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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시점을 둘러싼 정치권의 관심, 대선 전이냐 후냐

 최근 여야 3당이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2017년 새해부터 정치권이 개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여야 3당이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2017년 새해부터 정치권이 개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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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야 3당이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개헌 특위가 출범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2017년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통째로 개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로 활활 타오른 촛불민심은 단순히 박근혜 퇴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제의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그 요구를 담아낼 큰 그릇이 바로 헌법이다. 따라서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개헌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주로 개헌 시점에 있다.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개헌을 대선 전에 하느냐, 아니면 차기 정부에서 하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최순실 사태'는 되풀이될 것이고 국회에서 많은 준비를 해서 이미 안이 다 만들어졌으므로 대선 전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촛불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되어야 하고 시간 핑계로 개헌 논의를 하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도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한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금은 개헌을 논의하기 보다는 오래된 적폐를 대청소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하며 개헌은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도 문재인 대표와 비슷한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 당 전 상임공동대표는 대선 전 개헌에는 부정적이나 개헌 논의는 지금 시작할 수 있다는 절충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여야와 대선주자들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주판알을 튕기며 개헌 논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은 정치권 위주로 당리당략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광장의 촛불로 드러난 국민의 뜻이 오롯이 반영되어야 한다. 정치인이 아닌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총강, 기본권, 통치구조 등 헌법의 전 분야에 걸쳐 개헌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지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고, 국민 누구나 그 공론장에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 개정에 추첨 시민 66명 포함한 아일랜드

 아일랜드에선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 66명이 헌법 개정을 검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헌법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아일랜드에선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 66명이 헌법 개정을 검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헌법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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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아일랜드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아일랜드에서는 헌법 개정을 검토할 목적으로 정당에서 지명한 의원 33명,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 66명, 그리고 정부가 임명한 의장 1명 등 총 100명으로 구성된 헌법회의(Constitutional Convention)를 2012년 12월에 설립하여 2014년 3월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한 적이 있다.

헌법의회가 이처럼 성과를 내자, 아일랜드 정부는 2016년 총선 이후 한걸음 더 나아가 정치인을 배제하고 일반 시민으로만 구성된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를 만들 것을 약속했고, 이에 따라 최근에는 추첨에 의해 무작위로 선출된 100명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회의를 설립하여 낙태금지를 규정한 수정헌법 8조 폐지 여부 등의 쟁점을 다루고 있는 중이다.

아일랜드가 이처럼 나이ㆍ지역ㆍ성 등을 안배하여 무작위 추첨으로 일반시민을 선발한 이유는 각계각층의 국민 의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에 나는 가칭 '헌법개정안 마련을 위한 추첨민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개헌민회법)'의 제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개헌민회법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헌민회법은 각계각층의 국민대표가 고르게 참여하는 추첨민회를 구성하여 국민 여론의 폭넓은 수렴을 통해 마련된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둘째, 추첨민회는 선거권이 있는 국민 중 추첨을 통해 선발된 3600명(지역대표 1800명, 영역대표 840명, 계층대표 960명)의 민회의원으로 구성한다.

지역대표는 인구 비례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을 10개의 지역(서울, 경기, 강원, 충남, 충북, 경북, 경남, 전남, 전북, 제주)으로 구분하여 각 지역마다 180명씩 합계 1800명을 선발한다.

영역대표는 7개 영역(정치, 행정, 경제, 문화, 교육, 복지, 환경)으로 분류하여 각 영역에서 120명씩 합계 840명을 선발한다. 계층대표는 8개 영역(기업, 노동, 농민, 시민단체, 노인, 여성, 청년, 소수자)으로 분류하여 각 영역에서 120명씩 합계 960명을 선발한다.

셋째, 민회의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하고 연임할 수 없다. 민회의원은 12명이 한 조를 이루는데 1년 임기를 12회로 구분하여 300명씩 한 달간 업무를 본다. 이렇게 되면 한 조 12명 중에서 매달 1명이 업무를 보고, 나머지 11명은 다음 순번을 기다리면 된다.

이 경우 업무를 보지 않는 나머지 11명의 민회의원은 업무담당 민회의원의 자문 등의 역할을 한다. 민회의원은 업무 담당 시 약간의 수당을 받는다.

넷째, 추첨민회의 존속기간은 민회의원의 임기와 마찬가지로 1년으로 한다. 추첨민회의 역할은 공개적인 토론과 각계각층의 여론수렴을 거쳐 마련된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하는 것이다. 추첨민회는 존속기간 만료 여부에 관계없이 제안 즉시 해산한다.

다섯째, 국회는 추첨민회의 개헌안을 숙고한 토대 위에서 헌법 개정을 발의한다.

한편, 개헌민회법이 제정ㆍ시행된다면 대선 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대선 전에는 개헌민회법을 제정하고 차기 정부에서 추첨민회를 구성하여 개헌안을 마련하게 해야 한다. 개헌은 차기 정부에서 국민의 손으로 성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개헌이 이뤄지면 국민이 직접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세계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촛불 혁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헌법은 국민의 생활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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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헌법가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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