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스피드스케이팅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창을 앞두고 올 시즌 열린 네 차례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서 일본 스피드스케이팅은 매서운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여자 빙속 대표팀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의 경쟁자인 고다이라를 비롯해 중장거리를 대표하고 있는 다카기 미호, 다카기 나나 자매 등이 월드컵 대회 메달을 싹쓸이 해갔다.

그동안 일본 빙속은 주로 남자 선수들이 강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평창을 앞두고 여자선수들의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였다. 평창에서 일본 빙속은 한국 빙속의 최대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이 단기간에 매섭게 치고 올라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화와 함께 500m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고다이라 나오(일본)

이상화와 함께 500m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고다이라 나오(일본) ⓒ 국제빙상연맹(ISU)


단거리부터 중장거리까지 모두 점령한 일본 여자 빙속

일본 여자 빙속의 선두주자는 고다이라 나오다. 그는 현재 이상화의 최대 적수로 꼽히고 있다. 올 시즌 열린 월드컵 여자 500m 7번의 레이스를 모두 금빛으로 장식했다. 연패수로만 따지만 무려 23연속 월드컵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이상화는 2차 대회에서 한 차례 부진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 고다이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고다이라는 밴쿠버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그는 이상화가 2연패에 성공해 최정상에서 애국가가 울리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그러나 평창을 앞두고 기량을 완벽히 끌어올렸다. 고다이라는 자비로 네덜란드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스피드스케이팅에 열정을 갖고 임했다. 개인적인 헌신과 노력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고다이라는 1000m에서도 쌍끌이에 나섰다. 그는 3차 월드컵에서 넘어진 것을 제외하고 세 차례 월드컵의 1000m에서도 모두 우승했다. 500m 만큼이나 1000m 역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4차 월드컵에서는 세계신기록까지 수립했다. 평창을 앞두고 최대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거리에서는 다카기 미호, 다카기 나나 자매 스케이터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특히 다카기 미호가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미호는 1차 월드컵 1500m 우승을 시작으로 4차 월드컵까지 계속해서 1000m, 1500m에서 시상대에 섰다.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4차 대회에서도 1500m 1위를 차지했다.

팀추월과 매스스타트 등 단체종목에서는 자매가 함께 나서고 있다. 1차 월드컵 여자 팀추월에서 우승을 시작해 4차 월드컵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써냈다.

 빙속여제 이상화(왼쪽), 고다이라 나오(가운데) 모습

빙속여제 이상화(왼쪽), 고다이라 나오(가운데) 모습 ⓒ 국제빙상연맹(ISU)


평창 경쟁자로 급부상, 그러나 '배워야' 할 팀이기도

일본 여자빙속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빙상연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일본 대표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우선 체력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는데 이 덕분에 체력과 스피드가 모두 월등해졌다. 고다이라도 500m에서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린 원인도 남자 선수와 함께 훈련한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강한 남자선수들과 함께하면서 고다이라의 페이스도 저절로 올라오며 기록이 단축되는 효과까지 얻었다.

또 다른 원인은 네덜란드 코치진을 영입해 훈련 시스템을 네덜란드 식으로 모두 맞춘 점이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빙속 강국이다. '오렌지 군단'이라 불리며 남자와 여자 대표팀 모두 세계 최강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빙속 장거리 간판' 이승훈(29 대한항공)과 함께 장거리에서 경쟁하는 '황제' 스벤 크라머도 네덜란드 선수다.

한국 빙속팀도 올 시즌을 앞두고 네덜란드 빙속 전설로 꼽히는 밥데용을 코치로 영입했다. 그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10000m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이승훈을 목마를 태워준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평창을 앞두고 네덜란드 코치진과 함께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가겠다는 전략이었다.

한편 이러한 탄력이 붙자 일본 빙속에서는 신예선수들도 계속해서 발굴되고 있다. 고다이라와 다카키 자매들 이외에도 1차 월드컵 여자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차지했던 사토 아야노 등은 모두 20대 초반 선수들이다. 그만큼 앞으로의 미래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단체사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단체사진 ⓒ 대한빙상연맹



반면 한국 빙속은 조금은 대조적이다. 현재 한국 빙속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빙속 3총사'로 주목 받았던 모태범(28 대한항공)-이승훈-이상화가 여전히 주축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즉 평창 이후에는 이들 이외에 새로운 선수들을 육성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이들의 뒤를 이을 선수들이 함께 월드컵에 지속적으로 출전했다. 남자 단거리의 경우 모태범과 함께 차민규, 김태윤 등이 출전했고, 중장거리에서는 김민석과 정재원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김민석은 평창에서 1500m 깜짝 메달을 기대해도 좋을 만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여자의 경우 이상화와 함께 김민선, 김현영 등이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일본 빙속은 단기간에는 평창에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가장 가까운 라이벌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본다면 여러 가지 배워야 할 점도 분명히 있는 팀이다. 결국 투자와 육성만이 살 길이자 성적도 급상승한 비결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스피드스케이팅 평창동계올림픽 이상화 빙속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