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의 시오 월콧.

아스날의 시오 월콧. ⓒ 아스날FC 공식 홈페이지


26일(한국시각) 진행된 잉글리시 풋볼 리그컵(아래 EFL컵) 4라운드(16강)에서 아스널이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의 멀티골에 힘입어 레딩을 2-0으로 제압하고 EFL컵 8강에 진출했다. 경기 전, 프리미어리그 공동 선두를 달리는 아스널의 무난한 8강 진출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두 팀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EFL컵 경기를 돌아보면 아스널도 마냥 웃을 수도 없었다.

두 팀이 마지막으로 EFL컵(당시 캐피털 원 컵)에서 맞붙었던 2012·2013시즌 경기 역시 4라운드였다. 당시 아스널은 1군 선수들의 휴식 차원에서 시오 월콧, 로랑 코시엘니, 안드레이 아르샤빈, 갓 이적한 올리비에 지루를 제외하곤 선발부터 벤치까지 모두 2군과 유스를 기용했다. 사실상 2군 전력을 출전시킨 아스널은 전반전이 끝난 후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했다.

레딩은 전반 11분 만에 제이슨 로버트의 선제골로 아스널의 골문을 열었다. 7분 뒤 크리스 건터의 땅볼 크로스를 걷어내려던 코시엘니의 시도가 자책골로 이어졌고, 불과 2분 뒤 미켈 레이거트우드의 중거리 슛이 골문을 넘었다. 전반 36분에는 노엘 헌트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레딩의 홈구장 마데스키 스타디움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반면 일부 아스널 팬들은 네 번째 실점과 동시에 경기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 추가시간이 끝나갈 무렵이 시오 월콧이 로빙슛으로 첫 번째 만회골을 넣었다. 이 득점이 반격의 씨앗이 되었다. 63분에 월콧이 올린 코너킥을 지루가 헤딩골로 연결하며 두 번째 만회 골을 넣는 데 성공했지만, 정규 시간 종료를 2분 앞둔 88분까지 아스널은 추가 득점 없는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후반 88분, 전반전 자책골을 기록한 코시엘니가 세 번째 만회 골을 넣었다. 90분이 다 지나간 후, 추가시간은 4분이 주어졌지만, 심판은 지연된 시간을 고려해 추가로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 종료를 눈앞에 둔 95분, 프란시스 코클랭이 올린 얼리 크로스가 골문 앞까지 도달했고, 마루앙 샤막이 머리로 떨어뜨린 공이 월콧에게 도달했다. 월콧의 슈팅은 수비수 제이크 쿠퍼에게 막힌 듯했지만 이미 골라인을 넘은 뒤였다. 아스널은 결국 95분 만에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연장 전반 12분, 샤막이 낮게 깔아 찬 중거리 슛이 레딩 골문을 흔들며 107분 만에 역전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레딩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연장 후반 26분, 아르샤빈의 발을 맞고 굴절된 공이 파벨 포그렙냐크의 헤딩골로 연결되며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되었다. 연장 후반까지 모두 지나간 후, 추가시간 2분이 주어진 상황이었다. 역습으로 골문까지 쇄도한 아르샤빈이 낮고 빠른 슛을 시도했지만, 수비수 발을 맞고 튕겨 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월콧이 기다리고 있었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공이 골 망을 흔들었다.

120분이 넘는 혈투 끝에 아스널은 역전골을 넣는데 성공했고, 월콧은 첫 번째 만회골과 두 번의 역전골을 넣으며 극적인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리고 종료 직전, 마루앙 샤막이 찬 로빙슛이 그대로 골문으로 들어가며 120분 동안 진행된 난투에 종지부를 찍었다.

양 팀 합계 12골(7-5)이 나온 이 경기는 2014-15시즌 EFL컵 1라운드에 나온 대거넘과 브랜트퍼드의 6-6 무승부와 함께 EFL컵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이 나온 경기로 기록되었다.

경기가 끝난 후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내 생애 최고의 승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스널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자세를 보여주었다"라는 말로 다사다난했던 120분의 난투를 정리했다.

그리고 4년이 흐른 EFL컵 4라운드에서 두 팀이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아스널은 연이은 챔피언스리그와 리그 일정으로 쉴 새 없이 주전선수들을 기용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출장 기회를 잘 잡지 못한 선수들로 경기에 임했다. 이번 레딩전을 통해 부상으로 선수단을 이탈해 있던 올리비에 지루와 칼 젠킨슨이 복귀전을 치렀다. 또한 루카스 페레즈, 롭 홀딩, 제프 렌-아들레이드, 에인슬리 메이틀랜드 나일스, 모하메드 엘 네니, 키에런 깁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 등이 출장해 경기를 펼쳤다.

아스널이 EFL컵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아르센 벵거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1992·1993시즌이었다. 최근 EFL컵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버밍엄 시티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한 2010·2011시즌 준우승이다. 20년 동안 들어 올리지 못한 EFL컵 트로피를 위해 아르센 벵거 감독이 차근차근 단추를 끼워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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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어마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hxnakfn)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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