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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누적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훌쩍 넘은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여행객을 비롯한 시민들이 줄지어 투표하고 있다.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누적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훌쩍 넘은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여행객을 비롯한 시민들이 줄지어 투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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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월 19일 4.19 혁명, 그리고 허수아비 장면내각과 박정희 대통령. 1979년 10.26 사태와 전두환 대통령. 1987년 6월 민주화운동과 노태우 대통령. 그리고 2016년 촛불혁명. 우리는 지금껏 얼마나 많은 미완의 혁명을 지켜봐 왔는가. 부정부패와 권위주의로 얼룩진 우리의 지도자를 끌어내린 후 우리의 선택은 왜 혁명을 미완성의 상태로 남기는 선택이 되어버린 걸까.

4.19혁명 이후 군부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군부정권 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 20년간의 박정희 정권을 견뎌낸 우리 국민은 또 한 번 '선거'를 통해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1987년, 그 전두환을 끌어내린 우리 국민은 전두환과 별다름 없는 노태우를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2017년 5월. 또 다른 혁명 이후 또 다른 대통령 선거다. 우리는 우리의 모아진 마음과 하나의 촛불로 부정부패와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우리는 이제 같은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역사를 통해 배우고 진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1960년의 4월과 1987년의 6월엔 10, 20대 청년 학생들이 있었다. 1960년의 불을 당긴 사람들은 대구 경북고 학생들이었고, 서울의 대학생들이었다. 1987년 6월에도 화이트 칼라를, 교수들을,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 사람들도 청년 학생들이었다.

솔직하게 되물어보자. 2016년 청년 학생들은 지난 4년간의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보면서 무엇을 하였고, 무슨 비판을 하였는지. 우리는 그저 키보드 워리어였으며, 박근혜는 술자리 안주였고,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의 앞날이 우리 손에 달려있다. 우리 손으로 공석으로 만든 대통령 자리에, 우리가 원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통령을 앉혀 놓아야 한다. 이 국면에서 20대는 더 중요하다.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이 50%를 넘어본 적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20대 유권자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대 투표율이 급격하게 치고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20대 투표율은 더 급격하게 치고 올라가야 한다.

20대에게 투표가 중요한 진짜 이유, 그것은 20대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투표가 무엇인지, 그래서 투표가 왜 중요한지 직접 발화해보고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투표는 해도 되는 것, 안 해도 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20대가 20대에게 말하고 싶은 투표를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세 명의 대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에겐 그들 각자만의 삶이 있고, 그들이 촛불혁명을 바라본 관점이 있고, 그들이 가진 정치에 대한 생각이 있다.

- 20대에게 투표란 무엇입니까?
H : "저에게 투표란, 가장 강력하게 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살면서 현실에 대해 답답하고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는 일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우리의 생각을 정책에 전달하고 그로 인해 그 일들을 해결하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들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관심을 주고 우리의 현실에 조금이나마 깊게 바라보려고 대변하려고 해주는 시기가 선거기간이라고 생각해요.

20대는 50대처럼 투표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30, 40대와 같은 활발한 경제활동 인구가 아니기 때문에 주요 정책을 논하는데 있어서 소외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0대에게 투표란 더 의미가 있는 행위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투표에 있어서 '어차피 내가 뽑는 후보는 당선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투표 안 할래'라든지 '뽑은 후보가 없어서 안 해, 내가 투표 안 하는 것도 내 선택 아니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시면, 꼭 말씀해드리고 싶어요.

당신이 누구를 지지하고 선거권을 행사하고 말고는 당신의 선택이 맞지만, 우리가 선거권을 행사해야, 20대의 총 투표율이 올라야, 우리를 위한 정책들이 실현되고, 우리의 요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말이죠. 흔히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가 굴복하고 맞춰간다고 하잖아요. 선거는 가장 강력하게 우리 세대에게 '힘'을 합법적으로 주는 것이 아닐까요?"

M : "저는 20대에게 투표란, 태어나 처음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1993년생이라 이번이 태어나서 두 번째로 투표하는 대통령 선거에요. 저보다 나이가 어린 20대 친구들은 이번 선거가 생애 첫 대통령 선거일 거예요. 또 몇몇 20대 초반 친구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가 아예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공적인 선거일 수도 있어요.

우리 학생들은 초, 중, 고 12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매년 반장 선거와 학생회장 선거에 참여해서 투표로 자신의 대표자를 선출하기도 하고, 자신이 대표자로 선출되기도 하죠. 이렇게 12년 동안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훈련을 거치게 되고, 이 학생들이 20대가 되어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인하는 과정이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T : "20대에게 투표란 김밥의 단무지와 같다고 생각해요. 단무지가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있으면 더욱 맛이 좋아지는 것처럼, 투표를 하지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하면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많은 20대들은 '헬조선'이라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펙이며, 인턴이며, 알바며 청춘의 낭만을 즐길 여유가 없이 살아가고 있어요. '정치'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죠.

관심도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투표를 안 해도 상관없다'라는 생각은 어쩌면 20대들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인 그리고 구조적인 노력이 더해진다면 20대들이 투표의 맛을 알고 적극적으로 자진해서 투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한 번 단무지의 맛을 본 사람들이 김밥을 만들 때 단무지를 절대 안 빼는 것처럼, 20대들도 한 번 투표의 맛을 보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투표가 20대의 인생에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20대에게 투표가 왜 중요합니까?
H : "20대에게 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정말 많이 있어요. 하지만 그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말해보자면, 저는 20대가 투표를 하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게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10대와는 다르게 20대부터 선거권을 준다는 것은 이제 선거권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번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한 지인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지금 사람들이 다 욕하고 비난하지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대통령으로 뽑아준 사람들 또한 이 사람들 중에 있다. 우리가 투표를 통해 그 사람에게 정당성을 준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최순실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이죠. 저는 이 말씀에 동감해요.

실제 선거권을 행사할 때는 많은 시간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리 의미 있고 강력한 행위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우리가 1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하고 나오는 투표는 우리에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미래의 우리나라를 위한 책임감을 주는 행위에요. 따라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처음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20대의 투표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 단추를 잘 꿰매야 점점 나이가 많아질수록 주어지는 책임감에 맞는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M : "다른 어느 세대보다도 우리 젊은 20대에게 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20대는 아직 살아갈 날이 다른 세대들보다 훨씬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오늘 내리는 결정에 가장 오랜 시간 영향을 받아야 하는 계층도 20대죠. 우리 20대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투표율을 보인다면 정치인들은 20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투표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 앞에 줄 서 있는 30, 40대 및 중장년 계층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일 거예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고, 아직까지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우리 20대의 미래를 다른 세대가 결정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정말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2017년 현재 20대와 청년 세대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청년실업 문제도 우리가 투표하지 않는다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 20대가 그 어느 세대보다 투표에 많이 참여해서 정치인들이 20대를 절대로 하찮게 여기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T : "20대에게 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2가지라고 생각해요. 먼저, 투표를 함으로써 20대 맞춤 공약이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대의 투표율이 높으면, 표를 얻기 위해 20대 맞춤 공약이 후보들 사이에서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20대를 위한 공약이 많이 생겨난다는 것은 그만큼 20대에게 정치권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다는 뜻이 되며 이는 20대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하겠죠.

두 번째로는 투표를 통해 조금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대또한 사회의 한 연령층으로서 사회를 더욱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특정 후보를 골라 도장을 찍든 아무도 선택하지 않고 깨끗한 용지를 투표함에 넣든, 투표소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임승차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하는 20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겠죠."

오직 도장 하나를 찍는 행위이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우리 사회와 정치체제의 정당성을 만들어주는 '조용한' 활동이 바로 투표다. 이들의 언어를 빌려보자면, 투표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확립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이자 자신의 생각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투표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행위의 책임을 갖게 해주기 때문에, 살아갈 날들이 다른 세대들보다 훨씬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무임승차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끊임없이 20대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사회다. 젊음이 죄도 아닌데, 20대는 그 많은 고통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우리는 훨훨 날고 싶지만 잔인한 세상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거짓말이 우리 20대의 발목을 잡아끈다. 불만 많은 청년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살만하게 이끌어줄 지도자를 세우는 선거다. 20대가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겠는가? 살아갈 날이 너무나 많은 우리다. 선거에 참여해서 젊음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태그:#19대대선, #19대대통령선거, #20대투표율, #장미대선, #청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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