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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읽다> 책표지.
 <음악을 읽다> 책표지.
ⓒ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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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박사모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아름다운 강산(신중현 곡)'을 부른 것에 신대철씨가 분노, 친박은 부르지 마라"고 요구했다'고 뉴스들이 보도했다.

덕분에(?) 아름다운 강산의 속사연이 좀 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아름다운 강산이란 노래는 물론 신중현씨나 신대철씨를 잘 모르는 20대 내 아이들이 "흥미롭다"며 내게 전해줄 정도로 화제가 된 것을 보면 말이다.

뉴스를 보며 오래전 <촌놈 임락경의 그 시절 그 노래 그 사연>(2005년, 삼인출판사)에서 그 존재를 알게 된 '이박사 찬가'와 '이대통령 찬가',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이승만 정권에 빌붙어 출세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통령 이승만을 영웅화, 이런저런 찬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가르쳤단다. 아울러 사사로운 자리에서 굽실거리거나 칭송하며 불렀다고도 한다. 심지어는 여고생들을 동원해 생일상 앞에서 부르게 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박정희 유신정권 또한 마찬가지. 1970년대 당시 노래하는 사람들이 한곡 받기를 소원할 정도로 유명했던 신중현(1938~)씨에게 박정희와 유신정권을 찬양하는 이른바 '박정희 찬가'를 만들라고 강권했다고 한다. 신대철씨의 아버지, 우리나라 록의 대부 신중현씨에게 말이다.

이에 신중현씨가 "음악이 그런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단박에 거절. 여러 사람이 부를 수 있는 건전가요를 만들었던 것이 '아름다운 강산'이라고 한다.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는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신중현의 음악인생서다. 그 시대를 살았던 노년층에게는 향수를, 신중현의 자식뻘인 7080세대에게는 대중음악의 역사를, 이후 디지털 음악세대에게는 놀라움을 줄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왜 사람들은 신중현을 록의 대부라 부르는가. 그는 음악가이자 사회운동가였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과 맞짱 뜨는 일화는 협객 시라소니의 활약상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기타를 치는 시간이면 노동의 고통도 다 잊었다. 그 정도로 음악이 좋았다. 잠은 길어야 너덧 시간을 자면서도 기타 치는 시간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45p) -(36~37쪽)

그런데 이후 신중현씨의 여러 곡들이 금지 당했다고 한다. 그것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따라 불러서'란 이유로 금지당한 '미인'처럼 '이유 같지 않은 이유'들로 말이다. (<예순 즈음에 돌아보는 우리 대중음악>(한울 아카데미) 참고)

시나위 리더기타로 유명한 기타리스트 겸 가수인 신대철씨는 신중현씨의 세 아들 중 첫째(기자 주:: 나머지 두 아들 신윤철, 신석철 모두 음악인이다)로 1967년생, 유신정권 시절에 성장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정권의 요구를 거절한 이유로 경제적 핍박을 받은 시절에 말이다. 이런 신대철씨가 분노한 것은 당연하겠다.

엊그제 신대철씨의 요구에 '친박 측이 "치사해서 부르지 않겠다"고 응답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대체 왜? 치사하다는 걸까. 당연한 요구 아닌가. 

이렇게 하루에 몇 시간씩 음악에 취하다보면 자연스레 호기심이란 게 발동한다. 듣는 것만으로는 양이 안 차는 거다. 지미 핸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은 왜 27살까지만 살았을까. 비틀스는 왜 인도음악을 자신들의 앨범에 넣었을까. 존 콜트레인은 왜 마일스 데이비스한테 구박을 받았을까. 라는 의문들이 음악과 함께 쏟아지는 현상. 나는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음악을 '읽기로'했다.

(…)닥치는 대로 관심 가는 활자를 읽어 나갔다. 신문에 나온 음악기사에서부터 월간지, 단행본, 원서에 이르기까지. 지금이야 손을 놓았지만, 마음에 드는 기사는 가지런히 파일에 모았다. 그렇게 모은 파일철이 스무 권 가량 된다. 그렇게 4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에도 읽을 만한 음악서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대에만 해도 상상도 못할 책들이 당당히 서점 가판대에 등장했다. 이젠 읽을 책이 궁한 게 아니라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시대다. 대충 아는 자는 많은데 제대로 아는 자는 많지 않더라. 글쓰기는 이런 연유에서 비롯되었다. 다른 서평책은 많은데 왜 음악 서평집은 없을까.-(219~220쪽)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 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하는 제9차 촛불집회를 앞둔 12월 24일 아침 이 글을 쓴다. 오늘은 그간의 일정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며 촛불집회 뉴스를 볼 때마다 미안해하고 아쉬워하던 남편과 함께 나갈 예정이다.

8차 촛불집회까지, 어떤 가수가 어떤 곡을 불렀는가?가 화제가 되곤 했다. 음악은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의 힘이 세다는 것을 실감하는 촛불정국이다. 음악은 글씨를 몰라도, 관련 상식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라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신중현씨의 많은 곡들이 유신시대에 금지곡이었다는 것, 가장 많은 곡을 금지당한 음악인이 신중현이라는 것은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이야기되기도 했다. '박사모 중에 음악적 상식에 밝은 사람이 있었다면 유신정권의 큰 희생자인 신중현씨의 곡들은 쉽게 선택할 수 없었으리라.

<음악을 읽다>(스틱 펴냄)는 음악 지식과 상식을 쑥쑥 높일 수 있는 책이다. 음악관련 책 40권을 소개한 서평집이다.

신중현씨와 신대철씨 이야기는 각각 5번째와 4번째. 음악광이자 열혈 독서가로 관련 활동(음악관련 방송출연이나 글쓰기 등. 여러 권의 책을 쓰기도 했다)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저자는 해박한 음악 상식들과 일화들을 풍성하게 녹여 책 소개를 한다.

워낙 많은 음악 관련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서 그리 두껍지 않은데도 좀 더디게 읽은 책이다.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책에서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셀 수 없이 많은 검색을 했으며, <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안동림 씀) 등 몇 권을 찜해놓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2013년 11월부터 한 SNS 계정을 통해 거의 매일 음악을 듣고 있다. 처음엔 노래의 분위기에 끌려 듣곤 했는데 차츰 어떤 내용의 노래인지 궁금해졌다. 검색…. 노랫말과 어떻게 나온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간 느낌만으로 들었으며 좋아했던 곡들이 훨씬 남다르고 살갑게, 그리고 모르고 들었을 때보다 훨씬 깊게 스며들었다.

좀 더 깊이 있게, 그리고 많은 것들을 알고 싶어 음악관련 책에 관심이 갔다.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다면 내가 읽는 책들을 이왕이면 순서를 매겨 이어서 소개해보자. 가을, '음악을 읽다-1'을 쓴 이유다. 같은 제목의 이 책이 출판되기 전인데, 음악에 미쳐 산다는 저자가 권하는 음악을 제대로 아는 방법이라니 운이 좋다 싶다.

이 책 어딘가에 '아는 만큼 들리는 게 음악이다'란 말이 있다. 깊이 공감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경험하고 실감하며 정신적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경험하는데 도움되리라. 가요, 록, 재즈, 클래식 등, 여러 장르의 음악 관련 책들을 골고루 소개하고 있어 누구든 얻을 것이 있을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음악관련 150권을 우선 추려, 그중 절판되지 않은 책 40권을 선별했다고 한다. <음악을 읽다>를 바탕으로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글을 쓰며 검색, '신대철씨가 박근혜 즉각 퇴진 촛불집회 공연, 깜짝 놀랄 거물과 같이 나온다'는 뉴스(<오마이뉴스>-오마이스타)가 보여 이처럼 덧붙인다.

덧붙이는 글 | <음악을 읽다>(이봉호) | 스틱 | 2016-10-31 ㅣ정가 15,000원



음악을 읽다 - 문화중독자의 음악도서 서평집

이봉호 지음, 스틱(2016)


태그:#아름다운 강산, #제9차 촛불집회, #신중현(신대철), #박근혜하야, #음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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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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