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각 팀의 10년 재목을 뽑는 '2017 프로야구 2차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프로 진출을 목표로 수년 동안 야구에만 매진했던 선수들에게는 시험대와도 같은 무대다. 오직 100명의 선수들만이 프로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올 시즌 드래프트에는 총 938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지명될 확률은 약 10%이다. 동기들의 이름이 호명 될수록 남은 선수들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어느 덧 지명순서는 마지막 10라운드를 향해갔다. 마이크는 마지막 지명 순서인 두산에게로 넘어갔고 두산은 대구고 좌완 박성환을 지명했다. 박성환은 그렇게 극적으로 프로에 지명됐다.

예상치 못한 프로 지명

 프로에 극적으로 지명된 박성환을 지난달 29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프로에 극적으로 지명된 박성환을 지난달 29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 이상민


빠르지 않은 구속에 야구선수 치고는 마른 체격, 두산은 오로지 가능성을 보고 박성환을 지명했다. 박성환은 부상으로 인한 2년여의 공백 때문에 크게 주목 받지 않던 선수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박성환은 이범호, 박석민, 구자욱 등을 배출한 야구 명문 대구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혀 2년 동안 재활에 매진했다. 그 와중에 슬럼프도 찾아왔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흘러 박성환은 3학년이 돼서야 비로소 공식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박성호는 그 1년의 활약으로 두산에 지명됐다. 그는 자기 자신 역시 지명될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드래프트를 하고 있을 때 저는 야구부원들과 중학교에서 연습을 하고 점심을 먹고 있었어요. 근데 옆에서 중계를 보던 동료가 제가 지명 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는 어? 하고 가만히 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우리학교나 다른 학교 애들 누가 뽑힐까 중계를 보고 있었어요. 저는 당연히 못 뽑힐 줄 알았어요.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었거든요. 지명을 받고 일주일 동안 고민하다 프로에 입단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공백에도 불구하고 박성환은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평균자책점 2.39의 성적을 기록했다. 또 7.73개의 높은 탈삼진율과 1에 불과한 WHIP 수치 그리고 전 경기 무 피홈런 등 수준급의 성적을 냈다. 연습경기 기록까지 더 하면 그의 성적은 더 뛰어나다. 그 결과 박성환은 올 시즌 감투상(경상권)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그가 다시 야구를 하기 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교에서는 부상 때문에 재활하느냐고 2년 동안 실전 등판은 한 번도 안했어요. 발가락 골절로 입원해서 4개월 재활하고 지금은 괜찮은데 그때는 팔이랑 팔꿈치도 아프고 공을 던지면 팔이 아팠어요. 그래서 그때는 제가 야구에 흥미를 잃고 야구하기가 너무 싫었어요. 방황도 많이 했고요. 고등학교 올라와서 감독님 앞에서 공을 던졌는데 제 공에 자신도 없고…. 존재감 없는 애였는데 야구를 왜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3학년 올라갈 때 감독님이랑 투수코치님 바뀌셨는데 저한테 잘해주셨어요. 편견 없이 봐주셨거든요. 고정관념 없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대해주셔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롤모델

박성환의 투구 스타일을 보면 두산 유희관을 연상케 한다. 두산의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은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성환을 지명한 이유에 대해 "사실 구속이 120km대 중반 정도 나오는 선수다. 좌완에 마른 체형인데 손장난을 잘한다.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장면에서 유희관이 떠오르더라. 제구력과 변화구가 좋아 이런 선수가 성장한다면 재밌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유희관의 올 시즌 직구 평균구속을 살펴보면 128km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느린 직구를 갖고 있다.

"저는 유희관 선수를 닮고 싶습니다. 저와 스타일이 비슷하고 옛날부터 유희관 선수를 존경해왔습니다. 저도 120km대의 직구를 던지고 직구보다는 변화구 승부를 더 선호합니다. 제구에도 자신 있고요. 프로에 가서는 구자욱 선수와 상대해보고 싶습니다. 저희 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하고 경기를 지켜보면서 항상 존경해왔습니다. 프로에서도 기대에 부흥해주셔서 멋지다고 느꼈는데 구자욱 선수의 실력을 제 몸으로 느끼게 된다면 영광일거 같습니다."

낮은 순번으로 지명된 만큼 박성환의 과제는 많다. 1군에 오르기 위해서는 체격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180cm, 68kg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박성환은 몸에 근력을 붙인다면 구속이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박성환을 가까이서 지켜본 대구고 이정호 코치 역시 "성환이는 직구와 변화구 제구가 좋다"며 "근력을 붙여 구속을 높인다면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환은 자신과 스타일이 비슷한 유희관을 롤모델로 뽑았다.

박성환은 자신과 스타일이 비슷한 유희관을 롤모델로 뽑았다. ⓒ 박성환


"일단 체격이랑 구속을 늘려야 될 것 같습니다. 슬라이더도 더 배우고 싶고요. 개인적으로는 7년 안에 1군에 올라가고 싶습니다. 낮은 순번으로 지명된 만큼 저는 아직 해야 될게 많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목표는 없습니다. 우선 1군에 올라가야 구체적인 목표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교파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

인터뷰로 만나본 박성환은 밝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선수였다. 지명순위는 단지 고교에서 활약한 성적을 토대로 선수를 평가하는 자료일 뿐이다. 프로에서 성공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자신 꿈을 위해 더 노력하고 공부한다면 언젠간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돼 있을 것이다. 박성환은 이제 프로에서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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