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만에 추락하는 여우군단 출처:레스터시티 공식SNS

▲ 한 시즌 만에 추락하는 여우군단 출처:레스터시티 공식SNS ⓒ 방가온


24경기 5승 6무 13패 21승점 리그 16위 

지난 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팀 레스터 시티의 (24라운드 기준) 현재 상황이다. 레스터 시티의 우승 이후 다음 시즌에서는 이전 시즌만큼 선전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어느 정도 디펜딩 챔피언의 추락은 예상이 됐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의 현상황을 지켜보면 하락 정도가 수직 하락 수준이다.

리그 1위에서 리그 16위로 18위 헐시티와의 격차는 승점 1점이고 최하위 팀인 선더랜드와의 격차는 승점 2점뿐이니 리그 1위에서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추락이다.

이런 레스터 시티의 수직 하락 원인은 대표적으로 '캉테의 공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캉테의 공백'을 현재 레스터 시티 스쿼드가 얼마나 못 메우고 있는지와 이 밖에 다른 부진 이유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캉테의 공백은 도저히 매우기 힘들다 제작:방가온

▲ 캉테의 공백은 도저히 매우기 힘들다 제작:방가온 ⓒ 방가온


애당초 대체불가 선수였던 캉테

가장 큰 이유로 불리는 '캉테의 공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겠다. 캉테가 지난 시즌 보여준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바디, 마레즈가 빛나는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뒤에서 캉테 가 궂은 일을 맡아 주었기에 가능했다.

그랬던 캉테가 첼시로 떠나자, 레스터 시티 역시 캉테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라니에리 감독의 AS 모나코 시절  밑에 있었던 멘디를 니스에서 이적료 약 200억 원을 들여 영입했다. 하지만 멘디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반기 대부분 출전하지 못하며 레스터 시티로서는 이적 효과를 얻지 못했다.

캉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멘디 다음 대체자는 15/16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코펜하겐에서 데려온 아마티이다. 부상 없이 대부분 경기를 출전한 아마티이지만, 캉테의 공백을 인터셉트, 클리어링 등 수비 부분에서 메워주지 못했다. 아마티, 멘디가 못했다고 하기보다는 캉테가 지난 시즌 보여준 모습이 워낙 대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애당초 유럽리그에서 인터셉트를 가장 많이 기록한 캉테의 공백을 메우기란 어려웠다. 레스터 시티가 제2의 캉테 없이 이 어려운 흐름을 이어간다면 캉테의 이적은 마레즈, 바디가 팀을 떠나는 것만큼이나 더 아쉬운 이적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 희망 은디디 제작:방가온

▲ 마지막 희망 은디디 제작:방가온 ⓒ 방가온


레스터 시티 잔류의 마지막 희망 윌프레드 은디디

캉테의 역할을 해줄 적임자가 제 역할을 못하자, 레스터 시티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또다시 캉테의 대체자를 찾는데 힘썼다. 그 결과 벨기에 헹크에서 뛰는 나이지리아 출신 96년생 윌프레드 은디디를 약 223억 원에 영입했다.

현재까지 은디디의 활약은 나쁘지 않다. 4경기 모두 풀타임을 뛴 은디디는 팀 내 평점 순위 7.03점으로(후 스코어드 기준) 2위를 기록 중이다. 중원에서 힘들게 버티는 드링크워터를 도와 경기당 태클 성공 횟수 역시 드링크워터보다 많은 3.8회로 팀 내 최다 기록 중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은디디가 출전한 리그 4경기에서 모두 패배를 하고, 10실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은디디의 활약이 눈에 띄더라도 승점이 필요한 레스터 시티 입장으로서는 결과적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 중원에서 수비를 지금처럼 잘해준다면, 곧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챔스만 나가면 강자가 되는 레스터 시티 제작:방가온

▲ 챔스만 나가면 강자가 되는 레스터 시티 제작:방가온 ⓒ 방가온


챔피언스 리그 경기로 인한 부진?

레스터시 구단 역사상 최초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 진출 대회에서 당당하게 조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톱시드 덕분에 비교적 유럽 강호들을 피해 조 편성이 됐지만, 이번 시즌 레스터 시티가 지난 시즌만 하지 못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좋은 성적으로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레스터 시티같이 스쿼드가 두텁지 못한 팀이 유럽 클럽리그 대항전에 진출해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 챔스 경기 이후 리그 경기에서 컨디션 및 체력 문제를 드러내며 리그에서 어려움을 겪는 문제이다. 레스터 시티 역시 이런 어려움을 겪을 만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레스터 시티의 챔스 경기 이후 승률은  괜찮은 편이다.

챔스 경기 이후 리그 경기에서 3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거기에다 포르투에게 0:5 대패를 당하고 나서 리그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4:2 승리를 기록했다. 레스터 시티가 이번 시즌 리그에서 거둔 5차례의 승리 중 3차례가 챔스 경기 이후 치른 리그 경기에서 거뒀다. 챔스 조별리그 경기는 9월 12월 사이에 치러졌다. 2017년 현재까지 리그에서 승리가 없는 레스터 시티와 챔스 경기와의 관계는 문제가 없다.

포메이션 변경효과 無 제작:방가온

▲ 포메이션 변경효과 無 제작:방가온 ⓒ 방가온


포메이션 변화 효과 無

이번 시즌 EPL에서는 첼시 콩테 감독의 3백 전술이 성공하며 유행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메이션은 4-2-3-1 포메이션이다. 지난 시즌 역시 4-2-3-1 포메이션을 대부분의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사용했다.

하지만, 라니에리 감독의 레스터 시티 만은 달랐다. 시즌 내내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여 우승에 성공했다. 비주류가 주류를 이긴 것이다. 그랬던 라니에리 감독의 레스터 시티가 최근 4-4-2 포메이션에만 국한되지 않고 4-2-3-1 포메이션, 4-1-2-1-2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라니에리 감독 체제에서 유지되고 있던 포메이션에 변화를 줬다.

한 시즌 동안 유지되고 있던 포메이션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변화가 가져온 성과는 아직까지 없다. 최근 리그 10경기에서 레스터 시티는 총 5차례 4-4-2 포메이션이 아닌 다른 포메이션의 형태로 경기에 나섰다. 포메이션의 변화를 준 5경기에서 레스터 시티는 1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포메이션 변화를 주지 않고 4-4-2 포메이션을 사용한 5경기에서도 1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나, 타 포메이션을 사용해도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득점과 실점 기록은 어떨까? 타 포메이션을 사용한 경기에서는 1득점 9실점을 기록하며, 경기당 0.2 득점과 경기당 1.8 실점을 기록했다. 4-4-2 포메이션을 사용한 경기에서는 6득점 8실점을 기록하며, 경기당 1.2득점과 경기당 1.6 실점을 기록했다.

내적으로 득점, 실점을 살펴보면 4-4-2 포메이션 형태에서 레스터 시티가 좀 더 우세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변화된 포메이션에서 0.2 득점의 경기당 득점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파괴력을 잊은 공격진 제작:방가온

▲ 파괴력을 잊은 공격진 제작:방가온 ⓒ 방가온


지난 시즌 파괴력을 잊은 레스터 시티

지난 시즌 68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3번째로 득점이 많은 팀은 레스터 시티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레스터 시티는 24득점으로 (24라운드 기준)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4번째로 가장 적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바디, 마레즈, 무사, 슬라미니를 포함한 공격진 4명의 득점력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시즌 24득점을 기록한 제이미 바디는 이번 시즌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5득점을 기록했다. 거기에다 3득점을 기록한 마레즈의 골은 모두 페널티 킥에서 나왔다. 지난 시즌 대단한 활약을 보인 두 선수의 부진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난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무사는 프리시즌 동안 좋은 활약을 보였다. 기존 공격진들이 부진을 보여도 무사가 공백을 잘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선발로 많이 중용받지 못하며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마레즈와 같은 알제리 국가대표 동료 슬라미니는 여름 이적시장 막판 스포르팅에서 레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레스터 시티로 이적한 후 번리와의 첫 경기에서 멀티골을 뽑아내며 적응이 필요 없어 보이던 슬라미니였지만, 이후 데뷔전만큼의 대단한 활약을 리그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경미한 부상 등으로 전력을 이탈했다.

이번 시즌 레스터 시티는 디펜딩 챔피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스터 시티의 이번 시즌 순위를 높으면 6위, 대체로 9-10위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전부 비켜 나갔다. 중위권 경쟁은커녕 잔류를 걱정해야 한다.

얼마 전 EPL 팀들의 순위를 예측한 슈퍼컴퓨터가 레스터 시티의 강등을 예상했다. 계속된 부진으로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설까지 돌았지만 구단주가 라니에리 감독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그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계속해서 부진이 계속되면 이 논란은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른다.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의 동화를 눈으로 직접 본 축구팬들이 한 시즌 만에 레스터 시티의 잔혹동화까지 직접 보게 될 수 있다. 사상 초유의 디펜딩 챔피언의 강등이 발생할지 계속해서 레스터 시티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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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방가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bgaon02)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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