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랑(하다), 아름답다, 쉬다, 사이가 좋다, 외로움(외롭다), 예쁘다, 울리다, 나쁘다, 버릇없다, 소중하다, 나이 들다, 죄스럽다, 원하다, 최선(을 다하다), 돌보다'

일상에서 아마도 누구나 거의 매일 자연스럽게, 그리고 습관적으로 쓰는 그런 말들 중 일부다. 자라며 시시때때로, 워낙 자연스럽게 들었던지라 그 뜻을 일부러 알아볼 필요조차 없이 '어느 상황에 써야 하는지'를 터득한 그런 말들이다.

국어학자이자 우리말 어휘 연구가인 조현용의 새 책 <우리말 선물>(마리북스 펴냄)은 이처럼 그 뜻을 살피는 자체가 새삼스러울 정도로 우리 대부분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상의 말 60개를 다룬 책이다.

우리 옛말에 '아름'이라는 말은 '나, 개인'이라는 의미였다. '아름답다'의 '아름'을 '한 아름'과 연관 지어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말에서는 '-답다' 앞에 주로 사람에 해당하는 말이 오기 때문이다. '사람답다, 학생답다, 어른답다, 아이답다, 여자답다, 남자답다'와 같이 사람에 해당하는 말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름'을 중세 국어에서 찾아보면 '개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아름답다'라는 말은 '그 사람답다, 나답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의 생각에는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잘 발휘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귀한 생각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원래 자기다운 게 가장 아름답다는 거다. 자신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게 아름다운 거다. - <우리말 선물>에서.


우리는 그 사람을 몰라도 우선 보기에 좋다거나 할 때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아름답다'는 말은 원래 '나답고, 자기답다'는 뜻이다. 즉, 겉에 보이는 어떤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행동과 관련하여 표현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우리말 선물> 책표지.
 <우리말 선물> 책표지.
ⓒ 마리북스

관련사진보기

자신의 일 또는 가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누군가의 모습은 언제나 기분 좋게 와 닿곤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마도 우리 조상들이 그와 같은 누군가나, 누군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라는 말을 만들지 않았을까?' 지레짐작해본다. 저자의 이런 우리말 풀이 덕분에 아름답다라는 말이 지금과는 다른 깊이로 와 닿는다.

책은 '아름답다'처럼 우리말을 쉽게, 그리고 깊이 있게 풀어준다. 그리고 우리말에 깃들인 선조들의 정신이나, 우리 문화, 풍습 등과 같은 것들을 어원과 함께 들려줌으로써 우리말의 참뜻과 그 가치를 알게 한다.

우리말 관련 책들 중에는 어원을 알려주거나, 잘못 쓰고 있는 예를 알려주는 동시에 올바른 쓰임을 알려주는 책들이 많다. 그만큼 잘못 쓰고 있는 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간 고마운 책들이다.

그런데 그런 책들을 읽으며 때론 암기를 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도 된다. 그와 함께 아쉽게도 어느 순간 읽는 것이 덜 즐거워 미뤄놓을 때도 있다. 그렇게 읽지 못하고 아예 잊어버리고 마는 책들도 있다. 한꺼번에 많은 것들을 알면 그만큼 놓치고 마는 것들도 많을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는 책도 있지만.

우리말에 '가시버시'라는 말이 있다. '부부'라는 고유어인데 '가시'는 부인을 뜻하고 '버시'는 남편을 뜻한다. 나는 이 '버시'의 어원이 '벗'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어원으로 보자면 '버시'인 남편은 부인의 영원한 벗이 되어 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부인도 남편의 좋은 벗이어야 한다. 인도에는 '샤크티'라는 말이 있다. 배우자를 나타내는 표현인데 '삶의 활력소, 에너지'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나는 남편이나 아내 그리고 친구는 '샤크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늘 서로에게 활력소이자 에너지여야 한다. 나는 친구에게 활력소인가? - <우리말 선물>에서.

하지만 이 책 <우리말 선물>은 이처럼 매우 쉽게, 그리고 가볍게 우리말의 어원과 참뜻, 그 속살을 들려준다. 아울러 묵직한 메시지로 일상을 살펴보게 하고, 삶을 돌아보게 한다. 여운 깊은 명상의 글 한 편을 읽는 느낌이랄까.

저자에 의하면 "우리말에는 좋은 생각이 담겨 있는 말들이, 긍정적인 또는 희망의 말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말 뜻만 잘 알아도 더욱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며 우리말의 고유한 뜻을 풀어준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합쳐진 말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니 어렵다고 좌절하지 말라. 위험 속에 움츠리고 있거나 두려워하고 있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위기가 닥쳤을 때 기회라고 되뇌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 이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우리말 풀이들이 삶의 소중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처럼 우리말을 보다 많이, 그리고 제대로 알고 싶고, 보다 많이 살려 쓰고 싶어 우리말 관련 책들을 눈여겨 보곤 한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말 책들은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이 책 <우리말 선물>이 고맙기만 하다.

덧붙이면, 대학에서 미래의 국어학자들을 가르치는 저자는 국내외 외국인들에게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치는 한편 외국인 대상 우리말 관련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자가 그간 쓴 책에는 <우리말 깨달음 사전>, <우리말, 가슴을 울리다>, <우리말, 지친 어깨를 토닥이다>, <우리말의 숲에서 하늘을 보다>, <한국인의 신체언어>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우리말 선물>(조현용)ㅣ마리북스 ㅣ 2016.5.15 ㅣ14000원



우리말 선물 - 나와 세상을 행복으로 이어주는

조현용 지음, 마리북스(2016)


태그:#우리말, #가시버시, #조현용, #아름답다, #위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