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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랫동안 정신과 내담 및 입원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저와 같은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을 위해 헌신하는 맘으로 평생을 살고자 임상심리학을 공부중인 삼십대 남성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겪었던, 또 공부해온 것들에 기초하여 박근혜씨의 정서 건강이 상당히 위태롭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올림머리에 대한 집착과 변기에 대한 '두려움'을 놀림거리로만 보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 펜을 꺼내어 봅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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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박근혜씨의 상태를 임상적으로 판단하고 어떤 진단을 내리기엔 주어진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심리검사와 면담 등을 통해 확정적인 진단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을 기사화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저는 '구속 박근혜 심리 전격 분석'이 아닌 인권의 차원으로 이 문제에 접근코자 합니다.

우선 '확정적 사실'만 이야기해보죠. 그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것이 뇌물인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입니다. 그런 거 말고, 누구도 부인 못할 확정적인 사실들요. 그는 부모를 비극적으로 잃었습니다. 이후 오래 은둔했습니다. 최순실에 상당히 의존적이었습니다.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는 사이비종교의 목사이죠. 공용 변기를 사용하는 데 매우 어려움을 느낍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동안에도, 탄핵 후 결국 사저로 돌아간 후에도 올림머리가 전문인 미용사를 불러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정황에도 불구 그가 건강하다면 다행인 일입니다. 모든 국민에겐 건강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또한, 그에게 자기 잘못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가능한 정도의 기능이 있다면 구속 및 형 집행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 또한 상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형법을 어긴 한 국민의 인권 또한 생각해야 합니다. 헤어스타일이나 '변기'는 임상심리 관련 논문들이 따로 한 챕터를 다루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그 임상심리적 상징성이 매우 강합니다. 박근혜씨라고 생각 마시고, 60세를 넘긴 나이의 피고인이 '올림머리 없이 외출이 힘들고 평소 공용변기를 사용하지 못해 항상 개인변기를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는 그의 정서 건강이 '놀릴 거리'가 아닐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가 정규재TV를 통해 했던 말,'오래 전부터 준비된 음모가 있고 완전히 엮인 것'이라는 말이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믿음처럼 '진짜 믿음'일 가능성도 의심해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문제는 상당히 복잡해집니다.

그는 헌법을 유린했지만 여전히 헌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의료적인 접근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고, 혹시라도 필요한 처방이 있다면 빠른 처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부정한 권력에 대항하여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탄핵을 이끌어낸 우리는 이미 승자입니다. 박근혜씨에게 부적절한 특혜가 주어지지 않도록 감시하되, 그를 포함한 모든 수감, 재소자들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의료권과 존엄권에 대해서도 '촛불 시민'들이 먼저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품위있는 승자가 됩시다.


태그:#박근혜, #박근혜 구속, #정서건강, #인권,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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