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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여러 가지 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를 듣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자동차가 달리거나 서는 소리를 듣습니다. 장사하는 짐차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설거지를 하는 소리를 들으며, 전화기가 울리는 소리를 들어요.

우리는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나비가 팔랑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거미가 집을 짓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공벌레가 옹기종기 모이는 곳에서 피어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는 사람 귀에는 잡히지 않는 주파수라고 해요. 지구가 날마다 구르는 소리도 사람 귀에는 잡히지 않는 주파수라고 합니다. 지구는 틀림없이 해 둘레를 돌되 날마다 스스로 돌기도 하지만, 이처럼 도는 소리를 사람이 듣지도 느끼지도 못한다고 해요. 커다란 소리를 듣지 못하기도 하지만, 개미나 나비나 공벌레처럼 작은 목숨이 내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도 해요. 벌이 집을 짓거나 지렁이가 땅밑에서 길을 내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도 하겠지요.

개미는 우리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땅속 깊이 구멍을 뚫어 토양의 공기를 순환시키고, 개미 살포 식물의 씨앗 확산을 돕습니다. 중국에서는 작물을 재배할 때 베짜기개미를 해충 방제로 이용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씨앗을 수확하는 데 개미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4쪽)

한글 '개미'라는 말의 어원은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과거에 '가얌벌게', '개야미' 등으로 불린 것을 보아 흔히 보이는 개미(일본왕개미, 곰개미, 주름개미 등)가 검은 색인 것과 관련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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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수 님이 빚은 생태 도감인 <한국 개미>(자연과생태 펴냄)를 읽으며 개미살림을 그려 봅니다. 동민수 님은 어릴 적부터 개미한테 푹 사로잡혔다는데, 어느덧 대학생이 된 이즈막에 도감 하나를 써내요. 글과 사진으로 개미살림을 살뜰히 담아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스물한 살이라는 앳된 나이에 도감을 어떻게 써내느냐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른 눈으로 본다면 동민수 님처럼 개미를 아끼면서 마주하는 깊이 있는 연구자가 아직 없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개미를 다룬 책은 더러 있기는 하지만, <한국 개미>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개미를 찬찬히 살피고 가르고 바라보면서 분류학이라는 얼개로 담아낸 첫 책입니다.

연구자한테 나이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책이나 도감을 써낼 만한 나이는 따로 없다고 생각해요. 얼핏 보자면 고작 스물한 살이지만, 어릴 적부터 개미를 눈여겨보았다면 벌써 열 몇 해를 개미살림에 고스란히 바친 걸음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개미살림을 살핀 햇수를 넘어서, 개미라고 하는 목숨을 우리 곁에서 아름다운 이웃으로 마주하는 눈길하고 손길이 있기에 멋진 생태 도감인 <한국 개미>를 이쁘게 선보일 만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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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몸에는 털이 많다. 털개미속처럼 종 구별에서 털이 무척 중요한 요소인 분류군도 있다. 털은 억세고 굵은 센털과 그보다 연한 잔털(연모)로 나눈다. 센털은 서 있는 각도에 따라 몸에서 수직이면 곧게 선 센탈(직립강모), 70도면 비스듬한 센틀(사직립강모), 45도 정도면 비스듬한 누운털(입복와), 몸과 평행하게 누워 있으면 누운털(평복와)이라고 부른다. (27쪽)

사람이 보기에 개미는 매우 작습니다. 개미집은 땅밑에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나무줄기에 있기도 하고, 바위틈에 있기도 한 개미집이니, 개미집을 찬찬히 살피기란 퍽 어렵습니다. 더욱이 개미는 느리지 않습니다. 개미를 눈여겨보신 분이라면 알 텐데, 개미는 개미 몸집에 대면 엄청나게 빨리 깁니다. 아니 마치 날듯이 긴다고 할 만해요. 사람더러 걷거나 달리라고 해도 개미처럼 빠르지는 못하리라 느껴요. 여기 있던 개미가 어느새 저쪽까지 기어요. 여섯 다리로 바람처럼 기지요.

작으며 날쌘 개미를 지켜보거나 살피기란 만만하지 않아요. 영상으로 담거나 사진으로 찍기도 수월하지 않지요. 갈래를 꼼꼼히 가르기 어렵다고 하지만, 동민수 님은 꼼꼼히 살피고 갈래를 제대로 갈라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국 개미>는 개미 모습을 꽤 많은 사진으로 넉넉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맨눈으로 볼 적에도 이럭저럭 가릴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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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개미 1마리는 수개미 여러 마리와 교미하면서 양적으로 풍부하고 유전적 다양성이 보장된 정자를 얻은 후, 배 끝부분에 있는 정자주머니에 저장한다. 그 뒤 일생 동안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듯 조금씩 정자를 방출해 알을 수정시킨다. (32∼33쪽)

예전에는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개미를 손쉽게 만났습니다. 요즈음도 서울에서 개미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기는 하지만, 빈 틈을 두지 않고 빼곡하게 높다란 건물이 오르고 땅밑으로도 숱한 가게가 늘어서는 데다가 자동차가 물결을 치는 데에서는 아무리 개미라 한들 삶터를 이루기 힘들어요. 개미 같은 벌레가 집이나 건물에 생기면 '벌레잡이 전문가'들이 온갖 약을 쳐서 개미랑 뭇벌레를 깡그리 없애기도 하고요.

오늘날 사회에서는 개미가 맡은 몫이 무엇인가를 잘 살피지 않습니다. 개미쯤 없어도 되는 줄 여기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개미가 있기에 사람도 살아갈 수 있어요. 개미가 말끔히 먹어치우는 것이 대단히 많거든요.

배 한 알을 뒷밭에 놓았더니 어느새 여러 개미떼가 몰려들어 30분이 채 안 되어 꼭지만 남기고 모두 사라져요. 파리를 잡아 마당에 내려놓으면 어느새 개미가 찾아들어 날개도 다리도 몽땅 조각조각 갉아서 가져가요. 개미를 굳이 말끔지기(청소부)라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만, 개미는 억센 주둥이로 먹잇감을 잘게 바수어서 먹어치우거나 개미집 곳간에 채워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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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애벌레는 일개미가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므로, 여왕개미가 게워 내는 양분을 받아먹고 자란다. 이때까지 여왕개미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34쪽)

(불개미아과는) 전 세계에 사는 두 번째로 큰 개미아과다. 현재까지 51속 3943종이 기록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0개 속이 기록되었다. (68쪽)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 물이끼를 걷어내다가 제 팔뚝이나 가슴이나 허벅지를 타고 오르는 개미를 곧잘 만납니다. 처마 밑 평상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밭일을 쉴 적에 발가락을 타고 발등을 지나 무릎을 거쳐 제 몸을 여기저기 기어다니는 개미를 으레 만납니다. 나무 그늘에 밥상을 펼라치면 개미는 어느새 밥상까지 올라옵니다. 바닷가 모래밭에 아이들하고 앉아서 놀 적에도 어김없이 개미는 어디에선가 나타납니다. 서울마실을 하려고 읍내로 나가서 시외버스를 타는데, 제 가방에 어느새 들어와서 돌아다니다가 이 버스마저 함께 타고 그만 서울까지 따라오는 개미가 있어요.

개미가 제비꽃씨를 물어 날라서 제비꽃이 바위틈에서도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울 수 있어요. 오직 제비꽃씨뿐일까요. 개미로서는 먹잇감으로 삼아서 작은 풀씨나 꽃씨를 물어다 나를 텐데, 어느 모로 보면 멋진 시골지기 구실을 하면서 씨앗심기를 거든다고 할 만합니다. 인천에서 살 적에 도무지 저곳에서 봉숭아가 씨앗을 떨구어 자랄 수 없을 텐데 싶은 갈라진 담벽 틈에서 봉숭아가 자라는 모습을 본 적 있어요. 사람이 일부러 담벽 틈에 씨앗을 갖다 놓지 않았을 테고요. 개미는 봉숭아 씨앗을 물어서 나르다가 그곳에 두었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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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개미 여왕개미는 숙자의 군체를 발견하면 일개미를 공격해 몸을 씹고 체액을 빤다. 이는 숙주 군체의 군체인식 페로몬으로 자신을 위장하는 것이다. 일차적인 화학 흉내가 마무리되면 숙주의 군체 깊숙이 들어가 여왕개미의 목 부위를 씹으며 완벽히 위장하며, 이 작업은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여왕개미의 몸에 털이 많고, 특히 앞다리에 털이 있는 것은 페로몬을 흉내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249쪽)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개미도감인 <한국 개미>입니다. 이 도감을 펴낸 자연과생태 출판사는 도감 집필자에 나이 제한이나 학력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래도록 즐겁게 어느 한 갈래 생태를 눈여겨보면서 아끼는 분이 있다면, 이분이 꾸준히 일구는 땀방울을 알뜰히 여미는 길을 간다고 해요.

스물한 살 동민수 님으로서도 첫 도감이자, 이 나라 자연과 생태와 학문과 문화라는 갈래에서도 첫 개미도감이 태어났습니다. 젊은 생태학자이자 뜻있는 생태지기(숲이라는 생태를 가까이에서 눈여겨보며 지킬 줄 아는 사람)가 앞으로 이 길을 늘 즐겁게 갈고닦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 개미>에 이어 또 다른 아름다운 생태 도감이 멋스러이 태어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개미살림을 넉넉하면서 알차게 보여준 동민수 님하고 자연과생태 출판사 모두한테 손뼉물결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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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국 개미>(동민수 글·사진 / 자연과생태 펴냄 / 2017.6.19. / 28000원)



한국 개미

동민수 지음, 자연과생태(2017)


태그:#한국 개미, #동민수, #숲책, #환경책, #자연과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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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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