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사인한 공을 들고 있는 이재승

직접 사인한 공을 들고 있는 이재승 ⓒ 박영우


192cm, 92kg의 체격과 150km대 강속구를 던지는 모습과 달리 호기심 많은 아이 같은 얼굴을 가진 선수. 바로 2018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으로 지명된 이재승이다.

청룡기에서 보여준 이재승의 활약에 많은 팬들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나 3라운드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재승 본인도 상위 라운드 지명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8라운드 전체 78순위로 넥센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이에 이재승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 털어놓으면서도 "하지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나태해질 수 있던 상황에서 독기를 품는 계기가 되었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보였다.

이처럼 매사에 긍정적인 선수이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성남 중원 리틀과 배명중을 거쳐 배명고에 진학한 그는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상으로 야구를 포기하였다. 수술이 두려웠고 힘든 재활 기간을 버텨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야구선수가 아닌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학교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독서실에서 매일같이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하기도 했고 다른 꿈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방황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의 권유로 야구 동아리에 가입하여 일반 학생들과 함께 야구를 하게 되었다.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규정상 코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동아리를 통해 야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야구에 대한 나의 진심을 알았다. 야구를 즐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게 어울리는 곳은 그라운드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수술대에 오르는 결정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수술을 받은 뒤 시작한 재활운동은 2학년 말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고 그제야 공을 잡고 그리웠던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꺼운 선수층이 그의 길을 험난하게 만들었다. 배명고에는 다른 학교의 4배 정도 많은 3학년 투수들이 있었고, 모든 투수를 고르게 기용하는 김경섭 감독 스타일상 많은 이닝을 던지기는 힘들었다. 실제로 이재승은 고교 3년간 단 16이닝 투구에 그쳤다.

이재승은 이를 이겨냈다.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성적은 6경기 동안 1승 13탈삼진 11볼넷 5.07의 평균 자책점으로 뛰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청룡기라는 큰 대회에서 6이닝을 소화하며 6개의 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해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배명고의 창단 첫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남들보다 더 힘든 야구인생을 보냈지만, 그는 이마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2년간의 방황과 재활 기간이 나를 성장시켰다"면서 "이 시간들은 '프로' 이재승이 되는 데 있어 정말 큰 자산이 될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닌 '팬들에게 사랑받고 야구장을 떠날 때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재승.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그의 활약을 많은 팬들이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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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세상을 연결하는 스포츠 커뮤니케이터, 박영우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송고된 기사를 포함해 제가 작성한 다양한 스포츠 기사를 더 스포리 미디어 블로그(https://newsightofsports.tistory.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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