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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시국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손봐야 할 곳들이 너무나 많은 그야말로 '난세(亂世)'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있었던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의 철학과 사상이 담겨있는 '시대의 창'을 열어볼 필요가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불분명했고, 분열과 혼란함이 일상인 춘추전국시대는 공동체를 이루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었다. 사분오열된 이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제자백가의 '정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던 것이다. 책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를 통해, 이들의 성공과 한계를 비교분석하여, 난세를 헤쳐 나갈 미래의 공동체에 필요한 '정치'를 생각해 보자.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임건순 지음.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임건순 지음.
ⓒ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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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응답한 제자백가의 사상은, 다양한 역사적 토대를 가지고 분출하였다. 책에서 제일 처음 다루는 인물인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은 환공과 함께 중국 전역의 패권을 움켜쥐었다. 그의 공동체는 가난함을 벗어난 부유한 나라가 곧 강한 나라였다.

'인민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면 인민은 군주를 위하여 근심과 수고스러움도 감수한다. 부유하고 귀하게 해주면 인민은 군주를 위해 가난함과 천함도 감수한다. 보호하고 안전하게 해주면 인민은 군주를 위하여 위험에 빠지는 것도 감수한다. 잘살도록 해주면 인민은 군주를 위하여 생명을 희생하는 것도 감수한다.' - 관중 <목민편>

그의 정치는 '치국의 핵심은 인민을 부유하게 하라'라는 한마디로 정리된다. 중국이 G2국가로 부상하기까지의 개혁과 개방의 역사를 관통하는 '가난한 인민을 국가가 통치할 수 없다'라는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관중은 '사민'(사농공상(士農工商))구분을 통한 분업화로 효율적인 국가 운영을 통해 제나라가 엄청난 부를 얻게 만들었다.

그는 또 본분과 절도를 넘지 않는 예로써 '사유(四維)'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의 '사유'는 인민을 그저 국가를 위한 사육의 객체로서 취급하는데 그쳤다. 그의 '실용주의'는 '인본주의'가 없다보니, 국가의 이상과 목표가 없었다. 결국, 그가 죽은 이후 얼마 못 가서 제나라는 환공과 함께 몰락했다.

묵자는 장기적인 생명력을 가지는 공동체를 만들지 못한 한계점을 보인 '관중'과는 다른 방식을 취했다. 그는 인본주의적인 접근을 통해 가혹한 삶을 이겨내야 했던 '하층민'을 위한 민주적 합의주의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강한 자는 반드시 약한 자를 억누르고, 부자는 반드시 가난한 자를 업신여기며, 귀한 자는 천한 자를 무시하고, 지혜로운 자는 어리석은 자를 속인다. - 묵자 <겸애중편>

<겸애중편>에서 서술하듯이, 그의 공동체는 이익을 둘러싸고 벌이는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투쟁이 만연한 별(別)의 시대였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로부터의 거듭남 보다는 아래에서부터의 혁명과 운동을 통해 통치권력을 형성하고자 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한 후에야 진정한 사랑이 성립된다. - 묵자 <소취편>
천하고 강하고 약한 나라를 막론하고 모든 지역이 하늘의 도시이며, 나이가 많고 적고 귀하고 천하고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하늘의 신하이다. - 묵자 <법의편>

뿐만 아니라, <법의편>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이로우며 <소취편>에서는 그러한 기준으로 만인이 서로를 사랑하는 '겸애(兼愛)'를 통해 별(別)의 시대를 극복하고, 모든 인민이 각자 정당한 몫을 누리는 '국가사회주의'라는 현실적인 정치까지 나아가려 했다. 특히, 그의 사상은 한때 패권을 틀어쥔 '진나라'의 체계적인 법률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그는 또한 비공(非攻), 반전(反戰)을 통한 전쟁 없는 평화와 인간적인 삶, 기득권의 절용(節用), 절장(節葬)을 통한 겸애의 실현과 기초적 삶 보장 그리고 정당한 분배를 통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생각들은 묵자 사후에도 제자들과 묵자 집단이 다양한 공동체에 퍼트려졌다고 한다.

이 둘의 사상 뿐만 아니라, 공자와 맹자는 화(和), 인(仁), 성선설을 통해 지식인의 사명과 본분을 강조하는 공동체를 유지하려 했고 이는 현재까지 '유교'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상앙'은 동(同)의 정치로 예와 형벌의 적용이 모든 이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법치국가'를 꿈꾸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른바 명철한 군주는 법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없으니 신하는 감히 간사한 일을 하지 못하고 인민은 감히 나쁜 일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군주가 네모난 평상에 앉아 현악기, 관악기의 음악을 듣고 있어도 천하는 잘 다스려지는 것이다.' - <상군서> 형약편

그리고 그는 위와 같은 체계적인 국가를 통해 동(同)의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했다. '상앙'의 법치는 신도와 순자 한비자에 이르면서 점점 군주를 위한 법치가 아닌 '민본주의적 법치'로 나아갔다.

반면, 국가 권력을 싫어하던 '장자'는 마음 안에 자신이 없고 그저 밖에서 주입하고 강제한 것들이 주인이 되고 있는 공동체를 비판하며, '비판적 이성'이 있는 주체적인 인간의 공동체를 추구하였다. 그의 이야기는 당시 현실적인 힘으로 작용하지 못했지만, 지친 현대인들의 삶과 정신을 일깨워주는 텍스트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에서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제자백가들의 사상이 역동적인 현실 속에서 다양한 실험을 거쳐 다듬어져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회에 대한 개인적 고민부터, 지식인과 권력자에게 필요한 덕목, 국가의 체계에 대한 고민, 공동체에게 반드시 있어야할 '이상'과 '철학'까지.

그들의 '인간관'에서부터 나온 사상과 철학은 당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 아직까지도 그들이 고민해왔던 문제들이 수많은 국가가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과거의 '제자백가'도 웃고 갈 나라라고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공동체의 '이상'을 꿈꾸기 전에 고쳐야할 '현실'이 너무나 많은 탓이다. 우리나에게 필요한 '정치'를 제자백가가 말하는 공동체에서부터 고민해 보자.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 관중에서 한비자까지 위대한 사상가 13인이 꿈꾸었던 최상의 국가

임건순 지음, 서해문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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