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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의 이정표'라는 평을 받았던 9.19 공동성명이 나온지 12년이 지났습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가 9.19공동성명과 이 성명을 낳은 6자회담이 이대로 잊혀져서는 안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필자의 허락을 받아 옮겨 싣습니다. [편집자말]
이제야 손 맞잡은 6개국 대표단 2단계 제4차 6자회담 이레째인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6개국 대표들이 회담 직후 손을 맞잡고 이를 축하하고 있다.
 이제야 손 맞잡은 6개국 대표단 2단계 제4차 6자회담 이레째인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6개국 대표들이 회담 직후 손을 맞잡고 이를 축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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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그날을 생각한다. 당시 나는 통일부 장관 보좌관이었다. 추석 연휴라 강원도에 내려갔는데, 도착할 때쯤 전화가 왔다. 베이징에서 곧 합의를 채택할 것이라고. 할 수 없이 가족만 내려놓고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삼청동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한 기억이 난다.

북한이 핵보유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현실에서 9.19는 어떤 의미일까?

6자 회담은 여전히 유효하다

모두들 협상의 기억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6자회담 말고, 다른 대안이 있을까? 북한은 북미 양자대화를 원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결국 다자회담으로 풀어야 하고, 6자회담이라는 형식의 유효성을 인정한다면, 9.19 공동선언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 새로운 합의를 하는 것보다, 먼지를 털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활용하는 것이 낫다.

9.19는 평화적 해법의 최종 목표다

9.19 공동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 북일 관계개선, 에너지 경제지원이라는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한은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비핵화가 아니라 핵군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9.19 공동선언의 최종목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체제도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2016년 정부 성명)이라고 말한다. 비핵화를 유토피아로 말하면, 동시에 한반도평화체제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평화체제는 통일보다 어렵다. 최종 목표를 재확인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곳에 이르는 과정은 더욱 멀어지고 어려워졌지만.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

9.19 공동선언에서 가장 중요한 합의는 동시병행 원칙이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라는 합의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선핵 폐기론은 실패한 접근이고, 9.19 공동선언의 정신과 충돌한다. 지금이라도 9.19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12년이 흘렀는데, 왜 부족하지 않겠는가?

9.19 공동선언의 약점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허점은 운반수단, 즉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합의를 추진한다면, 반드시 보완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것은 사실이다. 사실상의 핵보유 상태에 이르러도, 국제법적으로 북한은 핵보유 국가의 지위를 얻을 수 없다. 최종목표로서의 비핵화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그것이 현재의 상태에서 초기이행조치, 혹은 그 이후의 로드맵을 결정하는 데 결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협상의 기억을 잊은 여러분들에게,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비웃을 여러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2003년 8월 1차 6자회담에서 2005년 9월 9.19 공동선언을 채택할 때까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하기도 했고, 부시행정부가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기도 했다. 네오콘,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워싱턴에 포진해 있었다. 협상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대안이다. 9.19를 맞으며, 오늘 하루라도 협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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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연철, #6자회담, #9.19공동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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