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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7월 1일 오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고 박경근 열사 추모, 마사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7월 1일 오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고 박경근 열사 추모, 마사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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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마굿간 주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경근(38) 마필관리사의 장례가 36일째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고인은 'X 같은 마사회'라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고 박경근 열사 추모, 마사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을 비롯해 조합원 100여 명이 참여했다.

조합원들은 등에 "박경근 열사 투쟁 승리, 노조탄압 분쇄하고 죽음의 착취구조 반드시 끊어내자"라고 적힌 몸 벽보를 붙이고 집회에 참가했다. 이날 집회는 문화공연 없이 투쟁발언 중심으로 진행됐다.

조합원들은 계속적인 투쟁을 결의했다. 김재하 본부장은 "박경근 열사가 떠난 지 한 달이 넘었다. 처음에는 정치권이 반짝 관심을 보이더니 지금은 조금 발을 빼는 느낌도 든다"라며 "우리는 질기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날이 길어지지만 실망하지 말고 투쟁해야 한다. 마사회는 우리한테 저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면 오판"이라면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은 "어제(6월 30일)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과 박원선 전 의원이 고인의 빈소를 다녀갔다. 정치권이 제대로 신경을 썼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며 "정치권이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사회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새 농림부 장관이 청문회를 통과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마치고 오는 대로 임명장을 수여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마사회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농림부가 나서도록 해야 하고, 우리는 농림부를 상대로 한 투쟁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측과 교섭 진행 상황도 공유됐다. 이석재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조직부장은 "지난 6월 29일 교섭이 있었다. 마사회측은 이전에 했던 주장을 그대로 하고 있다. 조교사 대표가 협상장에 나왔지만 전체 조교사한테 위임도 받지 않고 왔다길래 '나가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필관리사의 마사회 직접 고용은 고인의 뜻이다. 마필관리사의 산재가 빈번한데, 마사회는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있다"라며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반드시 직접 고용 쟁취 등을 이뤄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7월 1일 오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고 박경근 열사 추모, 마사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7월 1일 오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고 박경근 열사 추모, 마사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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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찬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위원장은 마필관리사들의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는 "마필관리사들은 불과 3~4년 전만 해도 당직을 이유로 밤 11시가 넘어야 경주마들의 안전상태를 모두 확인한 뒤 불편한 당직실에서 몸을 쉬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잠을 자다가도 마굿간에서 이상스러운 징후가 느껴지면 급히 나가서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등 일상 업무로 인간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라며 "그러다가 별이 반짝이는 새벽 4시경 일어나 경주마 관리와 훈련을 준비한다"라고 설명했다.

마필관리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일하는 마필관리사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인원 분의 임금을 더 주겠다고 생색내면서 실제로는 관리사 고용을 회피하는 일을 마사회는 모른 척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족한 인원으로 날쌘 경주마를 돌보려고 하니 자연스레 서두르게 되고 서두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로 많이 다치기도 한다"라며 "이런 저런 이유로 산재율이 산업별 평균보다 무려 25배나 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개인사업자를 어찌할 수 없다면서 다른 건 다 규제하고 처벌하면서도 적정 인원을 확보하지 않아 동료들이, 동생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다쳐 실려가거나 병원에 있다고 하면 한없이 마사회가 원망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양정찬 위원장은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마사회는 알면서도 수수방관하였고, 2011년 11월 고 박용석 관리사가 마사회의 폐단을 부르짖으며 자결했다"라며 "이때 마사회는 임금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비인간적인 처우에 대해서도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서 투쟁을 시작하고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조교사협회 그 뒤에 버티고 있는 마사회는 거대한 절벽과도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은 "수없이 분노하였던 고 박경근 열사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며 "이제는 고인의 염원에 따라 전 조합원들이 단결하여 이 잘못된 구조를 반드시 바꿔내는 투쟁에 나설 것이고, 반드시 바꿔서 열사가 웃을 수 있는 그런 현장으로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이 7월 1일 오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연 "고 박경근 열사 추모, 마사회 규탄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만장에 다짐을 적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이 7월 1일 오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연 "고 박경근 열사 추모, 마사회 규탄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만장에 다짐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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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 공공운수노조 대전충남본부장은 "고인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쌍둥이 아들과 사랑하는 부인, 그리고 어머니를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얼마나 마사회가 원망스러웠으면 그랬겠느냐"라며 "민주노총은 싸워서 진 적이 없다. 촛불을 들어 노동자를 힘들게만 했던 박근혜를 파면하고 감옥에 보냈다. 마사회를 이기지 못하면 민주노총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비슷한 시각 한국마사회 과천·제주 앞에서도 같은 집회가 열렸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노총 공공연맹과 공동으로 투쟁하고 있다.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유족들은 장례 등 결정을 공공운수노조에 위임했으며, 김해 한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해 놓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입구에는 한국마사회와 공공운수노조 등에서 내건 '추모 펼침막'이 걸려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마필관리사의 마사회 직접고용'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노동탄압 중단' '박경근 조합원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조교사 갑질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은 마사회-마주-조교사(협회)-마필관리사의 다단계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마사회측은 '개인 마주제' 등으로 인해 마필관리사의 직접 고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7월 1일 오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고 박경근 열사 추모, 마사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7월 1일 오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고 박경근 열사 추모, 마사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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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마사회, #마필관리사, #렛츠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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