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포스터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포스터 ⓒ (주)영화사 진진


작년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열화와 같은 성화로 매진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추가 상영까지 이끌어낸 작품 <나, 다니엘 블레이크>.

<지미스 홀> 이후 은퇴선언을 한 켄 로치 감독을 다시 일선으로 불러 오게 만든 이 영화로 감독은 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다.

감정과잉이 아닌 자연스러운 스토리 구성으로 관객들이 저절로 현실의 부당함을 느낄 수 있게끔 연출하는 켄 로치 감독의 방식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극대화된 듯하다.

영국의 코미디언이자 작가이자 배우이기도한 데이브 존스는 영국복지시스템의 부조리함에 굴복하지 않는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로 분하였는데, 묵직하고도 위트있는 연기로 런던 비평가 협회상에 남우주연상후보로 노미네이트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국 독립영화상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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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충실히 목수로 일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59)는 어느날 찾아온 심각한 심장마비의 휴우증으로 일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의사로부터 심장이 제 기능을 찾기 전까지는 일을 중단하라는 소견을 받지만, 파견나온 비의료인 상담사는 질병수당 지급을 거부하고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단내린다. 질병수당 수령불가 편지를 받은 다니엘은 몇시간에 걸친 끔찍히도 길었던 대기 끝에 겨우 관련부처와 전화연결을 하지만, 지급거부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항소도 불가하다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듣게 된다.

끊임없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행정탓에 다니엘은 극도의 피로를 느낀다. 전문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질병수당을 거절당하고, 항소조차 당장 할 수 없으며,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선 취업교육을 받아야 하고, 구직활동의 증빙을 제출해야 함은 물론, 인터넷을 사용해 본 적도 없는 이가 인터넷으로 항소 신청을 해야하는 말도 안 되는 비이성적인 상황들.

생활고로 인해 수당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지만, 질병수당은 받을 수 없고, 항의조차 제대로 할 수 없으며 취업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그의 답답한 심정이 스크린 밖에까지 전해 졌다.

어지러움에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다니엘 앞에 나타난 케이티 가족. 홀로 두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케이티는 런던에서 생활고로 인해 300마일이나 떨어진 뉴캐슬로 이사오게 되지만, 익숙치 못한 길 탓에 약속보다 10분 늦게 선터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센터는 규칙대로 할 뿐이라며 상담을 거절하고, 사정을 설명하는  케이티를 비정상으로 몰고간다. 이에 분노한 다니엘의 항의에 그들은 다같이 센터에서 쫒겨나게 된다. 둘은 심적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부당한 유혹에서 부터 원초적인 굶주림에까지 맞서며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 (주)영화사 진진


비이성적인 탁상행정

인간들로 구성된 게 아닌, 마치 기계와도 같은 탁상행정의 끝을 보여준 이 영화는, 시스템에 절망하지만 결국 시스템에 의지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비이성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케이티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했던 이 말은 실은 다니엘 스스로에게도 필요했던 말이 아니었을까? 이름이 잊힌, 단지 하나의 수치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사람이라던 그의 외침이 뇌리에 생생히 박혔다.

사회 약자들을 위로하며 민영화된 복지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부조리함을 가차없이 꼬집은 켄 로치 감독. 불편한 진실에 대한 절망감과 희망을 동시에 전달해준 이 영화처럼, 현실의 부조리함과 절망도 희망으로 바뀌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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