 2008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좀비 특집 '28년 후' 편은 대규모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망한 촬영으로 회자된다.

지난 2008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좀비 특집 '28년 후' 편은 대규모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망한 촬영으로 회자된다. ⓒ MBC


김태호 PD는 미련이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좀비 특집'을 꼽는다. 2008년 8월 방영된 <무도 좀비특집-28년 후>는 기존의 납량물과 달랐다. 경기도 부천 판타스틱스튜디오에서 대규모 촬영을 했다. 좀비 엑스트라 200명이 동원되고 카메라 40대가 투입됐다. 실감나는 좀비 분장을 위해 MBC 미술팀도 참여했다. 하지만 28년 후는 28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무도 멤버들은 영문도 모른 채 판타스틱 스튜디오를 찾았다. 평소처럼 오프닝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좀비 떼의 습격에 혼비백산 도망가기 바빴다. 어느 건물 안에 갇힌 멤버들은 탈출구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박명수가 사다리를 발견했지만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준하는 '다른 출구가 있을 것'이라며 독자적으로 행동했다. 설상가상 박명수가 사다리를 거두는 바람에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결국, 창문을 부수고 들어온 좀비들에 의해 최후를 맞는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두 달 걸린 세트장, 완벽했던 시나리오…좀비특집 28년 후는 28분 후 마감"이라고 허탈한 마음을 드러냈다. 

다른 방송이었다면 재촬영했을 수도 있다. 준비한 기간과 제작비가 아까웠다. 하지만 리얼 예능(날것)을 표방하는 <무한도전>은 재촬영 욕구를 거뒀다. 개성 강한 멤버들이 좀비와 맞닥뜨렸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할 지가 볼거리였다. 날것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그래서 기본적인 진행방식조차 멤버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김태호 PD 종영 간담회에서 "멤버들에게 자세히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종방연 때) 박명수가 제작진 잘못이라고 하더라. '사전 설명을 안 했다'며 지금 똑같이 좀비특집을 하더라도 사다리를 밀었을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날것을 지켜온 게 13년간 국민예능 명성을 지킨 비결이다. 예측불허 버럭 박명수, 날유 유재석 등 멤버들마다 수많은 별명이 있으며 직접 짓거나 시청자들이 지어주기도 한다. 방송을 통해 민낯이 드러났고 캐릭터화 되면서 시청들에게 친숙히 다가갔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돈, 명예보다 우리만의 색깔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없이 달려온 <무한도전>은 쉬는 게 맞다. 최근 대세 장르인 '관찰 프로그램' 역시 <무한도전>이 시작한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뻗어 나온 줄기라는 것이 중론이다. '예능 마이더스 손' 나영석 PD를 스타로 만든 KBS 2TV < 1박 2일>. '국내 최초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던 이 프로그램 역시, 그 시작은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나 PD는 시즌제를 통해 감각을 유지하고, 출연진도 부담 없이 촬영에 임하며 좋은 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한국 예능의 전환점을 이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한도전>이 만들면 다르다. 김태호가 만들면 다르다. 김태호 PD가 만드는 <무한도전> 시즌2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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