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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료를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료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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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의결에 대한 답변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인 스물다섯 페이지까지 모든 문장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내달렸다. 그것은 마지막 결론인 "본건 탄핵 심판 청구는 기각되어야 할 것"이었다.

요지는 '탄핵 소추 절차에 있어 심각한 법적 흠결이 있고, 소추 사유는 사실이 아니며,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순실씨와의 공모 관계는 없으며, 연설문 누설은 물론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직무 유기 또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답변서는 18일 오후 국회 탄핵심판 소추위원단 및 대리인단 연석회의에서 공개됐다. 답변서의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변(辨)을 정리해 봤다.

# 1. 입증 : '폭로성 언론보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

"아무런 객관적 증거 없이 이뤄진 본건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여 심리할 것도 없이 각하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소추 사유 모두 명백한 증거나 법률적 평가를 거치지 않은 내용이므로,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탄핵 소추의 참고 자료가 "질풍노도의 시기에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 기사뿐이고, 명확하게 소추 사유를 증명할 객관적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제3자의 일방적 주장이나 추측에 근거해 이뤄진 언론보도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그간 숱한 언론에서 제기하고,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일부 입증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전면 부정하는 취지이기도 하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이기도 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마 박 대통령은 탄핵이 안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입증을 강조하는 것은 탄핵까지)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무죄를 따지는 형사재판과 달리, 공직자의 정치적 책임에 가중치를 두는 탄핵재판에서 '증거'를 강조하는 것은 "다 따져보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핵심은 엄격한 형사 책임을 우리가 묻자는 게 아니는 것"이라면서 "유죄가 나와야만 탄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헌법 사안을 위배한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묻고 있는 거다. (답변서가) 들고 있는 예들이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에서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 요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에서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 요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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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변명 : '대통령 책임은 1% 미만, '키친 캐비닛'일 뿐'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항변, 즉 이 사안에 대해 피청구인이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가결로 결론나기까지 3차에 걸친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음에도 항변의 기회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리인단은 "국회 소추절차에서 피청구인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아무런 기회도 제공되지 않아 헌법상 보장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험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답변은 박 대통령의 못 다한 해명이었다. 항변은 ▲ 최순실과의 공모 관계 ▲ 세월호 7시간 ▲재단 설립 공모 강제 ▲연설문 누출 등 전 방위에 걸쳐 기술됐다.

특히 대리인단은 최순실씨의 잘못을 박 대통령에게까지 전가하는 것은 '헌법상 연좌제 금지 조항의 정신과 자기 책임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이 공모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또 그 관계로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 없고, 최씨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한 만큼 박 대통령의 탄핵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순실씨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미르·K스포츠재단 사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은 '1%' 미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리인단은 "대통령으로서 수행한 국정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피청구인은 최순실의 이권 개입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씨의 의견을 듣고 국정을 수행한 일부 정황에 대해서는 "지인의 의견을 들어 일부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특정 공무원의 임명과 면책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믿을 만한 지인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인사에 참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최순실을 잘못 믿었다는 결과적 책임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일 뿐, 법적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

국회가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한 '정치적 책임'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최씨를 '잘못 믿어' 야기된 국정 혼란에 대한 내용은 답변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답변서는 '공무상 비밀누설죄' 즉, 연설문 유출 혐의에 관해서도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 : 정치인들이 주변 인사에게 자신의 연설문을 자문 받는 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표현에 관해 주변의 의견을 청취한 것에 불과하고 발표 직전 최순실의 의견을 구한 것이어서 외부에 알려지거나 국익에 반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출된 연설문은 선언적·추상적 내용이고, 발표 1~2일 전 단순히 믿을만하다고 판단한 주변 지인의 의견을 들어본 것이므로 누설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 적폐청산의 날 - 8차 촛불집회’이 열리는 가운데, 세월호참사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구명조끼 304개가 놓여 있다. 한 유가족이 구명조끼에 아이의 이름표를 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아이 이름표 달며 눈물 흘리는 세월호 유가족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 적폐청산의 날 - 8차 촛불집회’이 열리는 가운데, 세월호참사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구명조끼 304개가 놓여 있다. 한 유가족이 구명조끼에 아이의 이름표를 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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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책임 :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은 신속하게 노력했다"

탄핵 소추의결서의 핵심 사유인 '세월호 7시간' 책임은 "이 논리대로라면 향후 모든 인명피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초래한다"며 전면 부정했다. 아래는 이들 주장의 요지다.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해결, 안보실 등 유관 기관을 통해 피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고, 대규모 인명 피해 정황이 드러나자 신속하게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를 하였는바,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생명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

'세월호 변호사' 별칭으로 유명했던 박주민 의원은 이에 대해 "답변서 요약 내용 중에서도 최근 드러난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나"라면서 "(7시간 중 일부 시간에) 머리를 하고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고... 앞뒤가 안 맞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해서, 탄핵으로 이어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답변서는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위와 같은 사유가 적법한 탄핵 소추 사유가 될 수는 없다"면서 "이 논리대로라면 향후 모든 인명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 4. 촛불 : '100만 촛불로 대통령 탄핵은 위헌'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3차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의 필러 시술 의혹 자료를 보고 있다.
▲ 박근혜 필러시술 의혹 사진 보는 세월호참사 유가족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3차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의 필러 시술 의혹 자료를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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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답변서는 "100만 촛불 집회" 때문에 대통령의 임기를 무시하는 것은 '반(反)헌법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리인단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낮고,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 집회에 참여하면 임기를 무시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없다"면서 "이는 대통령 임기보장 규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는 위헌적 처사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답변서를 압축하자면, 국민의 일시적 분노와 사실로 입증되지도 않은 죄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 최순실이라는 타자의 죄까지 연좌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국회가 제기한 박 대통령의 잘못에 박 대통령의 답변서는 각각 '관여한 바 없다' '전부 부인한다' '그렇게 보기 어렵다'로 시작해 이렇게 맺음한다.

"파면의 효과가 중대한 대통령인 피청구인에 대해서는 더욱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 (중략) 피청구인이 중대한 헌법 위배 및 법률 위배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 소추 사유는 모두 부적법하거나 사실이 아니어서 본건 탄핵 소추는 이유 없다. 본건 탄핵 심판 청구는 기각되어야 할 것이다."


태그:#박근혜 게이트, #탄핵소추안, #촛불 집회, #세월호 침몰 사고,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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