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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은 계속된다'에 촛불기념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함께 민주공화국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년 10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은 계속된다'에 촛불기념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함께 민주공화국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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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8일. 작년 이맘때 촛불 집회에서 많이 불리던 노래가 광화문 광장으로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노래였다.

촛불 하나로 국민통합을 실현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 2016년 12월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고 있다.
▲ 촛불의 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 2016년 12월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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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과 광화문광장에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이 처음 켜졌다. 광장을 환하게 밝힌 촛불 민심은 정권을 교체하며 대한민국의 주권의식을 가슴에 새겼다. 비폭력과 평화를 지킨 기적적인 촛불 집회는 벌써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촛불 혁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희망을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민주주의 정신을 일깨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었다.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직후 2만 명으로 시작된 촛불 집회가 총 23주에 걸쳐 1685만 명으로 늘어났다. 보수·진보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국민통합이 되는 순간이었다.

촛불 집회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계기이기도 했다. 폭력과 사고 없이 평화롭게 이뤄진 촛불 집회는 외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 최상훈 기자는 "즐거운 축제의 장이자 정치권을 움직였기 때문에 높게 평가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6개월 동안 무엇이 바뀌었는가.

촛불의 완성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6년 11월 19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시국대회'에 참석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6년 11월 19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시국대회'에 참석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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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총력을 가하고 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했던 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했다. 지난 박근혜·이명박 정권 9년간의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 시스템을 바로 잡는데 의미를 뒀다. 세월호 참사, 국정원 대선 개입, 국정교과서, 5·18 민주화 운동 정책을 재점검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 집회 때 외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중이다. 

뉴욕에서 열린 '2017 세계시민상' 시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나는 촛불 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수상소감을 말하며 시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강조했다. 그러나 1년 뒤 모인 광화문 촛불 집회는 정권 교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전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 촛불을 들었던 한 사람으로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달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촛불의 정신은 문재인 정부에도 적용된다. 이전 정부처럼 독단적으로 통치하면 현 정부도 국민이 심판을 면치 못한다는 뜻이다. 물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성과도 많았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대다수다. 검찰과 재벌 개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대,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 감소 등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2017년 10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현재 방송국 파업 사태에 대해 언론인으로서 보도의 공정성을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2017년 10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현재 방송국 파업 사태에 대해 언론인으로서 보도의 공정성을 밝혔다.
ⓒ 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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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정상화도 빼놓아서는 안 될 문제다. 김환균 언론 노조위원장은 28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영화 <공범자들>에 나온 말처럼 언론이 질문할 수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며 "국가를 보호해야하는 국정원이 파괴됐고,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쫓아내면 안된다"고 언급했다.

MBC와 KBS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55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다(10월 28일 기준). 언론을 장악하던 수구세력의 불공정한 방송이 아닌,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당당하게 요구한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진실보도를 위해 맞서 싸우기를 결심했다.

적폐세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사회 곳곳에 남아 우리 삶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새 정부 출범을 통한 촛불은 아직 진행 중이다.

촛불을 든 감시자들

2017년 10월 28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한 어린 아이가 촛불을 들어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의 평화 축제임을 보였다.
 2017년 10월 28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한 어린 아이가 촛불을 들어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의 평화 축제임을 보였다.
ⓒ 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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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우리에게 정치적 자신감이다. 국민들은 촛불 집회를 통해 주인의식이 생겼다. 남양주에 사는 김정리씨는 "작년처럼 아이와 함께 촛불 집회에 왔는데 평화로운 분위기라서 좋았다"며 "다같이 촛불 정신을 잊지 않고 확인한 자리였다"고 촛불의 의미를 광장에서 말했다. 또한 고등학생 이수정씨는 "촛불 집회를 하기 전에는 뉴스를 볼 때 연예면을 위주로 봤지만, 촛불 집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면도 찾아서 본다"고 정치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얘기했다.

우리는 촛불을 들면서 정치적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촛불 정신은 당파를 위한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자유롭게 광장에 나가 자신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며 각자를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촛불 정신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올바른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는 외침이다.

촛불은 자기가 타면서 주변을 밝힌다. 그만큼 촛불은 자신보다 타인에게 관심을 주는 사랑의 상징물이다. 국민이 자기의 시간과 물질적 비용을 들여서 정치 뉴스, 기사를 보는 것도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은 단순히 정치를 정보 매개체로 얻는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국민은 정부를 견제하는 감시자다. 정부는 국민을 더욱 경계해야 할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 광화문에 울려퍼진 '촛불은 계속된다, 적폐를 청산하라, 사회대개혁 실현하자'라는 구호를 기억하자. 그건 바로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다고 긴장하라는 경고일 테니.


태그:#광화문광장, #촛불집회, #적폐청산, #감시자,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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