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던 포스트 시즌 최초의 낙동강 더비는 1차전부터 연장전 혈투를 펼쳤다. 그러나 그 혈투의 시작과 끝은 경기력의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고 말았다. 단 한 순간의 포구 미스가 순식간에 승부를 가른 것이다.

10월 8일 부산 연제구 사직야구장에서 시작된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사직야구장 입장권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NC는 KBO리그에 합류한 이래 2014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참가했고, 롯데는 2012년 이후 5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었다.

본래 NC가 사용하는 홈 경기장인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야구장은 이전까지 롯데의 제2경기장이었다. NC가 창원을 연고지로 하여 창단이 확정되자 롯데는 이후 울산 남구에 문수야구장이 새로 개장하면서 그 곳을 제2경기장으로 쓰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관계 때문에 NC는 창단하면서부터 롯데와 강력한 이웃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그러나 정작 포스트 시즌에서 만나게 된 것은 이번 시리즈가 처음이었다. 두 팀은 1차전 선발투수로 각각 조쉬 린드블럼과 에릭 해커를 내세우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정규 이닝까지는 훌륭했던 명품 투수전

서로의 자존심을 건 1차전인 만큼 선발투수들의 명품 투수전이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린드블럼이 6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106구), 해커가 7이닝 8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104구)으로 두 선수 모두 퀄리티 스타트 이상의 훌륭한 맞대결을 펼쳤다.

선발투수들이 물러서지 않고 훌륭한 피칭을 펼친 덕분에 타선은 정규 이닝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리고 8회말 NC의 두 번째 투수 김진성을 상대로 대타 박현도가 동점 솔로 홈런을 날리면서 이들의 포스트 시즌 첫 맞대결은 1차전부터 정규 이닝에서 승부를 보지 못했다.

어떻게든 승부를 내기 위해 두 팀은 총력전을 펼쳤다. 7회초 2사 만루 찬스를 맞이하자, NC는 확실하게 승리를 굳히기 위해 대타로 올 시즌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베테랑 이호준을 내보냈다. 선수로서 마지막 포스트 시즌에 출전한 이호준은 롯데의 두 번째 투수 박진형을 상대로 7구 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야수 선택으로 이닝이 끝나고 말았다.

롯데 역시 어떻게든 승리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2이닝 투구를 했다. 손승락은 넥센 히어로즈 시절 5차전 연장 4이닝 혈투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당시 손승락은 마무리투수로서의 한계 투구수를 넘기며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결국 그가 내려간 뒤 당시 두산 베어스에게 패했던 기억이 있었다.

강민호의 한순간 실수, 돌이킬 수 없는 경기 결과

그런데 손승락이 연장전에서 투혼을 벌였던 당시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넥센이 아닌 롯데에서 또 발생하게 됐다. 다음 날 연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손승락은 2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손승락의 뒤를 이어 롯데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박시영이었다.

그런데 박시영이 등판하자마자 11회초 NC의 선두타자 지석훈이 초구 타격으로 2루타를 만들며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다음 타자 권희동의 타석에서 박시영은 연장전 살얼음판 승부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폭투를 범했다. 이 기회를 틈타 2루에 있던 지석훈은 3루까지 내달렸고, 이어진 권희동의 적시타로 홈을 밟으며 2-2 균형을 깨뜨렸다(3-2).

롯데는 이명우로 투수를 교체하며 더 이상의 실점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노진혁의 희생 번트를 롯데의 야수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주자들을 모두 살렸고, 무사 1,3루 상황이 됐다. 롯데는 다시 투수를 장시환으로 바꿨고, 장시환은 김태군과 박민우를 접전 끝에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장시환이 여기서 이닝을 잘 막았을 경우, 롯데는 1점 차 상황에서 다시 추격을 시도하거나 아쉽게 패하더라도 그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시환과 대타 이종욱의 승부부터 분위기는 또 바뀌기 시작했다.

장시환이 이종욱과 승부하는 도중 노진혁이 도루를 시도했고, 롯데의 포수 강민호는 노진혁을 저지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연장전 상황에서 3루에 주자가 있는데 2루로 도루 저지를 시도할 경우, 그 틈을 타 3루 주자가 추가 득점을 위한 더블 스틸을 시도할 수도 있어서 더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도루로 흔들리기 시작한 장시환이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만루 상황이 됐다. 그리고 다음 타자인 나성범과의 대결에서 풀 카운트가 되었고, 6구 째 들어온 공을 포수 강민호가 잡지 못하고 빠지면서 스트라이크 낫 아웃 상황이 됐다. 2아웃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주자들이 진루를 시도했고, 권희동과 노진혁이 홈을 밟았다(5-2).

강민호의 포구 실수로 인하여 벌어진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재비어 스크럭스까지 볼넷으로 걸어 나가 또 다시 2사 만루가 되었고, 다음 타자 모창민은 장시환을 상대로 2구 째 들어온 공을 그대로 잡아 당겨 그랜드 슬램을 작렬했다(9-2). 역대 포스트 시즌 연장전에서 한 이닝 최다 득점(7득점) 기록이 나오면서 롯데는 더 이상의 추격을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1차전을 내 주고 말았다.

한순간에 무너진 롯데, 관중들도 이성 잃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하여 순식간에 7점을 내 준 롯데는 홈 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 패배 그 이상의 충격을 안게 됐다. 연장전 혈투에 투수 7명을 쏟아 붓고도 11회에만 7실점을 하는 바람에 충격의 여파가 다음 경기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규 이닝 때만 해도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며 한껏 분위기를 돋우던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문제는 선수들이 급격하게 집중력이 저하되자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도 이성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모창민의 타석 때 1루 쪽 롯데 관중석에서 어떤 관중이 소주 팩 한 개를 던졌다. 관중이 던진 오물은 평소보다 부진했고, 직전 상황에서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던 강민호 옆으로 떨어졌다.

주변 관중들은 그 관중을 향하여 비난을 퍼부었고 경기 진행 요원들까지 투입됐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나가는 관중들이 순식간에 늘어나는 모습까지 화면에 잡혔다. 모창민의 그랜드 슬램이 나오기 전후로 롯데의 선수들과 관중들이 보여준 모습은 경기력 뿐만 아니라 경기 매너에서도 "졸전"이었다.

안 그래도 이날 경기의 결과는 롯데에게 있어서 단순한 1경기 패배가 아니었다. 충격이 큰 와중에 5년 동안 가을야구를 기다렸던 팬들이 이성을 붙잡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장을 향해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는 그 누가 보더라도 나오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다. 소문난 잔칫상에서 실속도 챙기지 못한 채 잔칫상만 엎은 셈이다.

이날 경기 막판에 벌어진 여러 가지 상황들이 앞으로 시리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충격을 추스르고 다음 경기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선수들과 관중들 모두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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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롯데자이언츠 NC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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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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