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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낙연 총리후보에 대한 인준안은 통과되어야 한다. 그에게 제기된 여러가지 문제가 없다거나, 또는 이낙연 후보자가 그에게 제기된 문제들을 치유하고도 남을 정도의 뚜렷한 능력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우선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이고, 인사위원회도 없이 출발한 정부이기 때문에 국정을 가능한 빨리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랫동안 지역민들로부터 국회의원과 도지사로 선택받았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 물론 탕평의 차원에서 호남출신 총리를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고려한 면도 있다.

인사청문회 인준을 앞두고 여야가 대립하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름대로 진솔한 사과를 하였고, 청와대 정무라인에서 야당의 대표 등을 찾으면서 협조를 구하는 모습은 이전 정부에서 보지 못했던 소통의 노력이기도 하다. 물론 앞으로 문제를 지닌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분명 문재인 대통령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등 5대 비리 전력자는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한 공약이 구호로 그쳐서는 안된다. 새로이 출범한 정권에 대한 국민여론이 높다거나, 해당 공직후보자를 그래도 임명하라는 여론조사가 높게 나온다는 등의 지지율로 넘어갈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인사문제가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강제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지 않는가?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직 임명후보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에서 인사청문회 때마다 그토록 외쳐댔던 위정전입, 탈세, 부동산 투기의혹 등의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기준이 달랐다거나, 인사청문회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 했다거나, 전임 정부의 하자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거나, 그러한 하자를 뛰어 넘을 정도로 능력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생을 살아 왔다는 변명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나 하는 자괴감이 앞선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룹들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걱정스럽다.일부 극렬 지지층에서 청문위원들에 대하여 집단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그 내용이 청문위원들을 비하하는 욕설에 가깝거나 청문위원들이 가진 여러가지 하자를 들춰내는 것이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문위원들은 개인적 지위가 아니라 국민의 위탁을 받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일반 국민들을 대신해서 추궁성 발언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문위원들은 직분에 따라 자신의 소임을 다할 뿐이다. 또한 청문위원들이 지적하는 여러 하자들은 충분히 청문회에서 다뤄져야 할 사항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욕적인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청문위원들의 비리를 거론하면서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민주정부에서 결코 허용되서는 안 된다. 청문위원들이 깨끗하지 못하다면 청문위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인지, 청문위원과 마찬가지의 하자가 있는 후보들은 마땅히 등용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하는 제도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이면서, 고위직에 임명될 사람들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도덕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국회에서 검증하려는 것이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시행되어 오던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제16대 국회가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함으로써 도입하게 되었다. 그동안 수십 번의 청문회를 거치면서 낙마가 거듭되기도 했고,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지만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문제였다. 또한 그동안의 청문회 과정에서 여러가지 논란들이 제기됨으로써 공직에 임하는 사람들에게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문위원들에게 압박을 가해서 청문회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태도가 올바르다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있어 힘겨루기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분명히 하고, 국정수행의 한 축으로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 일정한 타격을 가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은 어느 정부에 있어서나 항상 있어왔던 일이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정부들과는 달라야 한다. 힘겨루기를 통해(물론 여소야대의 정국이기 때문에 실현이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려 하지 말고 끊임없는 소통으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의 대국민사과나 정무수석이 야당대표들을 만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

야당은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 따라서 그들의 태도는 나름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틀 아래서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들을 지나치게 몰아세우면서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건전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문자메시지 등으로 비난을 가하는 것은 이전 정부의 파렴치함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또한 극렬 지지층의 그러한 태도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합리적인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를 외면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게 된다.

아울러서 문재인 정부에 호의적인 지식층의 경우에도 나름 균형감각을 갖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권의 성공은 객관적인 비판이 함께 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뭘 해도 항상 올바르다면서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세력들은 어느 경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전한 비판을 통해서 때로는 감시하는 태도가 훨씬 도움이 되는 것임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과거 역사를 돌아보아도 왕조 초반 간쟁(諫諍)이 충실하게 이뤄졌을 때는 균형이 유지된다. 그러다가 왕조 말기 환관이나 측근들이 언로를 막고 간쟁을 무력화 시켰을 경우에는 왕조가 망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건전한 비판은 몸에 좋은 예방주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입니다.



태그:#문재인정부인사청문회, #이낙연청문회, #인사청문회, #청문회무력화, #문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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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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