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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표지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표지
ⓒ 추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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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지만 세상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느끼고 사랑했던 헬렌켈러, 그는 자신이 대학총장이 된다면 '눈을 사용하는 법'에 관한 강의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헬렌켈러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어느 날 헬렌켈러가 친구의 집에 방문을 하자 친구는 숲으로 산책을 가고 없다. 한 시간쯤 후에 돌아온 친구에게 헬렌켈러가 묻는다.

" 숲 속에서 뭘 봤어 ? "
" 별 건 없었어 . 숲이 늘 똑같지 뭐 "

어떻게 눈을 뜨고 한 시간 동안 숲을 산책하고 돌아와 본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헬렌켈러는 눈을 뜨고 사는 사람들이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자신보다 세상을 더 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말한다. 헬렌켈러의 이 말이 너무 맞는 말임을 나도 종종 실감한다. 분명히 두 눈을 뜨고 같은 곳을 보아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을 보고 헬렌켈러의 그 말이 다시 생각났다. 나도 어린 시절 세계 명작동화전집에서
<빨강 머리 앤>을 재미있게 보았다. TV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앤>도 재미있게 봤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 주제곡을 외울 만큼 열심히 봤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나는 빨강 머리 앤이 이렇게 매력적인 아이인줄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었다.

삽화-앤이 살던 초록지붕의 집
 삽화-앤이 살던 초록지붕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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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삽화-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빨강머리 앤
 책속의삽화-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빨강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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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일찍 돌아가신 고아에다 빨강 머리에 주근깨 투성이인 외모지만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아이 정도의 인상을 남긴 빨강 머리 앤은 어른이 돼 가면서 내게는 잊혀졌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에게는 그게 아니엇던 모양이다. 저자는 빨강머리앤을 10번쯤 읽고 만화영화도 여러번 봤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가 발견한 앤은 내게도 너무 매력적이다. 앤이 작품 곳곳에서 인생의 통찰력이 담긴 멋진 말들을 이렇게 많이 했단 말인가 ?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멋진 일이에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앤의 말

이 책의 저자 백영옥은 9살부터 소설가가 꿈이었지만 수많은 소설 응모에 실패를 거듭한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오랜 꿈에서 멀어질 즈음 회사에도 사표를 내고 절망하며 방구석에 처박혀 빨강머리앤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돌려보고 돌려본다. 그러다가 어느날엔가 앤이 한 말들을 노트에 옮겨 적기 시작한다.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실망할 것도 없으니까 "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지 않는 것보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앤의 말
      

책 삽화-앤과 매튜, 마닐라
 책 삽화-앤과 매튜, 마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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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위로에 용기를 얻은 작가는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다시 응모를 시작했다. 그리고 소설가를 처음 꿈꾸었던 9살에서 20년도 훨씬 지나 수많은 실패의 쓴 잔을 마신 뒤 결국에는 소설가가 된다. 저자는 좌절과 절망 한가운데서 앤에게서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우리에게 건네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은 옛날 TV에서 방영하던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삽화들을 함께 싣고 있다. 앤이 첫 눈에 보고 반했던 초록지붕의 집, 창문에서 양손으로 턱을 받치고 생각에 잠긴 앤, 작가의 꿈을 키우며 촛불을 밝히고 글을 쓰는 앤, 책을 넘기다보면 마치 눈앞에서 그 옛날 TV만화영화를 다시 보는 듯 하다.

초록집 창문에서 상상에 잠긴 앤
 초록집 창문에서 상상에 잠긴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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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온통 불리한 조건의 세상속에서도 특유의 명랑함과 무한 긍정으로 살아가는 앤, 어른이 된 저자는 자신의 살아가는 삶의 현장  곳곳에서 앤의 말을 떠올린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자신의 꿈을 이루고 진짜 소설가가 된 앤이 우리에게 얘기를 들려주는 듯 착각이 들기도 한다.

살면서 어떤 종류의 고통을 참을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작가는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서 글을 써야한다. 그로 인한 손목터널 증후군, 좌골 신경통, 허리디스크를 달고 살아야 한다.                          백영옥
    
저자는 살아보니 앤의 말이 다 맞지는 않았다는 고백을 한다. 어쩌면 11살 앤도 계속 자랐으면 11살 때 생각했던 모든 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니었다는 고백을 했을 지 모른다. 그래도 저자는 앤의 희망이 희망적인 말들이 맞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적고 있다. 각박한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내일을 긍정적으로 상상하는 명랑 소녀의 말 중 내게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은 이 말이다.

내일은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하루......

수많은 실패속에 살지만 어제의 절망을 연장하지 않고 오늘 하루 용기를 내 살아볼 위로를 주는 말이다. 나도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삽화와 함께 소개된 앤의 멋진 말들을 내 주머니속에 넣어 다니고 싶다. 그러면 앤의 그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내게도 생겨나지 않을까?

그나저나 나는 일찌기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앤의 매력을 이 작가는 어떻게 발견했을까? 그건 아마 사랑때문이 아니었을까? 무엇이든 사랑을 갖고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법이니까...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 빨간 머리 앤 >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눈에 비친 앤을 새롭게 재발견 해 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2016년 7월 15일 출간 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 빨강 머리 앤이 아직 너무 늦지 않은우리에게 하는 말> 을 읽고.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화이트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백영옥 지음, arte(아르테)(2016)


태그:#백영옥, #빨강머리 앤, # , #세계 명작동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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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방송작가, (주) 바오밥 대표, 바오밥 스토리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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