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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2회 고흥군민의날 행사, 성화점화식 장면 대형 앰프와 전광판, 중앙무대가 설치된 행사장. 본부석 밑에 마련된 무대에는 군수와 내빈들이 자리하고 있다.
ⓒ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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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고흥군종합운동장에서 제42회 군민의날 행사가 열렸다. 1970년대 초반부터 지속된 이 행사의 올해 주제는 '군민화합한마당'이다.

오전 10시, 운동장 곳곳에 대형 앰프와 전광판 현수막들이 설치되어 있다. 쌀쌀한 날씨에도 관중석에서는 주민들이 바닥에 앉아 벌써 응원전을 펼친다.

읍면 주민들이 입장해 운동장을 돈다. 소위 선수단 입장식, 피켓과 깃발 뒤로 열을 맞춘 주민들과 다양한 장식품으로 꾸민 퍼포먼스 주민들이 뒤따른다. 운동장 트랙을 돈 선수단들은 운동장으로 들어가 중앙무대를 향해 순서대로 도열한다.

16개 읍면의 선수단이 중앙무대 앞을 지날 때마다 사회자는 그 지역의 특징을 소개하며 한껏 추켜준다. 중앙무대에는 군수와 귀빈들이 자리하고 있다. 성화봉송단이 횃불을 들고 달려와 군수에게 전달한다. 음향은 고조되고 폭죽이 터지고 동시에 운동장 끝 성화대에 불꽃이 피어오른다.

10시 30분, 군의장이 나서서 개회선언을 한다.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이 이어진다. 군수가 등장해 '군민의상'과 '명예군민증'을 수여한다. 군수는 "올해부터 대회사와 축사를 생략하기로 했다"면서 명예군민증을 받은 사람들을 한 사람씩 소개하고 인사말을 할 기회를 준다. 이어서 희망고흥 '팔영대교'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다시 폭죽과 불꽃이 솟아오른다.

피켓과 깃발에 이어 지역대표,  퍼포먼스 주민들이 대열을 지어 운동장 트랙을 돌아 입장한다.
▲ 운동장에 입장한 선수단 모습 피켓과 깃발에 이어 지역대표, 퍼포먼스 주민들이 대열을 지어 운동장 트랙을 돌아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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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식을 마친 주민들이 중앙무대를 바라보고  질서있게 운동장에 도열해 기념식을 기다리고 있다.
▲ 운동장에 도열한 주민들 입장식을 마친 주민들이 중앙무대를 바라보고 질서있게 운동장에 도열해 기념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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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11시, 기념식이 끝나자 내빈들은 자리를 뜨고 운동장에 도열한 주민들도 해산한다. 관중석에는 면마다 준비한 앰프의 음악소리가 뒤섞인다. 운동장에는 '우주봉 타고 달리기' 경기가 진행되지만 진행자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경기와 무관하게 주민들은 응원 진행자의 지휘에 따라 막대풍선을 쉼없이 흔든다. 응원하는 주민 대부분은 할머니들이다.

오전 11시 20분, 군수가 운동장을 돌며 관중석을 향해 인사말을 한다. 군수가 마이크를 잡은 지역은 잠시 응원전을 멈추고 군수 이름을 연호한다. 군수가 지나가면 다시 응원전을 펼친다. 뒤를 이어 군의원들이 돌며 인사한다. 예전에는 군수가 국회의원 또는 내빈으로 초대된 정치인들과 함께 돌기도 했다.

오전 11시 40분, 주민들의 응원전이 치열해진다. 운동장 밖에는 20여개의 부대행사 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는 곳 말고는 대부분 썰렁하다. 운동장 스탠드 뒤편에서 주민들이 점심을 준비한다. 잠시 후 주민들은 면 단위로 천막을 깔고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 주민들의 응원전 모습 면마다 준비한 앰프소리가 충돌한다. 경계에 서면 소리의 아수라장이 느껴진다. 할머니들은 응원진행자의 지휘에 따라 막대풍선을 흔든다. 음악소리는 군수가 인사말 하는 동안 잠시 멈췄다가 행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응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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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운동장에서는 '유자공굴리기' '400m계주'경기에 이어 강강술래와 인기가수 축하공연을 끝으로 전체 행사가 마감되었다. 이날 경기는  '장수 새끼꼬기' 등 5종목, 읍면에서 경기당 2~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오후 3시 넘어 주민들은 각자 면사무소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귀가를 했다. 주민들은 아침 8시부터 이 대절 버스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군청은 1주일 전부터 마을 이장들에게 행사안내 방송과 주민참가 협조를 독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1천여 명의 군청 직원 중 대다수가 동원되었다.

이날 행사의 상금은 응원상 1등 1천400만원, 입장상 1등 3백만으로 정식 경기종목보다 훨씬 많다. 주민들이 개막식 전부터 치열하게 입장식과 응원전을 펼친 이유가 이러한 상금 배정에 있었다.

행사 예산은 총 4억8천만 원, 16개 읍면에 1천1백만 원씩 2억여원이 행사준비금으로 지원되었다. 행사 이벤트 회사에 1억9천만 원, 응원전 상금 4천5천만원, 입장상 상금 1천만원 순으로 편성되었다.

올해 고흥 군민들은  쌀값 폭락과 특히 수발아 피해로 어느 해보다 버겁다. 더구나 '최순실게이트' '백남기농민 사망' 등으로 주민들의 허탈감이 높은 상태이다. 군민을 위한다며 동원해 딱히 참여할 경기도 즐길 거리도 없는 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쓰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외지에서 온 한 시민은 "유신 잔재가 묻어나는 열병식 행사, 군수와 귀빈을 위해 주민들이 일사분란하게 노역하도록 기획된 행사, 사또는 광내고  백성은 졸이 되는 행사"라고 혹평했다.

고흥군은 11월 2일 이 행사와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고흥군민의 날, 역대 최고의 행사"라고 자평했다. 부제로 "축사 없는 기념식.. 군민이 주인인 행사로 장식"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명예군민증 수여"라고 수식어를 달았다. 다수언론이 이 보도자료를  인용했고,  일부 언론은 정의화씨가 고흥명예군민증을 받은 사실에 초점을 두고 보도했다.

▲ 명예군민으로 선정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인사말 명예군민증 수여 후 박병종 군수와 정의화 전 의장의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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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명예군민증을 받은 사람은 정의화(전 국회의장), 남문기(재미교포), 류번창(중국 기업인) 3명이다. 명예군민증을 받고 인사말을 했던 귀빈들은 이 행사를 어떻게 보았을까?

정의화씨는 지난 5월 중도세력 결집을 내세우며 만든 '새한국의 비전' 이사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재미교포 남문기씨는 세계한인협의회 의장, 새누리당 한민족통합네트워크 위원장 등의 이력이 있다. 중국인 류번창씨는 중국 산동성 신대동유한공사 대표로 소개됐다. 특히 남문기씨는 박병종 군수에게 오바마봉사상을 수여한 재미교포 김난향씨와 가까운 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좌1) 두원면 운대가마터를 상징하는 퍼포먼스 . 우1) 남양면 꼬막을 상징하는 퍼포먼스. 좌2) 운동장 밖에 마련된 부대행사 부스. 우2) 명예군민증 전달 후 기념사진
▲ 제42회 군민의날 행사 사진모음 좌1) 두원면 운대가마터를 상징하는 퍼포먼스 . 우1) 남양면 꼬막을 상징하는 퍼포먼스. 좌2) 운동장 밖에 마련된 부대행사 부스. 우2) 명예군민증 전달 후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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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흥군, #제42회 고흥군민의날, #고흥군수, #정의화, #남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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