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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디로든 떠나야 할 때다. 바람 한 점에도 엉덩이가 들썩인다. 경남 산청 지리산 천왕봉으로 봄 맞으러 3월 17일 길을 나섰다. 지리산대로를 가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고 싶었다. 산청 신천초등학교 못 미친 곳에서 왼편으로 꺾었다. 덕양교를 건너자 한국수력원자력 산청양수발전소가 먼발치에 나온다.

경남 산청 양수발전소 홍보관을 찾아
 
발전소 전력홍보관에 들어섰다. 천장에 구슬같이 둥근 스테인리스 공들이 여럿 매달려 있다. 그 아래에 풍력발전 날개 사이로 산청의 자연이 영상물로 나온다. 왼편에 산청 지역관이 나온다. 산청 자연의 환경과 각종 특산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찬찬히 걸으며 구경했다.
 
안내대 옆으로 전시실 1실 '전기의 이동'부터 5전시실 '그린에너지'까지 전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경남 산청 지리산가는 길에 있는 산청양수발전소 전력홍보관
 경남 산청 지리산가는 길에 있는 산청양수발전소 전력홍보관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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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조선 말 실학자 혜강 최한기 선생이 '신기천험'을 편수하면서 Benjamin Hobson이 저술한 '박물신편'의 전기론을 '전기'라는 제목으로 수록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전기'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한다.
 
양수발전소 모형도 앞에서 발전 과정을 톺아보았다. 양수발전은 수력발전의 한 형태로 심야에 남는 전기로 하부댐의 물을 높은 곳에 있는 상부 댐에 올려보내 저장한 뒤 전력 사용이 많은 주간에 상부 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내려보내 수차를 회전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양수발전소 모형도 앞에서 발전 과정을 톺아보았다. 양수발전은 수력발전의 한 형태로 심야에 남는 전기로 하부댐의 물을 높은 곳에 있는 상부 댐에 올려보내 저장한 뒤 전력 사용이 많은 주간에 상부 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내려보내 수차를 회전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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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발전소 모형도 앞에서 발전 과정을 톺아보았다. 양수발전은 수력발전의 한 형태로 심야에 남는 전기로 하부댐의 물을 높은 곳에 있는 상부 댐에 올려보내 저장한 뒤 전력 사용이 많은 주간에 상부 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내려보내 수차를 회전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양수발전을 가동해 ‘블랙아웃을 막아라’라는 게임
 양수발전을 가동해 ‘블랙아웃을 막아라’라는 게임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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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둘러보는데 양수발전을 가동해 '블랙아웃을 막아라'라는 게임도 나온다. 4명이 함께 참여해 경쟁하는 대전 게임으로 펌프를 돌려 공을 던지는 체험을 통해 양수발전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북카페처럼 책을 읽으며 간단한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홍보관 내 휴게실
 북카페처럼 책을 읽으며 간단한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홍보관 내 휴게실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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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발전 양식 등을 구경한 두 휴게실로 향했다. 북카페처럼 책을 읽으며 간단한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믹스를 타서 마시는데 창 너머로 연분홍빛 매화가 바람이 흩날리며 손짓한다. 밖으로 나가 은은한 매화 향을 들이마신다. 발아래 냉이들은 까치발을 돋은 듯 한껏 높이 솟구쳐 올랐다.
 
원뿔 형상의 주탑
 원뿔 형상의 주탑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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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가듯, 소풍 가듯 가볍게 나선 길-에너지를 얻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햇살이 내리꽂히는 원뿔 형상의 주탑으로 향했다. 탑신의 맨 위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체는 사람이고 가슴 아래는 말인 켄타우로스가 드넓은 우주를 향해 활을 쏘는 자세로 있다.
 
탑신의 맨 위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체는 사람이고 가슴 아래는 말인 켄타우로스가 드넓은 우주를 향해 활을 쏘는 자세로 있다.
 탑신의 맨 위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체는 사람이고 가슴 아래는 말인 켄타우로스가 드넓은 우주를 향해 활을 쏘는 자세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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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근처에는 잣냉이라고도 불리는 꽃마리들이 나 보란 듯 하늘하늘거린다. 꽃다지가 작은 돌 틈 사이로 노랗게 축포를 쏘았다. 저기도, 여기도. 그러자 야멸차게 불었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뺨을 어루만진다. 건너편 대숲에도 바람이 인사를 하자 대나무들은 "사각사각" 장단을 맞춘다.
 
탑 근처에는 잣냉이라고도 불리는 꽃마리들이 나 보란 듯 하늘하늘거린다.
 탑 근처에는 잣냉이라고도 불리는 꽃마리들이 나 보란 듯 하늘하늘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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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에서 잠시 쉬는데 근처를 지나는 덕천강 물살 소리가 시원하다. 붉은 산당화 옆으로 난 울타리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돌들 사이를 힘차게 헤치고 나가는 물을 보았다. 고인 물은 해맑다. 흐르는 물에 고민을 흘려보냈다. 겨우내 묵은 때를 씻어 보냈다. 햇살은 탐스럽고 공기는 맑고 깊었다.
 
노란 봄빛 실어나르는 물레방아촌 - 지리산 신촌마을
 
노란 봄빛 실어나르는 물레방아촌 - 지리산 신촌마을
 노란 봄빛 실어나르는 물레방아촌 - 지리산 신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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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지리산을 품은 경남 산청은 언제나 노란빛으로 설레게 한다. 더구나 지리산 천왕봉으로 가장 빨리 올라갈 수 있는 중산리를 앞둔 신촌마을에서는 더욱 그렇다. 신촌마을은 도둑이다. 봄을 실어나르는 산수유와 경쾌하게 흐르는 물소리에 무방비 상태로 찾아온 여행자 마음을 빼앗는다.
 
신촌마을로 입구에 서 있는 기다란 돌 사이로 나사 톱니같이 생긴 물레방아의 색다른 풍경에 걸음을 멈췄다. '물레방아촌 신촌'이라는 돌비석은 마을을 찬찬히 걷게 이끈다. 비석 뒤에 쓰인 '함양 산청 물레방아는 물을 안고 돌고/ 우리 집에 우리 님은 나를 안고 돈다/~'는 노랫말이 흥겹다.
 
산청군 시천면 신촌마을에서 바라본 지리산
 산청군 시천면 신촌마을에서 바라본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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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가락을 흥얼거리며 중산교를 건넜다. 다리 중간에 이르자 오른편으로 해맑은 물이 한달음에 내달리는 풍경은 마음 한구석 묵은 때를 씻어간다. 다리를 건너자 여기저기 펜션이며 식당들이 즐비하다.
 
다리 가운데에서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에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주고 바닥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맑은 물빛에 넋을 잃었다.
 다리 가운데에서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에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주고 바닥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맑은 물빛에 넋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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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오른편에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로 향했다. 나무다리 위로 붉은 아치가 서 있다. 다리 가운데에서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에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주고 바닥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맑은 물빛에 넋을 잃었다. 계곡을 따라 바람이 한차례 지난다. 쉼 없이 흘러내려 가다 바위에 잠시 쉬어가던 물들이 바람결 따라 잔잔히 흔들린다. 내 마음도 흔들린다.
 
사뿐사뿐 걸으며 봄이 건네는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건너편 노란 산수유 꽃 빛은 발길을 이끈다. 작은 산수유 터널을 지나 정자에 앉았다. 가져간 보온병에 담가온 산수유차를 마시는 여기가 카페다.
 건너편 노란 산수유 꽃 빛은 발길을 이끈다. 작은 산수유 터널을 지나 정자에 앉았다. 가져간 보온병에 담가온 산수유차를 마시는 여기가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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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노란 산수유 꽃 빛은 발길을 이끈다. 작은 산수유 터널을 지나 정자에 앉았다. 가져간 보온병에 담가온 산수유차를 마시는 여기가 카페다. 나만을 위한 조용하고 시원한 카페다. 노랗게 터뜨린 꽃망울에 눈길을 빼앗긴다. 산수유는 수십 송이의 작은 꽃송이들이 둥글게 모여 탁구공보다 작게 달린다. 봄꽃들이 그렇듯 꽃보다 잎이 먼저 나무 가득 피워낸다.

'대학나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약재로써 수익이 높은 산수유는 약재로 널리 쓰인다. 정력 강장제로 소문난 산수유는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나 야뇨증 등에 좋다고 한다. 발그레한 볼처럼 약한 홍조를 띠는 반투명한 차(茶)용물 빛처럼 내 마음도 덩달아 은은해진다.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물에 손 담갔다. 차갑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리쬐는 햇살과 달리 물은 아직도 겨울을 기억한다.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물에 손 담갔다. 차갑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리쬐는 햇살과 달리 물은 아직도 겨울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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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물에 손 담갔다. 차갑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리쬐는 햇살과 달리 물은 아직도 겨울을 기억한다. 계곡을 나와 길 건너편으로 향했다. 물레방아가 있다. 물레방아 옆으로 나무로 만든 쉼터 가운데에 지리산 성모상이 있다. 물론 재현한 성모상이지만 오가는 이들이 이곳에 들러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산청군 신촌마을에는 지리산성모산 재현품이 있다.
 산청군 신촌마을에는 지리산성모산 재현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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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뒤편 마을 회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정자에 쉬었다. 주위 산수유 노란빛들은 마치 봄빛인양 찬란하게 빛난다. 여유 있는 길, 그저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뿐사뿐 걸으며 봄이 건네는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재미가 솔찬하다.

덧붙이는 글 | 산청군블로그
<해찬솔일기>



태그:#산수유, #산청양수발전소, #지리산, #봄마중, #신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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