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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퇴직, 공사 사장 공모, 재취업 승인 심사…"착착 맞아 떨어져"

인천항만공사(IPA) 사장임원추천위원회가 공모를 실시해 신임 사장 추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미 해양수산부 출신이 내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낙하산 인사(人事)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전임 사장을 제외하면 역대 모든 사장이 해수부 관료 출신이었다. 이번 공모도 '해피아' 낙하산 인사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인천항만공사가 신임 사장 공모를 마감한 결과, 총8명이 원서를 냈다. 전 해수부 기획조정실장, 해수부 출신 전 국회의원, 학자, 전ㆍ현직 인천항만공사 임원, 물류업체 대표 등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실명이 거론된 주요 인물은 남봉현 전 해수부 기획조정실장,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장, 이현우 농협물류 대표(전 CJ 대한통운 사장)이다.

공사 사장임원추천위는 다음 주에 면접을 실시, 3∼5배수로 압축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운영위가 다시 1∼2명으로 압축하고, 이르면 2월 초 해수부장관이 신임 사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그런데 공모를 앞두고 사실상 남봉현 전 해수부 기조실장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남 전 기조실장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사회에서 일고 있는 논란을 알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누구보다 인천을 사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 전 기조실장은 이번 사장 공모를 앞두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공직자윤리위)의 재취업 승인 심사를 받았다. 공직자윤리위는 "업무 관련성은 인정되나 취업을 승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며 지난달 29일 '재취업 승인'을 결정했다.

남 전 기조실장은 지난달 1일 퇴직했고, 인천항만공사는 같은 달 15일 신임 사장 공모를 공고했다. 그리고 공직자윤리위는 같은 달 23일 열렸다.

인천항만공사 사장 자리는 지난해 9월 초 유창근 전임 사장이 현대상선 CEO(최고 경영자)로 자리를 옮긴 후 지난달 신임 사장 공모를 공고하기까지 3개월 넘게 공석으로 방치됐다. 사장 공모를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컸음에도 말이다.

지난달에서야 해수부 고위간부의 퇴직, 사장 공모 공고, 공직자윤리위 재취업 승인 심사가 차례로 진행됐다.

이를 두고 인천경실련은 "공교롭게도 착착 맞아 떨어졌다"며 "이번 공모 절차는 사실상 남 전 기조실장의 낙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해피아 낙하산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방공무원의 공기업 취업은 안 되고 해수부는 된다?

공직자윤리위의 심사 기준도 논란거리다. 공직자윤리위는 지난해 12월 이종철 전 인천시의회 사무처장이 인천교통공사 영업본부장으로 취업하는 것은 공직자의 업무 연관성에 문제가 있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또, 그보다 앞선 지난해 6월에는 이부현 전 남동구 부구청장이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으로 취업하는 것도 같은 취지로 승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해수부 기조실장 출신이 해수부 산하 공기업인 인천항만공사에 취업하는 것은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눈을 감았다. 중앙부처가 지방공무원에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국가공무원한테는 관대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공직자윤리위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인사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4조 3항 각호에 적시된 '특별한 사유'를 보면 '관피아 방지법'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만다.

'특별한 사유' 9개 중 특히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는 말 그대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다.

인천경실련은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적폐 청산을 선언했다. 우선 퇴직공무원이 관련 공공기관이나 협회 또는 일반 기업에 재취업해 요직을 차지하는 것부터 차단하겠다고 했다"며 공직자윤리위와 남 전 기조실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인천시장의 '사장 임명 협의 권한' 살려 적극 개입해야"

인천경실련은 '해피아' 낙하산 인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인천시가 법에 명시돼있는 '협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항만공사법 16조(임원의 임명) 2항엔 '공사 사장은 (…) 해수부장관이 해당 광역시ㆍ도지사와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각 지역 항만공사를 설립할 때, 항만공사가 지방자치단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라고 도입한 제도다.

특히, 항만공사는 국가공기업 중에 유일하게 공사의 이사회 격인 항만위원회에 지방정부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의 경우 항만위원이 7명인데, 이중 3명이 인천시장 추천 몫이다.

앞서 인천시는 유창근 전임 사장이 사퇴한 지난해 9월 해수부에 "인천을 잘 알고 인천시와 인천항 발전에 대해 잘 협의할 수 있는 인물이 후임 사장에 임명돼야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인천항만공사는 지방분권운동의 성과다. 유정복 시장이 ' 협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한다. 특히, 정부의 '투 포트 정책(=부산ㆍ광양항 우선 지원 정책)'으로 인천항이 홀대를 받는 만큼,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게 인천항만공사 인사에 적극 개입하고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내항 1ㆍ8부두 개방과 부두기능 재배치, 새 국제여객터미널 개발,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에 형평성 있는 정부 지원 확보 등은 공정한 (인천항만공사) 사장 선임에서 출발한다"며 "이번 인사가 관피아, 해피아 낙하산 관행을 깨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항만공사, #해양수산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인천경실련, #해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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