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국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24)이 스토크 시티와의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자신감을 되찾았고, 축구팬들은 다음 경기에 대한 큰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손흥민이 선발 출전한 토트넘은 15일 새벽(한국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E조 조별리그 1차전 AS 모나코(프랑스)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토트넘은 6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했지만, '꿈의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 모인 9 만에 가까운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실제 경기도 주도했지만, 상대의 간결한 역습과 결정력, 짜임새 있는 수비와 전략에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도 아쉬웠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기 위해 수차례 손을 들어 올렸지만, 동료들의 선택은 카일 워커(26, 잉글랜드)와 에릭 라멜라(24, 아르헨티나)가 버틴 오른쪽이거나 델레 알리(20, 잉글랜드)와 크리스티안 에릭센(24, 덴마크)의 중앙이었다. 여기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4, 아르헨티나)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을 빼고 무사 뎀벨레(29, 벨기에)를 투입하며, 손흥민은 경기를 마쳤다.

    15일 새벽(한국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E조 조별리그 1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AS 모나코(프랑스)의 경기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왼쪽)이 상대 수비의 방해에도 공을 지켜내고 있다.

15일 새벽(한국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E조 조별리그 1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AS 모나코(프랑스)의 경기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왼쪽)이 상대 수비의 방해에도 공을 지켜내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예상치 못했던 경기 흐름

AS 모나코는 경기 초반부터 꼬였다. 전반 4분 토트넘의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하던 나빌 디라르(30, 모로코)가 부상을 당하면서 토마스 르마르(20, 프랑스)와 교체됐다. 원하지 않던 교체 카드를 일찌감치 써버린 AS 모나코는 토트넘의 공세를 막느라 진땀을 뺐다.

전반 5분 토트넘의 손흥민이 과감한 왼쪽 측면 돌파를 시도했고, 8분에는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 해리 케인(23, 잉글랜드)이 오른쪽 측면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이 페널티박스 중앙을 지나 왼쪽에서 침투해 들어온 손흥민에게 향했다. 공을 잡은 손흥민은 침착하게 방향을 바꿔놓았고, 슈팅을 시도했다. 이 공은 골키퍼를 지나 골문 안쪽으로 향했지만, 골대를 향해 달려 들어온 수비수 안드레 라지(30, 이탈리아)에게 골라인 바로 앞에서 막혔다. 

토트넘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 속에서 전반 14분 케인이 다시 한 번 오른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돌파와 크로스를 선보였지만, 슈팅 기회까지는 만들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초반부터 토트넘의 공세를 잘 막아낸 모나코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선취골을 기록했다. 전반 15분 토트넘 진영에서 라멜라가 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고, 이 공을 베르나르도 실바(22, 포르투갈)가 잡아 수비수를 제쳐내며 슈팅을 통해 득점에 성공했다.

결정적인 실수를 한 라멜라는 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드리블 돌파를 통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후에도 알리와 에릭센, 케인, 손흥민 등 공격 진영에 있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토트넘은 추가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지브릴 시디베(24, 프랑스)가 크로스를 올렸고, 최종적으로 이 공을 교체 투입된 르마르가 잡아 위고 요리스(29, 프랑스) 골키퍼의 머리 위로 향하는 강력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예상하지 못한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되면서, 토트넘은 더욱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지만, 모나코의 조직적인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토트넘의 창과 모나코의 방패가 맞붙는 흐름 속에서 전반 44분 토트넘의 만회골이 터졌다. 라멜라의 코너킥을 토비 알더베이럴트(27, 벨기에)가 완벽한 헤딩슛으로 연결하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성과를 내지 못한 포체티노 감독

    15일 새벽(한국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E조 조별리그 1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AS 모나코(프랑스)의 경기에서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주시하고 있다.

15일 새벽(한국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E조 조별리그 1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AS 모나코(프랑스)의 경기에서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주시하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맹활약을 보인 손흥민을 빼고, 무사 뎀벨레(29, 벨기에)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전반전 3선에 위치해서 활약했던 알리를 위로 올리고, 뎀벨레의 투입으로 볼의 흐름과 중원 싸움에서의 확실한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계산이었다.

뎀벨레의 투입 이후, 볼의 흐름이 좋아지기는 했다. 3선에서부터 연결되는 패스가 전반보다 좋아지면서 더욱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마무리를 해줄 선수가 없었다. 후반 25분 라멜라와 교체 투입된 빈센트 얀센(22, 네덜란드)이 경기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격 기회를 잡으려 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득점에 성공한 케인은 4차례나 슈팅을 시도했지만, 3번이나 수비에 걸렸다. 알리 역시 4차례나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문에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3차례의 키패스 시도 중 2차례나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던 에릭센으로서는 팀 동료들의 결정력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후반 35분에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약 440억 원의 이적료를 지급하며 영입한 무사 시소코(27, 프랑스)를 처음 투입했지만, 경기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의 교체 카드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경기는 이대로 마무리 됐다.   

손흥민이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된 이유

    15일 새벽(한국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E조 조별리그 1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AS 모나코(프랑스)의 경기에서 전반 8분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15일 새벽(한국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E조 조별리그 1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AS 모나코(프랑스)의 경기에서 전반 8분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사실 토트넘 선수들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초반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수차례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다. 다만, 결정을 해줄 수 있는 선수의 부재가 컸다. 그래서 손흥민의 교체는 더욱 아쉽다.

전반 8분 좋은 기회를 놓치기는 했지만, 분명히 이전보다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고, 자신감도 회복한 듯했다. 그러나 공격 진영에 있는 선수 중에 에릭센을 빼면, 손흥민에게 패스를 주는 선수는 없었다. 손흥민은 전반전에 왼쪽 측면에 위치하면서 수차례 공을 달라고 손을 흔들었지만, 동료들은 그를 외면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역습 상황이 아닐 때, 손흥민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2차례의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이후 볼을 잡으면 백패스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오른쪽 위치한 라멜라는 4차례의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고, 측면에 볼을 잡아 중앙으로 파고들어 유효 슈팅까지 선보였다. 여기에 4차례의 키패스를 제공하면서, 적극적인 공격 능력을 선보였다.

손흥민은 역습과 슈팅에 최적화된 선수이기는 하지만, 왼쪽 측면에서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측면에서 볼을 잡는 횟수가 늘어났다.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드리블 돌파를 통해 동료에게 좋은 패스를 하든, 슈팅 기회를 가져가든, 개인 능력을 감독과 동료들에게 입증해 보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냉정하게 말해 현재 포체티노 감독의 마음속에 손흥민은 경쟁자들과 비교해 신뢰가 부족하다. 전반전 토트넘은 중원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모나코의 단 한 번의 패스와 역습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빌드업 과정은 뎀벨레가 있을 때보다 좋지 않았다. 결국, 이른 시간 내에 뎀벨레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라멜라와 알리, 에릭센, 케인 그리고 손흥민을 비교했을 때, 지난 시즌 가장 좋지 못한 활약을 보인 것은 손흥민이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의 신뢰를 뛰어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에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측면에서 더 적극적인 공격 시도를 해야 하고, 강점인 슈팅과 결정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날 경기에서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감독과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손흥민의 가장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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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토트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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